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이가 다 귀한 아이입니다
모든 아이가 다 귀한 아이입니다
한효석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무슨 일이든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하지요. 그런데 무
슨 일이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을 때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무슨
일을 시킬 때 말을 마치기 무섭게 바지런하게 끝내는 애가 있고, 반대로 남보다
한 박자 늦게 마무리하는 애도 있습니다. 어른들 판단으로는 대부분 바지런한 애
에게 점수를 더 줄 겁니다.
그러나 어떤 때는 한 박자 늦은 애가 더 귀여울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
난 겨울방학 때 중국에 어학 연수 갔을 때였습니다. 우리 일행이 동시에 쓰기에
중국 기숙사 세면장이 너무 좁다고 느꼈지요. 그래서 남학생, 여학생으로 샤워하
는 시간을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아침 세수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일단 부딪쳐
보고 고민하자고 마음먹었지요. 그런데 막상 아침이 되니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
습니다. 모든 사람이 세면장을 동시에 쓰기에 좁을 뿐이지, 시차가 생기니까 자
연스레 해결되더군요.
바지런한 아이는 다른 애들이 세면장에 몰려들기 전에 세면장을 이용합니다. 보
통 아이들은 남들이 세수할 때 같이 세수하겠지요. 그리고 한 박자 늦은 아이는
늦은 대로 부지런히 씻습니다. 어떨 때는 너무 늦어 눈곱만 떼고 식당으로 가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런 아이는 아이대로 밥 먹은 뒤 잠깐 씻고 교실로 갔을 겁
니다. 말하자면 모두 똑같았으면 세면장이 복잡했을 텐데, 바지런한 아이가 있
고 굼뜬 아이가 있으니까 세면장 좁은 것이 일이 되지 않았지요. 그래서 옛날 어
른들이 ‘똑같으면 못 산다’는 말을 하셨을 겁니다.
사람들은 대개 남과 비교되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러면서도 어른들은 한 가지
기준으로 아이들을 비교하고 평가하여 우열을 가리지요. 따지고 보면 저마다 타
고난 소질이 다른데 우열을 가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자기 소질을 제
대로 찾아주기만 하면 그 분야에서 다 우수한 아이들일 텐데 말이지요.
그러니 이 아이는 이 아이 기준으로 보아야지, 이 아이를 다른 아이 수준으로
보아서는 안 됩니다. 어떤 아이가 노래를 못 부를 수 있는 것처럼, 어떤 아이는
공부를 못할 수 있다고 보셔야지요. 그 대신 이 아이가 다른 아이와 무엇이 다를
지를 생각하여 무엇을 잘 할 수 있을지를 찾아주셔야 할 겁니다. 다양한 사람들
이 모여 사회를 만들고, 이리저리 짝을 맞추어 굴러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사람마
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것이 오히려 고마운 일이지요. 알고보면 아이들은 내내
그 곳에 있을 뿐이었는데, 다만 어른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이쁘게
도 얄밉게도 보인 것뿐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