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이 되면 강대국이 되고 서로 잘 산다..

제 목
통일이 되면 강대국이 되고 서로 잘 산다..
작성일
2000-10-27
작성자

통일을 왜 해야 하는가는 이유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당위성이 학생들에게
는 잘 먹혀들지 않습니다. 그런 당위성을 인정하더라도 비용이 너무 든다는 것이
지요… 가령 이산 가족의 고통을 예로 들어봤자 그 슬픔을 공감하지 못합니다.
남북쪽이 지난 몇십 년 동안 만난 적이 없으니, 서로 보고 싶을 리가 없지요. 오
히려 지난 번 이산 가족 재회를 보면서, 남쪽 사람들은 북쪽에 일가 친척이 있으
면 돈이 많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앞으로 10년만 있으면
서로 그리워할 사람도 거의 남지 않습니다. 1945년 10살쯤 헤어진 사람이라면
2010년이면 75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주로 돈(경제) 이야기로 통일의 당위성을 설명합니다. 남북 통일
이 되면 서로 잘 산다고 말이지요… 물론 남쪽이 일방적으로 고통을 짊어지지
도 않아도 되고요… 지금 남북이 서로 접근하는 것도 돈 때문이라고 설명하면
학생들이 금방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당장 통일하자고 하지요… 여기서는 두
가지 이유만 댈게요..

(1) 김영삼- 김일성 두 사람이 만나려 하다가 김일성이 죽는 바람에 못 만났지
요…. 그리고 “조문 파동”을 거치면서 남북 관계가 더 나빠졌습니다. 왜 나빠졌
을까요? 그것은 남북이 서로 자존심이 강했기 때문이지요. 쉽게 말하면 배가 불
렀지요… 그 당시 남쪽은 일부에서 반대하는 것을 설득해가며 돈을 많이 들여
북을 돕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얻어먹는 주제에 북쪽이 고분고분하지 않았지
요..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결별하였습니다. “우리도 쓸 곳이 많은데, 그런 식
으로 놀면 안 도와준다. 니네들이 그래 봤자 우리가 답답할 것 하나도 없다.”고
말이지요. 정말이에요… 북쪽이 없어도 남쪽은 답답할 것이 하나도 없었어
요…. 우리는 아이엠에프 사태가 있기 전까지는 잘 살고 있었으니까요….

북쪽은 북쪽대로 화가 났어요.. 힘들기는 했지만 우리 식으로 살아왔는데, 가
뭄-홍수로 어려울 때 남쪽이 뭐 쬐끔 도와주면서 사사건건 간섭하려고 하니 말이
지요… 그러던 참에 김일성이 죽었을 때, 원수놈 미국도 조의를 표시하는데 같
은 핏줄이라고 주장하는 남쪽 정부에서는 조문 간다는 사람들을 감방에 잡아넣었
습니다. 자존심이 상했지요.. 남쪽은 아예 상종할 것들이 아니구나 싶었겠지
요… “그래, 우리가 안 얻어먹으면 될 것 아니냐, 오냐 다시는 안 받아먹으
마.”라고 결심했을 겁니다. 북쪽에서도 남쪽에 대해 답답할 것이 없었어요… 남
쪽없이도 그 동안 혼자 잘 살아왔으니까요…

그런데 그 뒤로 상황이 많이 바뀌었죠…. 남쪽은 아이엠에프 사태가 벌어지면
서 나라가 망하기 일보 직전까지 갔어요.. 북쪽은 계속되는 흉년으로 주민들이
굶어 죽는 사태가 벌어지고요… 그래서 지금 만나는 겁니다… 이산 가족 슬픔
때문이 아니라, 서로 힘을 모으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는 상황이 오리라는 것을
양쪽 정부와 국민이 깨달은 것이지요… 남북이 만나 힘을 모으면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안 셈이지요..

예를 들어 경의선을 연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새로운 실크 로드가 열립
니다. 남쪽에서 만든 물건이 만주(중국), 시베리아(러시아)를 거쳐 단 며칠이면
아시아, 유럽, 미국, 아프리카에 도착합니다… 지구의를 놓고 보세요… 지금
남쪽 물건이 배를 타고 어떻게 수송될까 짚어 보세요…. 참, 답답하실 겁니
다.. 이 먼 거리를 어떻게 배로 갈까하고 말이지요… 그러니 남쪽이 좋은 물건
을 만들어도 운임 때문에 값이 비싸지고, 시간이 걸려 물건이 신선하지 않지
요….

경의선을 비롯하여 남북 모든 철도가 연결되면 북쪽이 가만히 앉아서 중간에 받
는 수수료만도 3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남쪽은 물건을 만들어서 세
계 다른 나라와 한 번 경쟁해볼 만하고요.. 물건값이 대폭 떨어질 테니까요…
만약 일본이 만드는 물건을 반의 반만이라도 이 철도를 이용하여 수출입한다면
남북이 가만히 앉아서 받아들이는 수수료만 해도 천문학적 숫자일 겁니다…

지금까지는 한반도와 일본이 상품 유통의 끝에 있었지요… 만들어서 나가던
가, 만든 것을 들여오던가…. 그래서 우리는 일본과 겹치는 산업이 많았습니
다. 그러나 통일이 되면 일본이 상품 유통의 끝이 되고, 우리는 중간에 놓일 수
있어 일본과 다른 형태로 산업을 육성할 수 있지요….. 일본에 대해 큰 소리를
칠 수도 있고요…. “이러면 니네 물건을 배로 수출해라. 우리 철도 이용하지 말
라.”고요….그때 가면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2) 통일이 되면 우리 나라 인구가 1억 가까이 됩니다.. 인구 1억이 넘는 나라
가 10개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러면 우리 나라는 지금 여건으로 보아 앞으
로 세계 5위 안에 드는 강국이 되어야 당연한 겁니다. 인구 1억이 넘는 나라 중
에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같이 우리와 아예 경쟁이 안 되는 나라가 있으니까
요…. 5대 강국에 들어간다? 꿈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물건을 만들 때 경제 단위라는 것이 있습니다. 콩나물 공장이 우리 마을에 하나
가 있다면 그 인구에 맞기 때문입니다. 주유소 허가를 내줄 때 거리를 재는 것
은 주유소가 너무 많으면 모두 망하기 때문이지요…. 그런 이치에 따라 우리 나
라에는 인구수에 비해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가 너무 많아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아와 대우가 망했다는 것이지요…

즉, 콩나물 공장과 자동차 공장이 요구하는 경제 단위가 다릅니다… 그러므로
인구가 1억이면, 1억에 맞는 경제 단위가 생기면서 기업 역량도 늘어납니다. 현
대자동차가 지금 생산량의 두 배로 늘려야 하던가, 그렇지 않으면 다른 회사에
서 현대 같은 공장을 하나 세우겠지요….

인구가 1억이 되면 국내 기업인이 물건을 만들면서 조마조마 마음 조리지 않아
도 됩니다. 소비 인구가 두 배로 늘었으니, 위험 부담이 두 배로 줄었지요…. 5
천만 인구를 상대로 물건을 만드는 것보다, 1억을 상대로 물건을 만드니 당연히
생산 단가가 떨어지고 그만큼 국제 경쟁력도 생깁니다… 막말로 외국 바이어에
게 우리 물건 사달라고 애원하지 않아도 됩니다… 필요하면 그 사람들이 이쪽
에 매달리겠지요.. 물건을 우리에게 파시라고… 일본이 그렇습니다… 물론 일
본은 산업 사회 연륜이 우리 나라보다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나 상품을 소비할 인
구가 1억이 넘었기 때문에 그런 전통이 가능했지요…

통일이 되면 남쪽은 남쪽대로 북쪽은 북쪽대로 잘 산다는 것이지요… 남북이
중지를 모으면 남쪽이 굳이 더 힘들 것이 없습니다… 게다가 우리 남북 인구 1
억이 모두 부지런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힘을 모아 경제력을 키워 강대국
이 되면, 주변 4대 강국이 한국 눈치를 보아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주변
4대 강국 눈치를 보며 살았지요….

예를 들어 우리 나라가 어느 정책을 추진할 때 어떤 나라에 기우느냐에 따라 중
국이든, 미국, 러시아, 일본이든 당황할 겁니다. 강대국 한국이 중국과 힘을 합
해 일본 정책을 반대한다? 어떤 일에 한국이 일본과 힘을 모아 러시아를 반대한
다? 그렇게 되면 주변 4대 강국은 맞상대하기 힘든 강적을 만난 셈이지요.. 그래
서 통일이 되어 우리 나라가 강대국이 되면 어떤 나라든 우리 눈치를 보아야 합
니다…. 아시아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지요… 물론 통일된 우리 나라는 중립국
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