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희망을

제 목
군대에 희망을
작성일
2003-08-8
작성자

군대에 희망을

한효석

우리 나라 전의경과 군인들이 지금 상급자들의 각종 폭력에 시달리고 있답니
다. 드러난 것만 한 해에 수백 건이고 구타에 시달리다 자살한 이도 여러 명이라
고 합니다. 심지어 그곳에서는 동성끼리 성추행도 벌어지고 있다니, 지금 우리
전의경과 군인은 비이성과 폭력으로 겨우 운영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러시아 군대에서 벌어지는 폭력이 우리 나라에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하급자 길들이는 광경을 상급자가 자랑삼아 비디오로 찍었는데 그 필름이 러시
아 전역에 공개된 것이었지요. 잔뜩 겁먹은 신출내기들이 땅바닥을 기어다니고
상급자에게 매맞는 광경이 너무 끔찍해, 아들을 군대에 보낸 러시아 어머니들의
애간장을 태웠습니다.

정부에서는 폭력 신고 센터를 개설하고, 정신 교육을 강화하며, 폭력 사건이 발
생하면 지휘관을 문책하고 폭력 가해자를 엄벌하겠다고 합니다. 러시아 정부가
폭력을 근절하겠다고 발표한 대책과 비슷하지요. 그러나 지금도 러시아 군대에
폭력이 남아 있다고 하니, 우리 정부에서 발표한 대책으로 폭력이 궁극적으로 해
결되지 않을 겁니다.

따지고 보면 나라에서 징병제를 실시하여 젊은이들이 원하지 않아도 군대를 가
야하며, 군대에 근무하는 대가로 한 달에 몇 만원을 주기 때문에 폭력이 난무하
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부에서는 폭력의 원인을 엄밀히 따져 보지 않고 돈 안들
이고 폭력을 뿌리 뽑겠다는 식이니, 하급자를 때리면 엄벌하겠다는 대책밖에 없
습니다.

군대는 원초적으로 폭력을 가르치는 곳입니다. 질서와 정의라는 이름으로 상대
방을 제압하거나 죽이는 것을 합법화하는 곳이지요. 그런 곳을 본인이 원하지 않
는데도 가야하니 기쁨이 있을 수 없지요. 그리고 돈을 많이 주는 직장이라서 열
심히 근무해야 하는 곳도 아닙니다. 지금은 펄펄 뛰는 개인의 개성과 창의를 한
정된 공간과 빡빡한 규율에 맞추어 끊임없이 죽여야 하는 곳이지요.

그러니 그럴수록 어떻게 해야 젊은이들이 남에 대한 배려와 국가에 대한 헌신
을 깨달을 수 있을지를 찾아보아야 합니다. 말하자면 군대가 썩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곳이어야 하지요. 그렇지 않으면 다른 선진국
처럼 모병제로 바꾸어 월급을 많이 주는 곳이라서, 군대를 직장으로 생각하고 군
대에 가고 싶은 젊은이들만 가게 하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