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자치 센터는 자치 센터다워야
시의회에 주민자치센터 대책 특별위원회가 구성되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
다. 2000년 6월부터 동사무소가 주민 자치 센터로 바뀌는데, 그 전에 어떤 문제
점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특위는 이미 여러 도시를 방문하였다고도 한다.
여기서 특위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주민 자치 센터가 사설 학원에서 정상적으
로 운영하고 있는 교육 과정을 침범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사설 학원
은 교육청에서 요구하는 엄격한 기준에 맞추어 시설과 강사진을 갖춘 곳이다. 정
당한 세금을 내고 영업을 하는 곳이고, 수요자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곳이
다. 말하자면 사설 학원은 소비자의 욕구를 고려하여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끊임
없이 변신해야 하는 곳이며, 소비지가 외면하면 저절로 도태되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지금 관내에서 도서관은 도서관대로, 복지관은 복지관대로, 문화 센터
는 문화 센터대로 사설 학원에서 해야 할 일에 매달려 사설 학원과 경쟁하는 경
우가 많았다. 복지관에서 복지 전문가가 복지 부분에 매달려 일하기도 바쁠 텐
데, 책상을 들여놓고 강사를 섭외하여 수강생 모으는 일까지 해야 한다면 이는
본업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일이다.
가령 복지관에서 복지 차원에서 사람들에게 영어 회화를 가르쳐야 할 필요가 있
다고 판단하였으면 그 사람들과 영어 회화 학원을 연결해주어야지, 직접 나서서
는 안 된다. 복지관이 원하는 대로 사설 학원이 움직이지 않으면 왜 움직이지 않
는가를 찾아 개선해야 한다. ‘네가 안 하면 내가 하마.’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
다. 백 번 양보하여 복지관에서 영어 회화를 가르친다 해도 그 내용과 형식은 일
반 사설 학원이 전혀 손댈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도서관에서 컴퓨터를 가르치거나, 시민 단체에서 검도 교실을 운영
하거나, 심지어 아파트 부녀회에서 공터에 물건을 놓고 파는 일까지 자기 단체
의 정체성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이제는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시민 교육’ 또는 ‘평생 교육’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과거에 YMCA
같은 시민 단체가 이런저런 강좌를 열어 시민 사회를 성숙하게 한 공로는 더 할
나위 없이 크다. 그러나 이제 사회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만큼 이제는 어느
단체든 자기 단체에 맞는 사업으로 영역을 제한하여 전문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니 주민 자치 센터는 주민 자치 센터답게 굴러가며, 사설 학원을 포함하여
모든 지역 주민에게 희망을 주는 곳이어야 한다. 잡화점 마냥 다양한 메뉴를 갖
추어 놓고, 되면 좋고 안 되면 만다는 식으로 운영하면 안 된다. 자치 센터를 운
영하다가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동네 사설 학원의 지원을 받으면 된다. 아무리
결과가 좋더라도 막무가내로 어느 한 쪽을 희생시켜 그것을 딛고 일어서는 식이
어서는 곤란하다.
따라서 시의회 특위에서는 어떻게든지 서로 더불어 사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
다. 특위에서 학원 관계자와 만나 주민 자치 센터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