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17.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와 싸웠는데…

제 목
문제17.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와 싸웠는데…
작성일
2000-03-8
작성자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와 싸웠는데, 옷도 찢어지고 코피를 흘리며 집에 돌아 왔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① 왜 싸웠냐?
② 바보같이 맞고 다니냐?
③ 맞는 쪽이 차라리 뱃속 편하다.
④ 그 애가 누구냐? 그냥 놔두지 않겠다.

해마다 설날과 추석이면 ‘민족의 이동’이 되풀이됩니다. 열 몇 시간을 길거리에 쏟
고 고향에 도착하여 한 이틀 머물다가, 다시 길거리에 열 몇 시간을 쏟고 생활 터전으
로 돌아옵니다. 그래도 고향에 다녀오면 뭔가 든든합니다. 옛날에 우리가 자라던 고
향 같지는 않아도 역시 고향 인심이 푸근합니다.

시골에서는 큰 애, 작은 애 할 것 없이 다함께 어울려 놉니다. 큰 애는 큰 애 몫을
하고, 작은 애는 작은 애대로 제 몫이 있습니다. 어떤 때는 나이가 많으면서 지능이
떨어지는 애도 있지만 그 애는 그 애대로 제 몫이 있죠. 심지어 강아지·송아지도 함
께 어울려 노는 데 한 몫을 합니다.

시골에서는 주로 농사를 짓기 때문에 대자연의 순리가 사람을 지배합니다. 아이들이
모여 편싸움을 하다가도 소나기가 쏟아지면 싸움을 끝냅니다. 그리고 이내 서로 손잡
고 무지개를 보다가, 개울로 달려가 넘실대는 물줄기를 구경하였습니다.

말하자면 삶의 커다란 줄기는 대자연이었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대자연 속
에서 시골 사람들은 잘나면 잘난 대로, 못나면 못난 대로 이웃과 서로 의지하며 공동
운명체로 살았던 것입니다.

이에 비해 도시 문명은 농사짓는 것이 본업이 아니며, 오히려 대자연의 순리를 극복
하려는 성격이 강합니다. 그리고 하나에서 열까지 사람들이 일구어낸 터전이라서 사람
들이 만든 기준이나 가치가 주인 행세를 합니다. 그런 탓인지 사람들 놀이도 개인적
인 것이 많으며, 소나기가 도시 아이들 생활에 큰 영향을 주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도시 문명이 한없이 편리한 것 같지만, 그 편리함 못지 않게 도시
문화는 위협적이고 공격적입니다. 사람들이 대자연의 순리보다 사람들끼리 정한 약속
을 지키며 살고, 그 기준에 따라 사람들이 도시 생활에서 떨려나지 않으려고 서로 경
쟁하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을 밀어내다 보니 강자와 약자가 생겨납니다. 그리고 약한 사람일수록 도시를
냉정하고 삭막하게 느낍니다. 명절날 도시 사람들이 그 고생을 하며 고향에 가고 부모
를 뵙는 것도 잠깐 동안이나마 삭막한 경쟁에서 벗어나, 지친 심신을 충전하려는 몸부
림인 셈이지요.

그렇게 보면 요즘 아이들이 아주 불쌍한 애들이죠. 친구들끼리 서로 경쟁하면서 도
시 문명이 제시하는 기준을 넘어야 합니다. 항상 최고·최대를 추구해야 하니 아이들
이 대개는 공격적이고 충동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때는 친구 잘되는 것
을 속상해 하기도 하고, 나보다 약하다 싶으면 그냥 놔두지 못하고 집적댑니다.

그런데도 어른들이 ‘두레, 풍물’ 같은 우리 공동체 문화를 못나고 부끄러운 것으로
여겨서 멀리해 왔고, ‘햄버거, 피아노’ 같은 개인적인 문화를 전부인 양 아이들에게
가르쳐 왔습니다. 말하자면 ‘빨리 빨리’나 ‘자기 잘난 맛’은 참다운 우리네 모습이 아
니었습니다.

경쟁에서 궁극적인 승리자가 없으니, ‘더불어 사는 법’을 일러주어야 도시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우리 아이들이 도시에서도 사람 냄새를 느낄 것입니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선진국 시민 사회가 이웃 간 유대를 다지는 것도 결국 더불어 살아야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지요.

답. ① (우선 갈등의 원인을 알아보십시오. 이때 부모가 한쪽 이야기만을 듣고 사태
를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되도록 상대 쪽 처지에서 물어야 아이가 사태를 객관적으
로 봅니다. 특별하다고 할 만한 상처가 아니라면, 모르는 척하고 아이에게 모든 것을
맡기십시오. 부모 생각을 섣불리 드러내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