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함정 단속하지 마라…

제 목
경찰은 함정 단속하지 마라…
작성일
2000-12-7
작성자

엊그제 “국민을 범법자로 만드는 경찰..”이라는 글을 부천 남부 경찰서에 올렸더
니, 그 글에 대해 ‘독수리’라는 사람이 답변하였습니다….
이 글은 그 글을 읽고 다시 답변한 것이지요….

이 글을 올리려고 부천 남부 경찰서 홈페이지 게시판에 갔더니, 제 글과 독수리
님이 쓴 글을 모두 삭제하였더군요…. 그래서 먼젓번 글과 이글을 올리면서 지
우지 말라고 했는데, 오늘 가보니 또 지웠어요…. 우리 경찰은 아직 남의 비판
에 익숙지 않은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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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님, 안녕하시지요? 제 글을 읽고 답장을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만약 현직 경찰이시라면, 저를 설득하려고 하던 마음을 끝까지 지니고 사시기 바
랍니다. 나중에 독수리님 같은 분이 경찰 고위 간부가 되시면 새로운 경찰상(민
주적이고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경찰)이 정립되겠지요.

1. 제 글이 논리적이지 않고 감정에 치우쳐서 욕설을 앞세웠다는 말에 대해….

제가 욕을 하지 않고 “경찰이 그런 짓을 하면 욕을 먹는다”고 표현하면, “욕할
테면 하라지 뭐”하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어떻게 욕하는지
를 구체적으로 드러낸 것뿐입니다… 제 글에서 서너 군데에 넣어놓은 “개새끼”
부분을 빼보십시오… 나머지는 지극이 정중하고, 감정을 절제하였습니다…

사건 개요, 민주 경찰의 모습, 희망 사항을 그 글에 다 제시하였습니다…. 감정
에 치우쳤다고 보시는 것은 그 단어가 자극적이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살펴보십시오. 더구나 제가 익명으로 글을 쓰지 않고 이름과 신분과 아이
디를 밝히면서 자극적으로 글을 쓴 것은 서로 솔직히 이야기해보자는 것입니
다.. 익명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은 대개 부딪치는 것을 싫어하면서, 비난만 하
기 쉽지요.

2. 너는 법을 잘 지키느냐는 지적에 대해

제가 그 글에서 묻고 싶은 것은 그런 방법밖에 쓸 수 없냐는 것이지, 제 잘못을
피해 슬쩍 넘어가려고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즉, 법과 다수 시민의 관계가 이
래서야 되겠느냐는 것을 지적한 것이지, 제 개인의 정당함을 입증하려 한 것이
아니지요.. 오히려 교사인 제가 잘못을 밖으로 드러낸다는 것은 저로서도 용기
가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이런 질문을 하시는 것은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다
고 봅니다… 함정 단속의 불가피성을 이해시켜 주시려 한 것은 고맙습니다만,
함정 단속 문제를 제 개인적인 도덕의 문제로 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
다…

어떤 분은 단속에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말을 하라고 하지만, 그런 식으로
말하면 그때는 또 “네 일도 아닌데, 왜 네가 끼어드냐, 뭔 말이 많냐”는 식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단속에 걸린 당사자가 문제점을 제기해야 치열하게 접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독수리님을 두고 “경찰이 아니면서 이런 소리를 하면 좋
을 텐데”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3. 함정 단속이 단속 기법으로 부득이 시행하는 것이라는 말씀에 대해

“부득이”라는 말은 되도록 그런 방법을 쓰지 말라는 뜻입니다… 독수리님도 그
방법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시는 말씀이지요… 학교를 예로 들지요….
부천은 한 교실에 학생이 50명씩이나 됩니다…. 뉴스를 통해 아시겠지만, “학
교 붕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교실에서 수업하기가 어렵습니다… 교사에 앞
에 있거나 말거나 학생들이 돌아다니고 밖으로 나다니고…. 그럴 때 교사가 몽
둥이를 들어 몇 애를 패면, 무서워서 조용히 합니다…

독수리님 말씀대로라면 이런 경우도 “부득이”한 경우로 볼 수 있지요… 그러나
교사는 조용히 타이르고, 알아듣게 이해시키거나, 아이들이 재미있게 집중하도
록 수업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고 그냥 간단히 체벌(폭력)로 아이들
을 잡으려고 하는 것이지요…… 지금은 아무리 결과가 좋아도 체벌이 정당화되
지 않습니다. 지금 이런 폭력 교사가 있다면 사람들이 “그 선생 새끼, 개새끼”
소리를 할 겁니다…

말하자면 우리 경찰이 “부득이”에 매달려 강제로 법을 지키게 하는 방법에만 의
존하면서, 수준 높은 지도 방법과 단속법을 개발하는데 소홀했다는 뜻이지요…
그러다 보니 지금은 “부득이” 단속하는 것이 아니라, 단속을 위한 단속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부득이”에 대한 판단도 권력을 쥔 쪽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인
정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과정이 정당한지, 그 과정이 많은 시민들이 보편적
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다수결)가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시
민 열이면 열 모두가 기분 나빠하는 단속법을 계속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
는 공권력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지적하였지요…

4. 시민 의식이 떨어지면 그럴 수도 있다는 말씀에 대해서…

고속도로에서 경찰이 과속 차량을 잡던 때가 있었지요… 쭉 뻗은 길에서 막 꼬
부라지는 곳에 경찰이 서있다가 스피드건을 쏘아 잡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사람
들이 재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 자리만 피하면 성질이 나서 또 과속하였지요…
과속하지 않은 차도 그 자리를 지나가며 경찰을 욕합니다. 불빛으로 마주오는 차
량에게 알려주기도 하고요… 독수리님이 그때 고속도로에서 차를 몰아 보셨다
면 그 기분을 아실 것 같습니다. 정상적인 단속이 아니라, 건수를 올리고 부수입
을 올리려는 단속이었지요… 독수리님 논리대로 라면 지금 고속도로에 과속 차
량 촬영 카메라만 설치해 놓아야 합니다. 운전자가 어디서 사진이 찍힐지 모른다
는 생각을 해야 속도 위반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식으로….

그러나 현재 고속도로에서는 우선 “속도 위반 차량 촬영 지역”이라고 정직하게
예고합니다. 그래도 규정 속도를 위반하는 차가 있으면 사진을 찍되, 위반 정도
가 지나친 차에 대해 범칙금을 물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절차를 탓하는 운
전자는 없습니다…. 경찰은 그런 정상적인 방법을 이용해야 국민들한테 신뢰받
습니다.

또 고속도로를 다녀 보면 차가 밀릴 때 갓길, 버스 전용 차선으로 다니는 차가
그전보다 아주 많이 줄었습니다.. 경찰이 법으로 강력하게 단속해서요? 천만에
요, 그런 식으로 아슬아슬하게 가보았자 얼마나 가겠느냐는 생각, 그런 짓을 하
는 차에게 보내는 경적 소리(시민 의식) 덕분이지요….

독수리님이 말씀하셨지요. 선진국 국민들은 서로 견제한다고요.. 제일 좋은 것
은 스스로 깨닫는 것이라고도 하셨습니다.. 지금 시민들은 그렇게 변하고 있는
데, 경찰은 아직도 “어디서 경찰이 튀어나올지 모르면 시민들이 법을 지킬 것”이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람들끼리 상의하
여 바로 잡아야지, 독수리님은 사람을 제쳐놓고 너무 법에 매달리는 것은 아닌지
요?

5. 끝으로

독수리님 글을 읽으며 기분 나쁜 곳이 있었으나, 제가 대답을 들으려고 자극적
인 단어를 넣었듯이, 독수리님도 저를 자극하려고 쓴 것으로 보겠습니다.. 말하
자면 말꼬투리를 잡아 논쟁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오늘도 묵묵히 일하는 경찰
들이 많습니다.. 우리 집안에도 경찰이 있습니다…. 사람들 삶은 지고지순을 목
표로 합니다. 이 정도면 되었다는 것은 자기 위안이지요….

그러므로 우리 나라 교사 같은 사람이 어디 있냐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
다고 봅니다. 모든 교사가 성실한 교사가 될 때까지 계속 비판하고 자기 반성을
해야지요… 즉, 한두 경찰이 전체 경찰에게 욕을 먹이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
사실을 피하려 하지 말고 그 한두 경찰을 보면서 혹시 우리도 저럴 가능성은 없
었을까 하며 반성해야 합니다. 경찰을 비판하는 사람은 그만큼 경찰에 관심을 갖
고 잘되기를 비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