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

제 목
내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
작성일
2013-09-18
작성자

한효석님이 김곰치님의 상태를 공유했습니다.

9월 18일

사람들은 검사들이 부당한 상부 지시에 항거하기를 바란다. 미안하지만 그럴 일은 없다. 대부분 검사의 꿈은 검찰총장이고 법무부 장관이다. 소신껏 수사하는 검사는 영화에만 있다.

우리가 일본 아베를 어쩌지 못할때 일본 지식인들이 일본 정부를 비판해주기 바라는 것과 같다.
부패한 경찰을 보며 모두 권은희 수사과장처럼 반듯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권은희는 한 명뿐이다.
아마도 독립군보다 일제 부역자가 더 많았을 것이다.

그럼 어쩌라고? 권은희가 멋있고, 독립군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면 각자 그렇게 살고 그렇게 행동하면 된다. 세월이 많이 흘러서 그렇게 살지 않는 사람이 소수가 되어야 세상이 바뀐다.

김곰치

이기적인 독자가 있다.
왜 이 커플이 헤어지냐, 꼭 헤어져야 하느냐. 책의 결말 처리를 굉장히 불편해 한다.
지 마음에 불편하다는 거다.
자기 로망에 소설이 충족이 안 된다는 거다.
불편한 현실을 안 보겠다는 거다.
그냥 바보 같은 독자면 또 모르겠다. 소설 쓴다는 년이 그런 소리 하길래, 8년을 알고 지냈는데, 내가 이년을 참 잘못 봤구나, 반성했다. 그리고 바로 의절해버렸다.
내가 너를 위해 소설 쓰냐? 세상을 밝게 보려고 쓴다.

작품의 생명을 알아보지 못하고 망치려드는 것은 눈 뜨고 못 본다.

유기농을 필생의 사업으로 하겠다고 각오한 농부에게, 그것도 개심한 중년 농부에게 ‘농약도 꼭 필요할 때는 쳐라. 과실 인물이 산다, 때깔이 난다, 훤칠해진다, 잘 팔린다, 이 바보야’ 하고 말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랑 농부가 계속 친구가 되겠냐. 나라면 바로 절교다.

인생은 작품이다.

검사들의 수사도 작품이다. 원고청탁 받고 하룻동안 쓴 짧은 글 하나에도 편집부가 전화걸어와서 엉뚱한 소리 하면 기분 좆 같은데,

몇 달 방향 제대로 잡고 밤낮을 잊어가며 해온 수사를 ‘접어라, 꺾어라’ 하면, 검사들 기분이 어떻겠냐. 좆같겠냐 꿀같겠냐.

지난 몇 달, 채동욱 총장 지휘하에 검사들이 검사맛을 봤다. 어디 가서 검사 명함 내미는 게 이제는 안 쪽팔린다고 했다.

중이 고기맛을 봤다. 맛을 잊을 수 있겠느냐.

지금도 채동욱은 사표를 수리하라, 하고 독전(督戰) 중이다. 새 총장이 오려면 시간 엄청 걸린다. 내가 이렇게 내쫓김 당했는데 국회 인사청문회가 얼마나 시끄럽겠냐. 계속 수사해라, 기소해라.

이 메시지라고 본다. 그리고 검사들은 총장의 메시지를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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