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의한다, 고로 존재한다

제 목
나는 항의한다, 고로 존재한다
작성일
2002-07-20
작성자

나는 항의한다, 고로 존재한다

한효석(부천 상도중 학교운영위원)

인터넷 문화가 널리 퍼지면서 네티즌이 쉽게 글을 올릴 수 있는 자유 게시판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게시판에 올린 글을 보면 과거에는 적당히 넘어갔던 일들
이 오늘날에는 예사로 폭로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지요. 예를 들어 요즘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전교 학생회장 선거에 교감이 개입했다
고 그 학교 교사가 폭로한 글 때문에 열기가 아주 뜨겁습니다. 그런 일을 두고
한쪽에서는 글쓴이를 격려하며 비리를 폭로하는 용기를 칭찬하지만, 다른 쪽에서
는 조용히 해결할 수 있는데 여러 사람에게 공개하여 일을 크게 벌인다고 비난하
기도 합니다.

그러나 해방 이후 지금까지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기득권 쪽에서 위법 사실을 자
기가 알아서 정상적으로 되돌리거나, 스스로 깨달아 불법을 시정한 적은 거의 없
습니다. 오히려 탈법과 불법을 강행하다가, 그런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도 대충
넘어가려 하고, 저항이 거세지면 그때서야 마지못해 물러섰을 뿐이지요. 오죽하
면 성인 간디는 “우리가 허리를 굽히면, 상대방은 등을 탄다.”고 말했을까요?

노예 해방 이후 미국 헌법에서는 흑백인종 분리와 백인 우대를 불법으로 규정하
였으나, 1960년 초반까지도 각 주와 시 당국은 버스에서 백인을 앞자리에 앉히
고 뒷자리에 흑인을 앉혔습니다. 앞자리가 비어 있을 때 흑인은 서서 가야 했지
만, 앞자리가 모자라면 뒷자리 흑인을 일으켜 세우고 백인을 앉혔습니다. 흑인들
이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중심으로 비폭력을 주장하며 이런 불법에 항의하고, 마
침내 몇 백년 동안 지속되어 온 인간 이하의 대우를 끝장냅니다. 물론 불법에 항
의하며 흑인들이 겪는 고통은 아주 엄청나게 컸습니다.

이렇게 힘없는 사람들이 자기가 겪어야 할 고통을 감내하면서 불법에 맞서는 것
은 두드리지 않으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약자가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은 불법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
야기해보자고 강자에게 신호를 보내는 셈입니다. 강자가 약자를 막무가내로 무시
하고 있는데도, 약자가 훨씬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셈이지요. 결
국 폭로는 강자를 골탕 먹이려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바로 잡으려는 행위입니
다. 그러므로 불법을 묵인하는 사람은 점잖은 사람이 아니라, 다가올 고통을 두
려워하며 현실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는 사람일뿐입니다. 불법에 항의하고 비판
하는 사람은 자신과 이웃을 사랑하며, 다른 사람과 맺는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설령 지금 우리들이 비판하는 것과 비판받는 것에 익숙지 않다 해도, 비
판이 머잖아 우리 사회의 문화로써 보편적인 모습이 되리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므로 어쩌다 학교와 집안, 나라의 비리가 온 천하에 공개되어도 명
예를 잃는 수치로 보아서는 안 됩니다. 잘못을 바로 잡아가는 떳떳한 과정이며
당당한 고통이지요. 무슨 일에서든 사람들이 자유로이 말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
큼 우리 사회가 밝고 깨끗해지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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