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 인격
안남열
2011년 7월 14일
하루 이틀이 아닌 일주일이나 보름쯤 산행을 하다보면 천하에 없는 장사라도 지치고 피곤하기는 매일반이 터. 그래서 조그마한 일에 신경이 곤두서고 옆사람에게 서운함과 짜증을 내게된다. 저 넘이 원래 그랬던 넘인가 싶게 쪼잔한 말과 행동을 하게되고 그러다 보면 인격이 보인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결국 싸우게된다. 남은 산행에 비해 남은 식량이 부족하게 되면 부득이 식사량을 줄이게 되고 중간 중간 쉬는 시간에 배급하던 사탕이나 쵸콜릿 같은 간식도 엄격하게 배급할 수 밖에.
이런 상황을 알게되면 사람이라는게 치사한 것이 평소에는 눈도 안돌리던 간식 배급량에 눈길이 가게되고 코펠에서 밥을 뜰때 상대방의 밥숫가락에 신경이 쓰이게 된다는 것이다. 엄격하게 배낭 짐을 나눠도 체력에 따라 부담이 큰 사람의 짐을 나눠 지는게 당연한건데도 그럴 분위기가 없어진다. 특히 눈이 무릎위에 쌓인 겨울 산행은 쉽게 지치고 자칫하면 탈출로를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있어 서로들 위기감이 고조되기 마련인데 이 때가 가장 위험하고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때를 대비하여 만들어진 말이있는데 …..<산에서는 체력이 인격>이라는 경구다.
팀원들의 상태를 잘 살펴서 고려하고 배려하는 정신이 없다면 그 팀들은 목적지는 물론이고 안전한 우회로에 있는 탈출로도 못찾게 되는 것이고 결국 조난이라는 비극을 맞게된다는거다. 국내 겨울 산행에서 가끔 들리는 조난사고 소식은 비전문가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당하는 비극이기도 하다.
이곳 저곳에서 피로 증후군이 발견된다. 날 서고 예민한 반을들을 볼 때마다, 혹은 내가 누군가에게 날선 생각과 공격을 할 때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좀 지쳤나 보다. 그러면서도 아직 체력이 남아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이 이러한 고려나 배려 없이 날 선 공격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인지라 혼자서 그러는거다. “에이 신발~ 내가 체력을 기르고 말자.” …내가 요즘 당활동에 꼬박 꼬박 참가하는 이유다. ㅡ..ㅡ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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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효석 우리, 우리 사회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셨네요. 저놈이 왜 저렇게 미운 짓을 할까 싶었는데, 알고보니 제가 지친 것이군요.
2011년 7월 14일 오전 11:03 모바일에서 · 좋아요 · 2
서성룡 어제 아침에 집사람이 다니는 모임(생협)에서 1박2일로 교육간다고..어린 애들 둘을 이리저리 맡기고, 뒷일은 나한테 떠넘기다 시피 하길래.. 차마 반대는 못하고 냉랭한 분위기로 출근을 했더랬습니다.
그 일 때문인지 하루종일 짜증이 났고, 평소에 이뻐 보이던 부하직원들이 왜 그리 못마땅하게 보이던지..간단한 일 하나에도 모두 내 손이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오전 내내 궁시렁 궁시렁댔습니다.. 백배 공감합니다.. 내 체력이.. 내인격이 모자라면 세상이 우울해 보이더군요..
2011년 7월 15일 오전 2:48 · 좋아요 취소 · 3
김미선 에이, 신발!!! 그러면 되는 거군요~^^
2011년 7월 15일 오후 1:43 · 좋아요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