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국회의원 후보를 인신 공격할 수밖에 없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점점 그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데, 후보들끼리 정책 대결
이 이루어지지 않고 인신 공격만 난무한다고 언론이며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을 나
무라고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애초부터 우리 정치 풍토에서는 정책 대결을
할 수가 없다. 우리 사회는 그 동안 다양성을 인정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
다.
정책 대결을 하지 않는다고 나무라는 신문부터 그 색깔이 비슷하다. 우리 나라
몇몇 유력한 일간지를 본 사람은 다른 신문을 보면서 볼 게 없다고 불평한다.’조
선’이니 ‘동아’니 신문 제호만 다를 뿐이지, 그 신문이 그 신문이라는 것이다.
신문 나름대로 특색이 없다.
그런 신문에 비하면 재벌 회사가 뒷돈을 대는 신문, 많은 서민이 주주로 참여하
는 신문은 색깔이 있을 수밖에 없다.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논조가 달라지기 때
문이다. 예를 들어 정치인 눈치를 살펴야 하는 재벌 신문은 정치면보다 경제와
사회면에 더 신경을 쓸 것이다. 골치 아프게 정치에 말려들어 정치인들에게 미
움 받았다가는 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내로라하는 신문조차 비슷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데, 사상을 따지는 정
당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국민들은 선택하고 말고가 아예 없었다. 남들과
생각을 조금만 달리 하면 귀신도 모르게 끌려가 죽은 적이 많았다. 그래서 사람
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쫓다 보니 지금 우리 나라 정당은 모두 색깔이 비슷하
고, 정책과 구성원도 비슷하게 되었다. 총선 후보자들이 상대방의 사생활과 인간
성을 들먹이는 것은 비교할 수 있는 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 나라에서는 오늘 야당이었던 사람이 기분 내키면 내일 여당도 하
고, 오늘 여당이었던 사람도 공천해주지 않으면 내일 야당도 할 수 있다. 원래
비슷했으니 바뀌는 것도 없다. 지금 이당 저당에서 사람들이 튀어나오는 것은 사
람들끼리 갈등이 있어 이해 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지, 정책 방향이 맞고 안
맞아 흩어지는 것이 아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 떠나는 사람을 ‘배신자’라고 하
겠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는 남아 있는 사람이나 떠나는 사람이나 거기서 거기일
뿐이다.
그래서 자동차를 몰고 가다가 절벽 앞 50미터 앞에서 서자는 ’50미터당’은 ’70
미터당, 100미터당’하고 정책 대결을 해보았자 거기서 거기일 수밖에 없는 것이
다. 정책 대결을 하려면 적어도 걸어서 절벽 끝까지 가자는 ‘걷자당’과 그런 짓
을 아예 하지 말자는 ‘말자당’과 이야기해야 확실한 차이를 비교할 수 있다. 가
까운 일본에는 보수당도 있고, 사회당과 공산당도 있으니 확실한 정책 차이를 두
고 논쟁을 벌일 것이다.
그러니 국민들이 확실히 다른 정책을 보고 싶으면 이번 선거에 노동자, 농민,
빈민,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세운 당이 있는가 눈여겨보면 된다. 제도적으로 정
책 대결을 자리 잡게 하려면 다음 선거 때부터는 1인 2기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아무리 작은 정당이라도 정당에 주는 한 표를 얻기 위해 전국에 후보자를 내고
자기들의 정책을 국민들에게 자세히 설명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