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세요..
지난 1년 동안 많이 힘드셨지요? 지난 몇 년을 돌이켜보면 요즈음에는 어느 한
해 어렵지 않은 때가 없는 것 같습니다. 신문 표제어도 “격돌, 고통, 파장, 대
란”과 같이 공격적이며 거친 표현들이 많더군요. 나라나 개인이나 격변기에 살면
서, 지난 날 지녀왔던 가치관, 생활 방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변화란 언제나 있어 왔던 것이지요. 조선 시대 여인들이 낯
선 남정네들과 얼굴을 마주 대하고 말할 수 없었다고 하니, 지금은 오히려 남자
들이 여자들에게 주눅 들어 사는 시절이라고 해야겠네요. 며칠 전에는 초등학교
1학년인 자기 아이가 삼각 관계에 빠졌다고 어느 부모가 웃으며 고민하시더군
요. “어머, 우리 초등학교 때는 그런 것은 상상도 못했는데.”하실 겁니다. 물론
이렇게 웃으며 세상이 바뀌는 것을 알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가벼운 것 말고
지금 힘들어하는 것이 많으시다면 그것은 우리 세대가, 우리 사회가 미처 소화하
지 못할 만큼 세상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지금 변혁은 심리적 기
준 이상으로 바뀌었다는 뜻입니다.
얼마 전 팔순이 다 되신 어머니 앞에서 제가 무심코 “옛날 사람들은 농사 짓는
것 말고는 다른 큰 걱정은 모르고 살았을 거야”라고 했지요. 그리고 덧붙여 “지
금은 아주 힘들다. 지금 사람들이 너무 불쌍하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더니
어머니는 그런 소리를 하지 말라고 하시대요. 당신들 세대처럼 힘들게 살아온 세
대는 없다는 겁니다. 일제의 혹독함, 광복과 혼란, 육이오 전쟁에서 살아남기,
전쟁 폐허에서 다시 시작하기 등을 생각해 보라는 것이지요.
어머니 말씀이 맞더군요. 우리가 지금 힘들다고 해도 과거처럼 총 들고 서있는
군인 앞에서 눈치를 살피며 목숨을 구걸해야 하는 상황까지 간 것은 아니지요.
내 고뿔이 다른 사람 옘병보다 더 커보인다더니, 그러고 보니 우리는 지금까지
자기가 힘든 것만을 생각하며 산 셈이지요.
그래서 생각한 것인데요. 세상이 이왕 바뀌는 것이라면 어떻게 이 변화에 대처
할 것인지, 어떻게 이 변화를 주도할 것인지를 궁리하는 것이 현명하겠더군요.
이 시대의 고통을 나 혼자 지고 가는 것처럼 불평하지 말고 피하지도 말고, 기운
을 추스려서 “오냐, 너 한 번 붙어보자.”하고 다시 한 번 겨루어 보아야겠어요.
그래서 새해에는 평소 소원하시던 것을 절반만이라도 이루어 보자구요. 지금 많
이 힘들어하시는 분들, 지금 다른 분들도 모두 힘들어해요. 우리 다 같이 기운
을 내자구요. 잘될 겁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