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45. 아이가 막노동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면
문. 아이가 제 스스로 컴퓨터를 장만할 돈을 마련하려고 건축 공사장 막노동 보
조로 가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① 학생 때는 공부나 하라고 타이른다.
② 기특하다고 칭찬한다.
③ 네가 알아서 하라고 놔둔다.
④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혼낸다.
80년대 초만 해도 교사가 시골에서 리어카를 끌고 아이들과 함께 삽질을 하면
굉장히 신기하게 바라보았습니다. 교사 같은 지식인이 막노동을 한다는 것이 신
기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그때 시골 노인들은 교사들의 부모가 농사꾼이고, 건
축 노동자며, 장사꾼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일 뿐이죠.
지금 40대 학부모들이 어렸을 때는 육체 노동이 생활의 일부로써 부모님 일을
당연히 거들어 드리는 행위였으나, 요즈음엔 아주 천한 것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집 아이가 아르바이트로 신문을 배달하겠다고 하거나 구두를 닦겠다
고 하면 대개는 그 집 부모님이 말리십니다. ‘뭐가 아쉬워서 그 짓을 하냐?’는
것이지요.
학교에서는 잘못에 대한 처벌로 아이들에게 육체 노동을 시키기도 합니다. 화장
실 청소를 시킨다든지 운동장 잡초를 뽑게 하지요. 그러니 아이들은 간단한 노동
도 보람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귀찮은 것으로 여깁니다. 나중엔 육체 노동
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벌로 하는 것이며, 많이 배우지 못한 사람이
나 하는 것으로 인식합니다.
가정과 학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회가 지금 육체 노동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궂은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우습게 압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직업으로써 육체 노동 하는 것을 숨기려 합니다. 사람들이 입으로는 ‘노동자가
흘리는 땀이 소중한 것이고, 땀흘려 일하지 않으면 …….’ 어쩌니 하면서도 자기
는 대개 그 일을 하지 않습니다.
사회적 직위가 오를수록 손가락 하나 움직이려 하지 않습니다. 궂은 일이나 힘
든 일은 당연히 아랫사람들 몫이라고 생각하지요. 나이 들어서도 자기에게 할 일
이 있다는 것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몸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 것을 대개
는 ‘팔자가 더러워 이 나이에도 이 짓을 해야 하나?’로 생각하죠.
모두들 책상에 앉아서 지시하는 우두머리만 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소질이
나 능력을 생각지 않고 어떻게 해서라도 자식들을 대학에 보내려 합니다. 어쩔
수 없는 애들이 실업계 학교로 가는 것이라 여깁니다. 직업을 일찍 가져 노동하
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상고생도 공고생도 기회만 닿으면 대학에
가려고 합니다.
아이엠에프 사태 이후 여기저기에서 그런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많은 대학생들이 각종 고시 공부에 매달리고 있고, 실업계 고교 졸업생
이 사무직에만 가려고 합니다. 아직도 손가락으로 까닥까닥 지시하는 직업을 출
세한 것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귀하고 천한 노동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 사는 방식이 모두
다른 것뿐입니다. 육체 노동이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정신 노동이나 육체 노
동이 모두 소중하고, 또 그게 서로 맞물려 돌아가야 개인이나 사회가 건강해집니
다. 소질과 능력에 따라 종사해야 할 직업이 다른 것뿐이지요.
물론 이것이 한때 우리 사회에서 땀흘려 일하지 않고 떼돈을 벌려고 했던 풍토
때문에 생긴 현상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살면 끝이 좋지 않다는 사실이 아이엠에
프 사태로 입증되었습니다. 영원히 갈 것 같던 재벌들이 지금 쓰러지고 있습니
다. 건전한 노동을 통해 돈을 번 것이 아니라 썩은 정부에 뒷돈을 대고 특혜를
받거나, 땅 사놓았다가 땅값이 올라 부자가 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위가 높아졌으니, 나는 많이 배웠으니 편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썩어갑니다. 개인이든 나라든 사람들이 책상머리에만 앉아
있으려고 하면 그 미래는 암담합니다.
답. ② (선진국 아이들이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쓸데없는 짓은 아닐 겁
니다. 그러므로 현재 생활 주기가 깨어지지 않도록 도와주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