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미님 보세요…-한효석

제 목
박근미님 보세요…-한효석
작성일
2000-10-28
작성자

이름 : 한효석 ( pipls@dreamwiz.com) 날짜 : 2000-10-28 오전 9:07:53 조회 : 139

통 소식이 없어 궁금했어요… 영어 공부를 하느라고 바쁜 줄 알았어요.. 전화를 하면 되지만 도대체 시차를 짐작할 수 있어야지요… 이곳은 잘 지냅니다.. 아셈 회의를 한국 서울에서 열었지요… 다른 나라에서는 엔지오 운동가들이 정상 회담장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자 중심으로 개편되는 새로운 질서를 거부하였습니다.. 시드니에서는 정상 회담이 무산되기도 했지요..

우리 나라에서는 변변한 시위를 못한 편이에요.. 김대중 대통령은 무척 고무되었어요.. 엊그제 뉴스를 보니까, 외국 정상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다고 경찰 수뇌부를 칭찬하더라고요… 회의장 반경 1.5킬로미터에는 아예 개미 새끼 한 마리 얼씬하지 못했지요… 헬기도 날아 다녔으니까요… 많이 슬픕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피 흘려 얻은 자유가 새로운 질서라는 이름으로 가치가 떨어지고, 오로지 뛰어난 것과 많이 가진 것이 미덕인 세상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남들과 비슷하거나 다르거나 뒤진 것은 “무능”으로 치는 것 같습니다. 옛 나치가 그랬지요… 유태인만 학살한 것이 아니라, 자기네 독일 사람 중에서도 범죄자, 병신, 사상이 다른 사람도 죽였습니다… 왜 모든 사람이 공존하고 상생하지 못할까요?

한국에서 한국말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요… 그런데도 외국인이 길을 물으면 영어를 못하는 죄를 지은 것처럼 당황해 합니다… 그냥 한국말로 일러주면 되지요.. 모르면 한국말로 “니 말을 못 알아듣겠다”고 말하면 되고요…. 그런 면으로 치면 이 땅의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민초들이 더 당당한 편이지요… 조금 배웟다는 우리들 마음 속 어딘가에 백인, 강대국에 대한 사대 근성, 노예 근성이 숨어 있지 않나 싶네요..

한국에서 늘 당당하던 박근미님이, 드디어 외국에서 당당하게 사는 법을 터득하시는 것 같군요… 맞아요…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았다면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지요.. 그런데도 전 아직도 경찰서 앞을 지나거나, 교장 앞에 서면 주눅이 듭니다…. ㅠ.ㅠ

환절기입니다. 늘 건강하셔요… 한효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