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푸를 보이콧하자
노동과세계 202호
이 글을 읽는 모든 이에게 한국까르푸를 보이콧할 것을 호소한다.
까르푸는 프랑스계 다국적 유통기업이다. 프랑스의 선진적 유통경영 노하우로 한
국에 진출한 이 기업은 한국 노동자들을 경멸하고 노조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
다. 노조가 결성된 지 5년을 넘겼는데 아직 노조사무실도 없고, 따라서 연락처
도 없다. 까르푸 경영진이 노조와 단체협약 맺기를 계속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
다. 노조가 유명무실한 존재일 때 경영진의 횡포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까
르푸는 보여주고 있다.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으로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도둑 취급
하기 일쑤이고, 노조 간부들에 대한 부당해고, 전직을 강요하면서 노조 탄압을
일삼으며, 차등급여와 일부 노동자에 대한 특진 등의 교활한 방식으로 노동자 사
이를 이간질하고 위화감을 조성하면서 노조탈퇴 공작을 집요하게 벌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납품업자들을 등쳐서 매년 엄청난 이윤을 챙긴다.
앞선 경영기법에 악랄한 노무관리
이와 같은 까르푸의 행태는 다국적기업이 어떤 것인지 말해준다. 경영은 선진적
이지만 노사관계는 진출한 나라의 낙후한 점을 최대한 악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
해, 한국까르푸의 노사관계는 한국에서 법적으로 용인(똘레랑스)될 수 있는 것
과 안될 것의 한계지점에 항상 자리잡는 것이다. 이 노하우는 과거 그들의 식민
지경영 수법과 닮았다. 식민지 사회구성원들 사이를 분열시키고 원주민의 낮은
정치사회의식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과거에 식민주의자들이 원주민들을 연
구하여 식민지에 따라 서로 다른 경영기법을 펼쳤듯이, 오늘의 다국적기업 또한
진출한 나라의 노사관계법, 구성원들의 정치사회의식 등을 연구하여 각기 다른
노무관리를 펼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 일본, 독일
에서 미군의 지위가 각각 다른 것과 같다.
가령 일본 어민이 미국 잠수함에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엔 미국정부의 정중
한 사과가 따르지만, 한국 여중생을 치여 사망케 하고도 사과조차 하지 않는 미
국의 행태와 한국까르푸의 행태는 서로 만나는 것이다. 까르푸가 본국 프랑스에
서는 물론 다른 진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노동자 경시와 노조탄압 행위를
버젓이 저지르고 있는 배경이 이와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바로 프랑스의 노동자들에게서 배우는 것이다. 까르푸가 한국의 허술한 노동관계
법을 악용하여 악덕기업이 되었다면, 우리는 프랑스 노동자들에게서 보이콧 운동
을 배워 소비자운동과 노동운동을 연계시키자. 노동자는 시민이며, 시민은 곧 소
비자다.
불매운동은 ‘노동의 존엄성’ 지키는 일
재작년에 프랑스 제1의 유류가공 식품업체인 다논이 엄청난 이윤을 내고도 더 많
은 이윤을 내기 위해 빵 공장 두 곳에 대한 구조조정을 발표했을 때 프랑스 노동
자들은 연대하여 다논 불매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이 불매운동은 실천에 어려움
이 따랐다. 제조업종이라는 점 때문이다. 다논 불매운동은 결국 스위스계나 미국
계 상품을 대체 구매해야 했는데, 다논의 판매량 하락은 생산량 하락을 불러 또
다른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까르푸 불매운동에
는 이런 어려움이 따르지 않는다. 또 한국 노동총량으로 볼 때 이익이 된다. 까
르푸의 판매량이 줄면 비정규직을 줄일 터인데 그러면 다른 할인점에서 고용이
늘어난다. 새로 취업하는 사람들은 까르푸보다 적어도 20% 이상의 임금을 받게
된다.(현재 까르푸의 임금은 다른 할인점보다 20% 이상 적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간과 노동의 존엄성을 지키지 위해 우리는 까르푸를 보이콧해야 할 것이다.
보이콧은 본디 아일랜드 농민들을 등쳐먹었던 영국인 중간 착취자(마름)의 이름
이었다. 마침내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아일랜드 농민들이 보이콧을 배척한 데
서 이 말이 태어났다. 까르푸는 프랑스말로 ‘십자로’란 뜻인데, 앞으로 한국에
선 보이콧과 같은 뜻이 되도록 하자. 우선 60만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앞장서서
한국 땅에서 “까르푸를 까르푸하자”가 “까르푸를 보이콧하자”의 뜻으로 정착되도
록 하자. 한국 노동자들의 인간적 존엄성과 노조를 우습게 여기는 현대판 프랑
스 식민경영자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