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제를 제대로 이해하자..
각 대학 채점 교수가 제일 먼저 지적하는 것은 학생들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수험생을 탓할 것이 아니라 대학 당국을 탓해야
한다. 문제를 쉽게 내어서 수험생들에게 제공하고, 그 대신 어떻게 자기 생각을 이성
적으로 드러내는가를 평가해야 논술 시험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문제를 파악하지 못해 잘 알고 있는 것을 드러내지 못했다면 논술 표현력
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국어 독해력(이해)이 모자란 것이다. 어느 대학에서는 심하
면 수험생 절반 정도가 논제에 맞지 않는 답변을 하고 있다니 학생들이 이 문제를 그
냥 무심히 지나칠 일이 아니다.
논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선 수험생들이 시험 문제를 무서워하지 말아야 한다.
2000년도 대학 입시에서 드러났듯이 각 대학에서는 앞으로 아주 쉬운 문제, 한 번씩
생각해 보았을 문제를 출제하려고 하고 있다. 이제는 논술 과외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될 문제를 출제할 것이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면 이해할 수 있는 문제를 낼 것
이다.
둘째로는 출제된 문제가 평소 못 보던 문제라고 하더라도 각 대학이 이상한 대답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험생들이 이런 문제를 정상적으로 이해하고 있을까를 묻
는 문제일 뿐이다. 즉 ‘못된 저의’를 깔아 비비틀어 묻지 않고, ‘제대로 알고 있
니?’를 묻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라도 논술을 혼자 연습하지 말고 여럿이 같이 공부하기 바란다. 혼
자 연습하게 되면 자기가 문제를 제대로 보았는지, 문맥의 흐름을 잘 잡았는지 판단하
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즉 주어진 문제를 글로 풀기 전에 친구와 문제를 상의하여 언
급할 방향을 말로 일단 정리해보는 것이 좋다. 만약 주어진 문제에서 불교, 장자 사상
이 지닌 의의와 한계를 거론하라고 하였는데 자기가 모르고 다루지 않았다면, 말로 정
리할 때 다른 사람들이 지적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