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출논제의 특징
2003년 07월 16일 한겨레21 제468호
포장지만 좋으면 뭘 해?
[논술길라잡이]
최근 논술 출제 경향은 어떠한가
…독해력·기본기·나만의 생각이 중요
<최근 기출 논제의 특징>
1. 개념 비교형이 부쩍 많이 나온다.
이건 최신형이야. 한 가지 개념에 대한 여러 가지 견해를 제시문으로 내놓고는,
그에 대한 자기 견해를 논하라는 식이지. 그런데 이놈의 개념들이 장난이 아냐.
대표적인 몇 가지를 보면 ‘시간’(2003 연세대 자연계), ‘이미지’(2003 연세
대 인문계), ‘앎’(2003 고려대), ‘노동’(2003 서강대), ‘타인의 시선’
(2003 이화여대), ‘쾌락’(2002 서강대), ‘소유관’(2001 고려대) 등이 있어.
논술뿐만 아니라 구술에서도 ‘공리주의’를 언급하는 경우(2003 서울대)가 있더
구먼.
2. 영어 지문형이 꽤 늘었다.
영어 지문을 주고 글을 쓰라거나 말하라는 건 이제 거의 상식이 됐어. 그런데 이
건 그렇게 힘들진 않아. 영어 독해에 주안점을 두어서인지, 문제 자체는 기본 주
제를 벗어나지 않으니까.
3. 고전적 주제는 늘 중요하다.
세계화, 근대화(합리화·과학기술), 정보화, 인생관(특히 운명관) 등은 10년째
빠지지 않고 나오는 주제들이야. 또 앞에서 말한 새 유형도 따지고 들면 결국 이
것과 다 통하게 돼 있으니까,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건 고전적 주제들이야.
4. 독해력을 요구한다.
논술 지문이야 원래 길었지만, 요새는 구술조차 긴 지문을 달고 나오는 경우가
많아. 시사 문제 도 이전까지는 사실 관계만 파악하면 충분했는데, 지금은 그것
이 안고 있는 심층적 문제까지 파고들기를 요구하더라고.
<어떻게 대비할 건가>
1. 관건은 독해력이다.
독해에서 관건은 상대방 견해의 핵심과 그 근거야. 비판해보라면, 별것도 아닌
걸 붙들고 늘어지는 경우가 많더라고. 그건 비판이 아냐. ‘당신 주장은 틀렸
소’가 아니라, ‘이러니 이런 주장밖에 못하는 것 아니요’라고 해야 하는 거
야. 어떤 사건에 대한 어떤 주장을 대하든 간에 일단 뭔가를 봤으면 주장과 논거
를 파악하는 습관을 들여야겠지
2. 기본기가 중요하다.
새 유형이 나온대도 여전히 중요한 건 고전적 주제야. 그게 다 새 유형하고 통하
는 거니까. 그러니 쓸데없이 어려운 것 읽으려 말고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
차근 다루자구.
3. 최신 유형에 대처하는 방법
최신 유형은 프랑스 바깔로레아(BAC) 교재가 택하고 있는 서술 형식과 아주 흡사
해. 이런저런 개념을 다양한 관점에서 정리하고 필자의 견해를 내놓는 방식이
지. 그런데 내 생각엔 지금 우리 아이들 수준으로 바깔로레아를 소화하기란 무리
라고 봐. 그 교재들은 너무 압축적이거든. 그래서 말인데, ‘○○에 관한 10가
지 성찰’이나 ‘○○은 언제나 정당한가’는 식의 제목을 달고 나온 책들이 차
라리 편할 거야.
4. 매끈한 글쓰기는 금물!
제발이지 부탁인데, 번들거리기만 하는 글은 쓰지 말아 줘. 포장지만 좋으면 뭘
해? 늘 듣던 말, 개나 소나 다 하는 말(글) 정도라면 아예 안 하는 게 나아. 상
대방 주장의 핵심을 건드는 글, 뭔가 나만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담긴 글을 쓰잔
말여.
우한기 | 광주 플라톤 아카데미 논술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