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사회를 조장하는 경기도교육청

제 목
닫힌 사회를 조장하는 경기도교육청
작성일
2002-07-16
작성자

닫힌 사회를 조장하는 경기도교육청

한효석(상도중학교 학교운영위원)

오늘날 같은 정보 사회에서는 누가 정보를 빨리 알고, 많이 갖고 있느냐에 따
라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빈부가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일간지에 실린, 빽빽한
증권 관련 숫자 속에서도 여러 정보를 정확히 종합하여 증권을 사는 사람은 돈
을 벌지만, 꿈자리를 믿고 대충 던지듯이 증권에 투자하는 사람은 돈을 잃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우리 사회 여기저기 닫힌 부분을 열어 정보를 서로 나누도록 하는 것이
나, 집안 살림살이가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컴퓨터를 사주어 정보 사회에서 소외
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은 그래야 우리 사회가 ‘진정한 민주 사회’로 갈 수 있
기 때문입니다.

과거 폐쇄된 사회에서는 통치자만 여러 정보를 쥐고 종합할 수 있었습니다. 일
반 국민은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를 몰랐습니다. 따라서 국민이 갖가지 정보를 공평하게 나누어 갖고, 그에 따른
이익과 기회가 골고루 분배되는 사회야말로 열린 사회이며, 민주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치를 알면 정부가 1996년부터 초중고에 학교운영위원회를 설치한 까닭
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즉, 지금은 정보를 쥐고 독재자처럼 무슨 일을 혼
자 결정하는 세상이 아니니, 민주 사회로 가려면 학교장은 학부모, 교직원, 지
역 인사에게 학교 정보를 공개하고 일마다 상의하여 결정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운영위원회는 누가 확인해도 좋을 만큼 학교를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
다. 그러므로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는 그 학교 학부모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방청
할 수 있다. 회의가 끝난 뒤 어느 누구라도 그 학교에 가서 회의록을 열람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을 학교운영위원회 관련 법에 규정하여 놓았습니다. 심지어 나라
에서는 운영위원들이 교장실에 모여 회의를 하면 많은 사람이 참석하지 못하고
일반 학부모가 불편해 하니, 교장실보다 넓으며 마음 편한 곳에서 회의를 하라
고 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도 과거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열린 사회, 민주 사회로 가기
를 거부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6월 D고교 학교운영위원장이 폐쇄
적인 학교장 편을 들어 학부모에게 보낸 가정통신문을 보면 아주 기가 막힙니
다.

“공고. D고교 학교운영위원회 방청을 희망하는 분은 학교운영위원회 일정 공고 5
일 전에 학교운영위원장에게 인적 사항을 문서로 제출, 허락을 얻은 후 방청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학교일보다 더 큰 일을 논의하는 국회나 시의회도 5일 전에 일반인에게 인적 사
항을 적어내고 허락을 받으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D고교 학교운영위원
장은 일반 학부모가 회의를 방청할 수 있는지 자기가 판단하여 제한하겠다고 합
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이런 불법을 시정해주어야 할 경기도교육청도 불법을 시
정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귀하께서 질의하신 대로 D고교에서 회의 방청에 관한 세부 사항을 사전에 공고
한 것은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하여 참석 인원 및 회의실 규모 등을 감안한 것으
로 사료되므로 혜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경기도교육청이 멀리 떨어져 있는 학교운영위원장(또는 학교장) 속마음을 어찌
그렇게 훤히 알고 따뜻하게 이해해 주는지 놀라울 뿐입니다. 위원장 공고가 불법
이지만 학부모 네가 이해하고 참고, 원래 그러려니 여기라는 것입니다. 학부모
가 또 얼마나 더 기다려야 경기도교육청이 다음과 같이 답변할까요?

“D고교 학교운영위원장이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방청인을 제한하여 학교운영위
원회 설치 목적을 부정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D고교에 불법을 시정하라고 지
시하였으며, 이와 비슷한 일이 다른 학교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각 초중고에 연락
하였습니다. – 경기도교육청 학교운영위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