한국통신과 포항제철의 제 이름 버리기 -이대로

제 목
한국통신과 포항제철의 제 이름 버리기 -이대로
작성일
2002-02-20
작성자

이름 : 이대로 ( ) 날짜 : 2002-02-20 오전 11:30:30 조회 : 182

[겨레말과 겨레 정신을 짓밟는 영어 열병]

‘한국통신’과 ‘포항제철’의 제 이름 버리기 유감

지난해 12월에 ‘한국통신’이 회사 이름을 ‘KT’란 영문으로 바꾸기 위해 400억 원을 들였다는
신문보도가 있었는데 올 해 2월엔 ‘포항제철’이 ‘POSCO’란 영문으로 이름을 바꾸려다가 지
역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어 고심하고 있다는 신문보도가 있었다. 회사 이름을 영문으로 바
꾸는 것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니지만 국민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통신과 포항제철까지
영문으로 바꾸는데 앞장서는 것을 보면서 보통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고 매우 걱정스럽다.

걱정스런 것은 영어 조기 교육에서 시작해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국민
들이 영어 열병을 앓고 있다고 볼 정도로 지나치게 영어 교육에 몸과 돈을 바치고 숭배해서
국민 경제와 정신에 큰 피해를 주고 우리말글이 몸살을 앓고 있는 판에 국가기관과 다름없
는 공기업이 앞장서서 영어 열병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빚쟁이 나라가 되어 국제 통화기금의 경제식민지가 된 나라에서 서울 강남의 영어 유치원엔
한 달에 100만원이 넘게 돈을 내는 유치원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어린이의 영어 발음이 미
국인 같지 않다고 혓바닥 수술까지 하는 일도 있으며, 귀한 외화를 싸들고 너도나도 해외로
영어 연수하러 나가고 있다. 잘 사는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먹고살기 힘든 집에서도 해
외 연수비용을 대기 위해 가정부와 노래방에 접대부로 나가는 어머니도 있단다. 자식들을
미국 국민으로 만들려는 것인지 바보로 키우려는지 알 수가 없다. 학생뿐만 아니라 부모와
직장인들도 영어에 시달리고 있다.

도대체 영어란 무엇인가? 영어는 유럽의 섬나라 영국인들과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과 호
주, 인도 등이 쓰는 말로서 중국어와 일본어, 독일어와 불어처럼 한 외국어이다. 교통과 통
신이 발달한 오늘날 다른 외국어처럼 잘 하면 좋지만 온 국민이 다 잘 할 수도 없고 잘 할
필요도 없다. 능력과 필요한 사람이 열심히 해서 잘 써야지 일생동안 영어 한마디 할 필요
가 없는 사람까지 영어에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

우리가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우리말을 버리고 외국어로 이름짓고 일상 생활시 쓰기 위해서
가 아니라 외국인 만날 때 대화하고 외국 책을 보고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함이다. 그런데
외국인과 만나 무역협상이나 외교 교섭할 땐 제대로 외국어를 못해서 힘들어하면서 말도 되
지 않는 영문 약자나 우리말에 섞어 쓰고 이름이나 영문으로 바꿔서 국민 말글살이란 혼란
스럽게 하고 국어와 국민 정신만 더럽히고 있다.

지난 김 영삼 정권 때 세계화 바람이 불면서 서울은행은 ‘서울은행’ 이란 한글 글씨는 조그
맣게 쓰고 ‘SEOUL BANK’란 영문은 크게 쓴 간판으로 바꿔 달면서 세계적인 기업이 되겠
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얻은 것은 은행이 아닌 곳에도 ‘오일뱅크’, ‘부동산뱅크’ 같은 ‘뱅크’
간판 달기 유행뿐이고 자신은 망해서 엄청난 국민 혈세 까지 날렸다. 그리고 현 정권 초기
구조조정 때 튼튼한 세계기업을 만든다며 ‘현대전자’이름을 ‘하이닉스’로 바꿨지만 이 회사
도 망해서 국민 혈세 빼먹었다. 영어 좋아하던 두 회사 모두 헐값에라도 외국인에 팔아 넘
기려고 애쓰지만 사가는 이가 없어 정부는 골머리를 않고 있다.

그 반면 우리말 이름과 간판을 그대로 쓰면서 경영과 고객에 충실한 삼성전자와 국민주택은
행은 튼튼한 기업으로 살아있다. 회사 이름을 영어로 바꾸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다. 일본의 ‘도요다’나 ‘히타찌’ 등도 일본말 회사이름이지만 세계 굴지의 회사가 되었
다.

한국통신은 대한제국 시대부터 100여 년을 국가 통신기관으로서 국가의 특혜와 보호를 받으
며 자란 국민기업이고 포항제철도 한국 경제 발전의 상징이고 국가와 국민의 도움과 사랑을
받던 국가기업이었다. 그런데 민간기업으로 바꾼다면서 전통과 신용도가 높은 우리말 이름
을 버리고 미국말글 약자로 이름을 바꾸고 있다. 일제가 강제로 창씨개명 시키며 우리 말글
을 못쓰게 했다고 교과서에까지 일본을 비판하는 판에 국가 공기업이 스스로 남의 말글로
창씨개명하고 있는 것은 근본을 저버린 일이다.

뿌리 없는 나무가 튼튼할 수 없고 자신을 낳고 키운 부모를 저버린 자식들은 잘 되지 않는
다. 자신을 키운 국민과 국어를 무시한 영문 개명은 자신의 뿌리를 자르고 은혜를 저버리는
행위와 같다. 두 회사 모두 3월 이사회에서 개명을 확정한다고 하는데 [한국통신]과 [포항제
철]이란 본 이름은 그대로 두고 외국인을 상대로 할 때는 [KT]와 [POSCO]란 영문 별칭을
사용하기로 하는 현명한 결정을 하길 간절히 바란다. 이제 학생은 국어와 과학 들 다른 공
부도 중요하며, 회사는 영문 개명보다 경영 개선과 좋은 제품생산과 고객을 위하는 마음이
더 중요함을 깨닫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