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과 주둥아리
입과 주둥아리
한 효 석
사람들은 말을 막 하는 사람에다 대고 ‘주둥아리 함부로 놀리지 말라’고 하더군
요. 사람 신체를 입이라고 하지만 새는 부리라고 하는데, 주둥아리는 부리를 상
스럽게 표현한 말입니다. 그러므로 주둥아리를 함부로 놀리지 말라는 것은 함부
로 쪼아대지 말라는 뜻입니다. 함부로 쪼아대면 죽기 때문입니다.
제가 집에서 닭을 키웁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여러 수탉이 한 닭장에 있으
면 반드시 싸워서 자기들끼리 서열을 정하더군요. 부리로 상대방 벼슬을 쪼으면
살점이 떨어져 나갑니다. 그렇게 피를 뚝뚝 떨어뜨리며 싸우다가, 한 놈이 꽁무
니를 빼고 달아나야 싸움이 끝납니다. 그리고 그 수탉들은 헤어질 때까지 그 서
열을 유지합니다.
이때 상처가 있는 닭은 상처가 아물 때까지 다른 닭장에 옮겨 놓는 것이 좋습니
다. 어느 한 닭이 그 닭에게 관심을 갖는답시고 그 뾰족한 부리로 상처를 건드리
면 상처가 더욱 커집니다. 일단 여러 닭이 그 상처를 주둥아리로 쪼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상처가 커지고 결국 하루도 안 되어 죽습니다. 사람들에게 주둥아리를
함부로 놀리지 말라고 하는 것은 그러다가 상대방을 죽이기 쉽다는 경고를 담은
말이었습니다.
닭은 먹이를 찾아 하루 종일, 죽을 때까지 땅바닥을 쪼아댑니다. 그러므로 부리
는 뾰족하게 생긴 대로 대상을 쪼아댈 수밖에 없습니다. 닭의 의지와 상관이 없
습니다. 사람들 중에는 입을 달고 있으면서도 주둥아리로 사는 사람이 있습니
다. 무슨 일이든 그런 사람이 관여하면 상대방을 사정없이 쪼아대는 쪽으로 몰
고 갑니다. “잘 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내 그럴 줄 알았어.”같이 상대방
을 안 되는 쪽으로 내몰면서도 겉으로는 관심과 사랑인 것처럼 포장합니다.
그러나 같은 입인데도 들짐승은 다릅니다. 새끼를 낳고 혀로 새끼 몸을 핥아줍니
다. 상처가 심해도 혀로 핥지요. 그러므로 들짐승이 상대방을 혀로 핥는 것은 더
러운 것, 비위생적인 것을 순결하게 하는 과정입니다. 상대방을 진정으로 위하
지 않고서는 쉽사리 자기 자신을 던지기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인지 애완견들이
주인을 좋아할 때도 주인 몸을 혀로 핥습니다. 언제든지 당신을 위해 나를 던지
겠다는 약속이랄 수 있겠지요.
우리는 이 세상을 살면서 동료로서, 배우자로서, 친구로서, 부모자식 사이로서
상대방을 서운하게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자기 자신을 이해시키고
상대방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주둥아리를 놀려 상처를 키워서는 안 됩니
다. 내가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데, 어느 누가 나를 위해 상처를
보듬어주겠습니까? 말하자면 입이 되어 살 것인지, 주둥아리가 되어 살 것인지
는 뻔한 것 아니겠습니까? 실천하지 못하는 것뿐이지요. 사람은 원래부터 입을
달고 태어났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