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20. 아이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데….
문. 우리 아이가 ‘저녁 9시까지 들어오겠다, 동생과 죽어도 싸우지 않겠다.’처
럼 부모와 약속을 하고서는 번번이 그 약속을 지키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이리저리 핑계만 댈 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① 몇 번 참다가 야단을 친다.
② 불러서 알아듣게 타이른다.
③ 약속을 지킬 때까지 기다린다.
④ 아이와 상의하여 약속 기준을 다시 정한다.
두 사람이 서로 알고 지내면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일방적으로 질질 끌고 다니
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도 좋은 일로 만나는 것이라면 백 번 양보할 수도 있겠
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끌려 다니는 사람은 그럴 때마다 그런 관계를 정리하
려고 결심할 겁니다. ‘앞으로는 끌려 다니지 않을 거야, 그게 안 되면 그만 만나
야지.’하고 말입니다.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새해, 새 달이 되면 이런저런 다짐을 합니
다. 학생들 같으면 3월이 되어 학년이 바뀌면 또 새로이 각오를 다집니다. 말하
자면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크고 작은 일로 결심을 하고,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때는 하루도 못 가서 그 계획들이 무너지기도 합니다. 물론 그럴
때 사람들은 그 일을 아예 포기하거나 계획을 수정하기도 하고, 이번에는 지키
지 못했지만 다음에는 꼭 지키겠다고 내일을 기약하곤 합니다.
그런데 만약 다시 하기로 하였다면 결심한 그 순간부터 바로 실천하면 좋을 텐
데, 사람들은 대부분 ‘다음 주부터, 다음 달부터’로 또 미룹니다. 가령 담배를
끊기로 하였으면 그 순간부터 시작해야 할 텐데, 당장 끊는 것이 아쉬워 ‘이번
주까지만 피고, 다음 주부터 끊겠다.’고 말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그때 가
서도 또 다음 주로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번 시작만 하지 한 번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합니다.
따지고 보면 일요일과 월요일, 12월 31일이나 1월 1일이 그 이름을 뺀다면 시간
적으로 그다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 날은 그냥 많고 많은 날 중에서 이어진
두 날일뿐입니다. 그런데도 월요일이나 1월 1일이 되면 사람들이 새롭게 마음을
먹는 것은 그 날에 ‘시작’이라는 의미를 덧붙이기 때문입니다. 의미를 붙이기만
하면 이어진 두 날이 하루는 묵은 날이 되고, 하루는 새 날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무슨 계획을 세웠다면 오늘이 월요일이 아니더라도 자기 나름대로 오늘
을 ‘시작하는 날’로 잡으면 됩니다. 사람 사는 일이란 크고 작은 일에 상관없이
끊고 맺으며,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고 사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어른들이 ‘다음부터는, 다음부터는’을 되뇌며 같은 실수를 반복
하고 있습니다. 어떤 때는 ‘남들도 다 받아먹는데 무슨 일이 있겠나, 운전하는
데 술 한 잔쯤은 괜찮겠지.’하며 자신의 운명을 운에 맡기고 삽니다.
그러므로 이런 면에서 기성 세대가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곧 바로
실천하는 사람이 큰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일러주어야 합니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끊고 올바른 길로 가야 합니다. ‘다시는 과음하지 말아야지.’하
고 결심했으면 과음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니 실천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뭐든지 결심했으면 지금 당장 시작하십시오. 어른들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
고 묵은해나 새해가 똑같으면서, 아이들에게 ‘너는 왜 매일 그 모양 그 꼴이
냐?’고 야단칠 수는 없습니다. 이치를 알고 있는 성인이 시작과 끝을 구별하지
않고 대충 살면, 철없고 미숙한 아이들은 그것이 사람 사는 기준으로 알고 따라
합니다.
답. ④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지시한 것, 아이들과 약속한 것을 아이들이 지키
지 않을 때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아이쪽에
서 보면 부모의 기준에 맞추어 실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사
고 싶은 것을 남편이 못 사게 하면 아내는 그 물건을 친구에게 얻었다고 할 테
고, 비싼 것을 못 사게 하면 싸게 샀다고 거짓말을 할 겁니다. 그러므로 아이가
지킬 수 있는 수준으로 약속 기준을 낮추어주고 그 날부터 지키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