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자 비판하기 1 – 촌지
도올 김용옥이 텔레비전이라는 대중매체를 통해 동양학을 강의하면서 유명해졌지
요. 그런 김용옥을 비판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런 현상을 어떤 사람
은 “권력을 때리며 또다른 권력 만들기”라고 설명하대요.. 쉽게 말해 저명한 사
람을 때리면 금방 유명세를 탄다는 거지요.. 우리 동네 경찰관한테 대들면 별
거 아니지만, 경찰국장이나 내무부장관한테 대들면 대번에 뉴스를 타는 이치와
같습니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인물과 사상”이라는 월간지를 통해 조선일보를 비판하
고, 행동하지 않는 지식인과 서울대학교를 비판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분
은 그런 작업을 실명 비판이라고 하면서, 계속 해나가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동업자인 교수에게 욕을 많이 먹으며, 많은 지식인을 적으로 만들고 있
습니다. 물론 그런 강 교수를 시원해 하며 손뼉치는 사람도 많지요….
따지고 보면 우리 나라는 원래 선비 정신으로 비판에 익숙하던 나라였습니다. 그
런데 최근에 들어 일제 시대와 군인 통치 시대를 거치면서 비판 문화가 많이 사
라진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동업자끼리 비판하지 않고 침묵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 면으로 보면 요즘 한겨레신문과 대한 매일
이 조선/중앙/동아를 때리는 것은 이제는 그런 묵계도 깨지고 있다고 보아야지
요….
이제부터라도 서로 잘못을 일러주셔야 합니다. 교사도 교사를 비판하셔야 합니
다.. 고이면 썩는다는 말이 있지요.. 비판받지 않으면 반드시 썩게 마련이지
요… 제가 교사를 있을 때 내내 듣던 이야기가 “같은 교사끼리 그럴 수 있
냐?”는 말이었지요.. 설령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같은 교사니까 조용히 넘어가자
는 식이더라구요…
이런 문제를 그 동안 고생이 많았던 전교조 같은 조직에서 더 깊이 생각해 보아
야 할 겁니다. 사회에서는 고생하는 사람들이라서 그냥 덮어주던 부분도 많았습
니다. 그리고 같은 조합원이니까 서로 봐주던 부분이 있었지요… 그러나 이제
는 세상이 바뀌었으니, 서로 건설적으로 비판하여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
할 겁니다… 그러지 않으면 다른 묵은 조직과 똑같아집니다….
아래 글은 부천고에 근무하던 94년에 쓴 글인데, 그 때 하이텔 교사동호회에 올
렸더니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촌지를 챙기는 선생님과 개새끼
부천고등학교 교사 한 효 석
해마다 학기초면 일부 학교에서는 학급 담임을 서로 하려고 교사들간에 그 경쟁
이 치열하다. 교사들이 그러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으나 내가 근무하고 있는 부
천 고등학교 같은 경우로는 한 반 학생 모두가 최소한 4년제 대학에 진학하니,
교사들이 잘 가르치고 좋은 제자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길만하다.
그러나 이런 몇몇 학교의 예를 떠나 솔직히 표현하면 어떤 교사는 교육자적 양
심을 버리고 학부형들이 건네는 촌지에 관심이 더 크다. 전국적으로 초등, 중등
을 가리지 않고 아직도 많은 교사들이 촌지를 요구하고 또 학부형들이 미리 알아
서 건네고 있다. 일간 신문의 독자란에 투고된 글들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이제는 교사들도 끝내야 한다. 더 이상 학부형들에게 촌지를 요구하지 말라. 악
덕 기업인이 비리 공무원에게 건네는 검은 돈보다 교사들에게 건네진 봉투가 더
나쁜 이유는 그 사이에 학생이라는 인격체가 있기 때문이다. 학생으로서는 부모
와 담임의 은밀한 거래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다. 이내 그 모두에게 실망하
며 나아가 사회 전부를 불신하게 된다. 미숙한 학생을 바른 길로 가도록 도와주
는 사명을 지닌 교사가, 오히려 그 반대의 행동을 조장했다면 학생에게 진 죄는
하늘에 대고 천 번 만 번 빌어도 씻을 수 없다.
점심 한 끼는 괜찮다고 하는 교사도 있고, 구두 티켓 정도야 선물이라고 하는
교사도 있다. 그러나 수많은 교사들이 지금도 학생들에게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작은 선물이라고 가볍게 생각하던 교사도 시간이 좀더
흐르면 십만 원 정도도 선물로 생각하고 백만 원도 충분히 내가 받을만하다고 생
각하게 된다.
윤리나 도덕의 실천은 사탕 먹기에 비유할 수 있다. 처음에 한 개를 입에 넣었
을 땐 달고 맛이 있었지만 두 번째 사탕부터는 단맛이 덜하며 계속해서 사탕을
먹게 되면 단맛을 느끼지 못한다. 말하자면 처음 입 안에 넣었을 때 느꼈던 사탕
의 단맛을 잊게 된다.
선물과 뇌물은 금품의 크기와는 상관이 없다.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주고받은
사실을 남에게 알리고도 부끄럽지 않으며 떳떳할 수 있다면 선물이다. 담임이 학
년말에 생활기록부 정리를 소신껏 다 끝냈을 때 생각지도 않던 학생(부모님)이 2
월말에 건네는 물건은 선물이다. 반대로 그 금액이 아무리 작아도 주고받은 사실
을 다른 사람에게 숨기고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뇌물이다. 무슨 이름을 붙
이고 어떤 명분을 세워도 학기 중에 담임과 학생의 이해 관계가 지속될 때 오고
가는 금품은 뇌물이다.
남의 수 억 비리에 비겨 자신의 촌지를 합리화하지 말라. 돈봉투 받은 국회의원
을 욕하지도 말라. 그 큰 돈에 비해 이 정도는 괜찮다고 여기는 것은 수 억 비리
에 연관된 사람들도 생각한 것이다. 선생이니까 10만원이듯이 농협 중앙회장 혹
은 국회의원이니까 몇 억일 뿐이다. 도덕적으로 비난받기는 마찬가지다. 적을 앞
에 두고 등을 돌려 오십 보 도망간 병정이나 백 보 도망간 병사나 비겁하기가 똑
같다고 맹자님도 말씀하셨다. 불륜을 저지르고 도덕적으로 비난받는 남녀가 세상
에 우리보다 더한 놈도 많다고 항변하는 이치나 같다.
학부형이 기분 나빠할까봐 할 수 없이 받았다고 합리화해서도 안 된다. 그 돈
을 받아서 불우한 학생을 위해 썼다고 도덕적으로 죄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학급 공공의 경비로 썼느니, 책을 구입하여 교실에 비치했느니, 빵을 사서 학생
들에게 돌렸느니하며 합리화하지 말라. 내 주머니 돈을 털어서 그런 일을 해야하
는데 남의 돈으로 그런 짓을 하고는 자신의 심리적 부담을 덜 뿐이다.
우체국으로 달려가 등기편으로 촌지를 돌려주라. 돈을 건넨 학부형들을 부끄럽
게 해서 사회를 맑게 해야 한다. 잘못 되었으면 고쳐야지 돌아서서 엉뚱한 곳을
바라보는 척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에게 수업 시간에는 “이완용이 나쁜 놈이다.
전두환도 잘못되었다. 우리는 용기를 내어 불의에 맞서야 한다.”고 가르치고 교
사 자신은 잘못을 알면서도 싸우지 않고 피한다. 물론 이런 저런 핑계를 댄다.
웃기는 일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한 어린 학생들을 앞에 놓고 마치 재야
인사나 독립군이나 되는 것처럼 사회 비리를 성토한다. 실천하지는 못하고 자아
에 도취하며 입으로만 열변을 토하는 선생놈은 개새끼다. 1994.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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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1 :
한효석님 안녕하십니까? 대표 시삽입니다. 써놓으신 글을 읽었습니다. 물론 촌지
는 없어져야 할 문화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글에서 “선생놈은 개새
끼다”라는 부분은 좀 문제가 있어서 이렇게 메일을 드립니다. 같은 교사의 입장
에서 교사가 교사를 개새끼라뇨… 그건 좀…
그리고 그 란은 학생들이 상당수가 와서 보는 게시판이기도 합니다. 글쎄 그렇
게 써놓는다는 것은 제 얼굴에 침뱉기가 아닐는지요? 온라인 상에서 그러한 말씀
을 쓰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부탁을 드리는 것은요… 소
위 ××하는 말 부분은 수정을 하셔서 다시 올려주셨으면 합니다. 온라인 상에
서 서로 지켜야 할 기본 예절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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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2 :
한효석 님의 글 내용 중…. 촌지에 관한 견해에는 저도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문제는 효석님의 글에서 나타나는 통신 결례입니다.. 상당한 어휘들이 통신 예절
을 벗어났습니다.. 지나치게 저속한 언어 표현 속에서 머릿속이 혼란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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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3 :
담임은 정말 힘듭니다. 이것저것 엄청나게 힘들지만 저는 학부모님을 뵙는 일이
많이 힘듭니다. 특히 학부형 종회 때가 그렇고, 가끔씩 학교로 찾아온다는 연락
받으면 또 그렇습니다. 지금은 돈 안 받는 사람이란 소문이 쫘악 나서 아주 편하
지만요…. 1학년 때 우리반이었고 지금 정말 ‘불쌍하게도’ 또 우리반이 된 녀
석의 어머니가 재작년에 저한테 그놈의 촌지를 내밀다가 되게 당해서 1년내내 다
시는 학교를 오시지 않더군요.. 그러더니 저번 학부형종회때 오셔서 재작년에 학
교를 전혀 오시지 않아서 죄송하다고 막 그러시대요… 그분이 가고 나서 책상
에 앉았는데, 세상에, 책상 아래에 빵이랑 음료수들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다
른 선생님과 나눠 먹었습니다.. 학교 올 때 도저히 빈 손으로는 못 오시겠나봐
요… 촌지를 받으면서 기쁜 교사는 아무도 없습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촌지
는 결코 기쁜 마음으로 받을 수 없으니까요..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어떤 욕
이라도 다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욕먹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욕을 하는 것은 잘
못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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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제게 온 메일을 분류하면 아래와 같았습니다…
욕하는 것만을 문제 삼은 글(반응 1, 반응2) – 25%
옳다, 시원하다(반응3) – 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