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장례식 때 도와주신 분들께-한효석
안녕하신지요? 비가 뿌리고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계절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지
난 10월 26일 아침에 저희 아버님이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 우리 가족들은 그 슬픔과
가슴아픔을 이루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그 동안 아버님은 우리들의 큰 기둥으로서
즐겁고 건강하게 지내셨습니다. 아직도 우리들과 더 오래 같이 있을 수 있으려니 믿었
기 때문에 충격이 더욱 컸습니다. 그런 우리 가족들 슬픔을 덜어 주시려고 많은 분들
이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주셨으며,꽃과 전보와 전화 등으로 격려해 주셨습니다. 우
리 가족들이 황망함 속에서도 아버님 상을 무사히 치를 수 있었던 것도 모든 분들이
걱정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 아버님 한은교(韓隱敎)는 일제 강점기인 1913년 충북 영동군 심천면 부상리에서
태어나시어 1999년에 돌아가셨으니, 20세기를 한 몸으로 겪으며 사신 전형적인 한국인
인 셈입니다. 대한민국이 20세기에 들어 일본 침략, 삼일운동, 광복, 전쟁, 군사 쿠데
타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듯이, 아버님은 그 역사의 세월 속에서 농사꾼, 장사치, 노동
자, 공무원을 거쳐 평양역장 직무대리, 다시 노동자, 말년의 건축사업자에 이르기까
지 수많은 풍상을 치르고 사셨습니다. 그 험난한 세월 속에서 아버님은 한결 같이 한
가정을 지키려고 최선을 다하시면서 자식들을 가르치셨습니다.
우리 가족들이 힘들어 할 때 위로해주신 분들께 거듭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
은혜를 우리 가족들은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버님이 우리 가족들에게 항상 일
러주시던 ‘무슨 일이든지 최선을 다해라, 가족을 사랑하고 화목하게 지내라.’는 말씀
을 실천하며 살겠습니다. 그리고 가족 사랑을 이웃 사랑으로 승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
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먹고사는 것이 바쁠수록 살아 계신 부모님을 좀더 찾아 뵙고, 잔잔
한 추억을 만들어 두시기 바랍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에게 그런 시간이 많이 남아 있
는 것도 아닙니다. 가정에 웃음과 행복이 넘쳐 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십
시오.
1999년 10월 29일
유가족 대표 한 홍 석
유가족
자녀 한홍석, 영희, 봉석, 진석, 효석, 동석
사위 정진영
손 진수, 경아, 광수
손자사위 심재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