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52. 우리 아이가 친구때문에 나빠지는데…….

제 목
문제52. 우리 아이가 친구때문에 나빠지는데…….
작성일
2000-07-5
작성자

문. 우리 아이가 나쁜 친구와 노느라고 밤늦게 들어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
까?
① 똑 같은 놈들이니, 나가라고 내쫓는다.
② 그 애와 못 놀게 한다. 만나지 말라고 타이른다. 안되면 혼낸다(팬다).
③ 우리 애를 집밖으로 못나가게 한다. (외출 금지)
④ 그 애를 불러 설득하고, 안되면 혼내준다.
⑤ 그 애 부모에게 항의한다.
⑥ 그 애를 집으로 불러 대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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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다른 집 아이와 놀기 시작하면서 집에서 가르치지 않은 나쁜 짓을
하게 되면 부모님들은 대개 그 아이한테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아이 문제
로 학교에 오시는 부모님들은 한결같이 ‘우리 애가 원래는 착했는데 친구를 잘
못 사귀어 나빠졌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말이 맞는다면 앞으로는 다른 애들이 나빠진 우리 애와 사귀면서 나빠질 수
있겠군요. 그렇게 되면 과거에 내가 우리 아이 친구를 원망했듯이, 다른 집 부모
들도 우리 아이를 원망할 수 있겠군요.

그러나 교육학자들은 문제 학생 뒤에는 문제 친구보다 문제 부모가 있다고 주장
합니다. 부모가 자식 잘못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자식을 가르치는 방법이 잘못
되면 부모의 의지와 상관없이 아이들이 잘못될 수가 있다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따라하다 보니까, 결국 아이들이
부모의 잘못된 가치관 때문에 나빠진다는 것입니다.

설령 어느 반에 나쁜 애가 있다 해도 그 반 많은 애들 중에서 유독 우리 애만
그 아이의 영향을 받아 나빠진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왜 그 나쁜 아이의 영향을 받지 않았는지요? 반대로 생각해 보면 우리 애가 그
반에 있는 모범생의 올바른 행동은 왜 따라 하지 않는지요?

파랑새를 찾아서 멀리 갔다가 찾지 못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파랑새가 바로 우
리 집에 있더라는 동화를 기억하실 겁니다. 그 동화가 뜻하는 것처럼 주변에 있
는 친구, 동료, 친척, 이웃이야말로 우리네 삶에서 아주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너무 가까이 있어 그 참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말하자면 그 친구가 우
리 애에게 정말 좋은 반려자일지도 모릅니다.

예수도 처음부터 동네 사람이 알아주지는 않았습니다. 심지어 예수의 제자조차
예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스승을 배신하여 죽게 하였습니다. 그 제자는 예수
가 위대한 분이기는 하지만 성인으로서 인류에게 두고두고 존경받을 줄을 몰랐
던 것이지요. 반대로 자기가 두고두고 욕먹을 줄도 몰랐겠지요.

그러니 지금 우리 아이 친구가 모범생이 아니라고 해도 그 애를 함부로 욕하지
마세요. 부모가 재고 있는 세속의 얄팍한 기준으로 아이 친구를 섣불리 판단하
지 마세요. 못 만나게 한다고 우리 아이가 그 애를 안 만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아이와 그 아이의 인간 관계를 긍정적으로 승화시켜주는 것이 좋습
니다. 초중고 때 익힌 사회성이 대개 아이들의 평생 밑거름이 됩니다. 그리고 친
구를 우습게 아는 사람이 사회에서 잘 풀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혼자 잘난
척하던 사람들이 어쩌다 한때 잘 먹고 잘 사는 것 같지만, 결국 나중에는 비참하
게 끝나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 애와 놀지 말라.’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와도 한 번 더 참으세요. 우리
애가 그 애한테 이래서 배우고 저래서 배웁니다. 오히려 부모님들이 아이 문제
를 모두 ‘내 탓이다.’로 생각하셔야, 꼬인 부분을 풀 수 있습니다. 부모님은 주
위 사람을 소중히 여기시면서 어떤 것이 옳은 것인가를 아이들에게 ‘행동’으로
보여주셔야 합니다. 따지고 보면 아이들이 나빠지는 것은 친구 탓이 아니라, 부
모님 탓입니다.

정답 : ⑥ (그 아이를 우리 아이 키우듯 대할 수 있으면, 집으로 놀러 오게 하
는 것이 좋지요. 물론 그 애에게 훈계해 보았자 소용없습니다. 뭐하고 지내는 아
이인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듣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가치 판단을 일
단 미루어 두시고, 당장 무슨 일을 어떻게 해보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