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 삼성

제 목
바람둥이 삼성
작성일
2011-07-22
작성자

바람둥이 삼성

복수 노동조합 설립이 허용되면서 삼성에 이미 있었던 어용 노동조합 말고 진
짜 노동조합이 등장했습니다. 물론 그 새 노조를 조직하려고 앞장선 사람은 새
노조를 등록하던 날 해고 통지를 받았습니다. 삼성에서 노조 설립도 어려웠지
만 앞으로 새 노조를 지켜나가기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주 오래 전인데 아는 사람 중에 바람둥이가 있었습니다. 바람둥이는 점찍은
여자를 극진히 대하고, 전혀 심심치 않게 하면서, 밀고 당기기를 잘 합니다. 예
를 들면 자주 만나지 않되, 만나게 되면 요즘 말로 ‘이벤트’를 만들고 최선
을 다해 여자를 즐겁게 해주는 거지요.

그런데 이 바람둥이가 양 다리를 걸치고 수많은 여자를 사귀면서 수첩을 마련
하더군요. 이 바람둥이도 사귀는 여자가 늘자, 누구와 어디서 만나 뭘 먹고 무
슨 말을 했는지 헷갈렸던 거지요. 한 여자와 만나면 나중에 수첩에 꼼꼼히 기록
하였습니다.

이 바람둥이는 항상 먼저 전화합니다. 생각지 않을 때 그쪽에서 전화가 걸려오
면 이 바람둥이가 당황합니다. 그리고 누구인지 분명히 확인하고 수첩을 펴기
전에는 “지난번에 잘 들어갔나? 오빠가 사준 것 입어봤나?” 소리를 할 수 없
습니다. 자칫하면 들통이 납니다. 그러나 그렇게 수첩에 적어가며 관리해도 헷
갈리며 실수하더군요.

규모가 작을 때는 관리되는데, 규모가 커지면 관리 체계를 만들어도 완벽히 대
비하기 어렵고 허술한 곳이 생기게 마련이죠. 그 바람둥이 옆에서 내가 더 조마
조마 했습니다. 저러다 큰일 나지, 저러다 언젠가 몽땅 터지지 싶더군요.

삼성 재벌도 처음에 작은 가게였을 때는 직원 몇몇과 동네 사람, 몇몇 공무원
을 상대했겠지요. 그런데 점점 규모가 커지고 한국 경제와 세계 산업에 여러 모
로 관여하고 복잡하게 얽히면서 지금은 엄청나게 많은 사람을 만나며 삽니다.

그래서 지금은 삼성 총수가 다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과 일을 수첩처럼 꼼꼼하
게 챙겨주는 관리 체계와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체계와 사람을 뒷바라지
하는, 또다른 체계와 사람이 있고요. 게다가 비자금과 차명 계좌 관리, 불법 증
여, 노조 설립 방해처럼 못된 짓을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그 사람을 감시하
는 사람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 복잡한 구석에 허술한 곳이 생기고, 챙기지 못하는 것이 늘어
납니다. 예를 들어 지난번 엑스파일 사건 때 삼성이 관리하는 대상이 있다는 것
이 드러났지요. 그런데 뇌물을 안 보낼 곳에 보냈고, 보낼 곳에 안 보내거나,
포도주 또는 그림을 보낼 곳에 돈을 보냈지요.

요즘 들어 삼성 재벌이 하는 것을 보면 옛날 그 바람둥이 생각이 납니다. 폭로
가 계속되고, 비리가 자꾸 드러나고, 은폐하느라고 바쁩니다. 저렇게 계속 헛발
질하다가 언젠가 그 복잡한 속내가 몽땅 드러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