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50. 아이가 피아노 학원에 안 간다면…

제 목
문제50. 아이가 피아노 학원에 안 간다면…
작성일
2000-03-24
작성자

문. 부모님이 정한 영어(피아노, 수학 등) 학원을 아이가 걸핏하면 빠지려고 합
니다. 학원에 갈 때마다 잔소리를 하고 소리를 질러야 겨우 발길을 떼어놓습니
다. 그래도 계속 보내시겠습니까?
① 애를 위해 보낸다.
② 싫으면 관둬라.
③ 당분간 쉬었다가 얼마 뒤 다시 가라고 한다.
④ 아이가 원하는 학원에 보낸다.

요즘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욕심껏 잘 키우고 싶어하지요. 서점 여기저기에 아이
를 잘 키울 수 있는 비법을 담은 책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세속적으로 성공한
아이의 부모가 쓴 책들입니다. 그 책들을 읽어보면 그 부모도 대개는 보통이 넘
습니다. 강인한 부모가 훌륭한 아이로 키운 셈이지요.

그래서인지 요즘 부모들도 점점 독해져 갑니다.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남보다 강
하게 키우려니 자기부터 독해지는 셈이지요. 사자도 제 새끼를 낭떠러지에서 떨
어뜨리고 거기서 살아남은 놈만 키운다나요. 물론 집안에 아이라고는 하나둘밖
에 안 되니까 무엇이든 남달리 키우고 싶으시겠지요.

그러나 아이들 교육을 사자가 새끼 키우는 원리처럼 간단히 생각하시면 안 됩니
다. 소 새끼든 말 새끼든 대체로 짐승들의 새끼는 태어나자마자 혼자 서고 곧바
로 걷습니다. 사람 새끼는 1년이 지나야 겨우 발걸음을 뗄 뿐이지요.

그리고 만 여섯 살이 넘어 초등학교에 들어가야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합니다.
웬만한 개는 열다섯 살쯤이면 거의 모두 늙어 죽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열다섯
살이라고 해도 고등학교에 입학할 정도이며, 계속 배우는 과정에 있을 뿐입니
다.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시집가고 장가가면 부모님이 손 털고 물러서는 것도 아닙
니다. 그때부터 새로운 걱정거리가 또 생깁니다. 김치는 담갔는지, 애는 잘 키우
고 있는지, 집은 장만하는 것인지,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이런 것이 사람 사는 모습이고, 짐승과 다른 점이지요. 인간은 죽을 때까지 부
모·자식·형제·이웃들끼리 서로 의지하면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게 되어 있습
니다.

그런데도 부모님들은 ‘남보다 강해야 한다.’고 사자 새끼 키우듯 아이들을 자
꾸 내몰고 있습니다. 그런 부모에게 시달리는 만큼 아이들은 질겨집니다. 다른
사람과 따뜻한 인간 관계를 맺기는커녕 동물적 본능을 키우며 살아야 합니다. 이
웃을 공격하여 물어뜯고 친구한테 이겨야 하는 것으로 압니다.

말하자면 부모님이 ‘강하고, 뛰어나게’를 잘못 가르쳐, 아이들은 그 말을 ‘남
을 짓눌러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웃이며 친구를 모두 경쟁자로 보
게 됩니다.

이런 세상은 말이 좋아 사람들이 모여 산다고 하지, 밀림이나 다름없는 곳입니
다. 강한 자는 살아남고 약한 자는 죽는 원리로 살아야 합니다. 겉으로는 웃지
만 뒤로는 서로 불신하고 돌아서기가 무섭게 자기 잇속을 챙기기 바쁠 겁니다.
게다가 밀림에서 영원한 강자가 있을 수 없으니 결국 모두 낙오할 수밖에 없습니
다.

우리 아이들이 모두 승리하여 더불어 사는 길로 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이제는
아이들이 이웃과 친구를 사귀고 세상을 두루 둘러볼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
다. 하기 싫어하는 애들을 짐승 다루듯이 내몰아 피아노 학원이며 속셈 학원으
로 보내시면 안 됩니다.

부모가 드셀수록 그 기세에 눌려 오히려 자식들이 제대로 성숙하지 못합니
다. ‘어째 이런 애가 있을까?’가 아니라 ‘내가 이런 애로 만들었구나!’하고 나중
에 부모님 자신을 탓할 때가 있으실 겁니다. 그 때는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습
니다.

답. ④ (어떤 유명한 운동 선수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때려 가며 가르친 것이
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키우면 성공한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모든 아이를
그런 방식으로 키울 수 있다고 봅니까? 확률이 얼마나 됩니까? 그 운동 선수가
과연 성공한 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