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 대한 배려
아이엠에프 구제 금융 상황이 터지면서 우리 나라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
야 할지 당황해 하였다. 그것을 일깨워주기라도 하듯,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
‘신장개업’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은 적이 있었다. 손님이 전혀 없는
가게를 다시 꾸며 손님을 오게 하고, 한 번 온 손님을 다시 또 오도록 가게 주인
에게 서비스 정신을 훈련시키는 프로그램이다.
하나. 언젠가 컴퓨터 프린터 잉크가 떨어져 다시 사야 했다. 프린터 값을 생각
하면 잉크가 꽤 비싼 편인데, 마침 잉크통에 잉크를 다시 채우는 방식으로 카트
리지를 재생하여 싸게 판다는 곳이 있었다. 그래서 전화로 물어 서울 당산동 어
느 상가 지하에 있는 회사(그린칼라 잉크)를 찾아갔다.
반 값도 안되었기 때문에 여러 개를 샀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쓰는데 아무
런 지장이 없었다. 그 뒤로는 잉크 카트리지를 전화로 주문하여 썼다. 그러다 어
떤 카트리지가 불량품이라서 프린터 안에서 잉크가 새고, 인쇄 상태가 좋지 않았
다. 그 회사에서 전화로 일러준 대로 카트리지를 꺼내어 뜨거운 물에 담가 보았
으나 마찬가지였다.
할 수 없이 서울로 찾아갔으나 그 회사에서는 한 마디로 거절하며 카트리지를
바꿔주지 않았다. 자기들이 시험해 보고 발송하기 때문에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이
다. 만 몇 천원 짜리 카트리지 하나를 바꾸려고 부천에서 서울까지 차를 가지고
갔는데도, 나는 졸지에 잉크 카트리지 하나 공짜로 얻으려고 억지를 부리는 사람
이 되었다. 그 이후로 그 회사와는 더 이상 거래하지 않았다.
둘. 집에 계시는 부모님을 드리려고 직장으로 찾아온 방문 판매원한테 진동 마
사지 기계를 10만 원을 주고 샀다. 유닉스라는 중소기업 제품이었지만 이 회사
는 이 물건 말고도 청소기, 헤어 드라이어 등을 만드는 곳이었다.
그 기계를 한 2년쯤 썼을 때, 전기 어댑터 꽂는 곳이 좋지 않아 제대로 작동되
지 않았다. 그래서 그 회사 서비스 센터로 전화하니 우편으로 부치라고 하였다.
그러나 우편으로 부치면 언제 되돌아올지 믿을 수가 없어, 인천 동암에 있는 서
비스 센터로 직접 찾아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서비스 센터에서는 보증 기간이 지났는데도 새 물건으로 바꾸
어 주었다. 착각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여서 그 서비스 정신에 감탄했다.
그러나 며칠 뒤 다시 서비스 센터로 전화를 해야 했다. 마사지 기계를 충전하려
고 어댑터를 꽂는다는 것이 그만 다른 기계 어댑터를 꽂아 마사지 기계가 타버렸
기 때문이다. 이번 일은 명백히 소비자 잘못이었다. 그런데도 다시 찾아간 서비
스 센터에서는 그 기계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고칠 수 없다고 하며 돈을 받지
않고 다시 새 기계로 바꿔 주었다. 더 묻지 않았다. 그 뒤로 나는 그 회사 다른
물건을 완전히 믿고 살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자신 있게 그 회사 제품을
소개하였다.
이제 ‘대충대충, 얼렁뚱땅, 빨리빨리’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므로
아이엠에프 사태는 우리에게 아무렇게나 살지 말라는 신호였던 셈이다. 가게 영
업 문제로, 부모 자식 문제로, 부부 문제로, 직장 동료 문제 등으로 지금 어려움
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지금 상대방을 진실로 대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