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49. 아이들때문에 방학이 얼른 끝났으면 좋겠다구요?
문. 우리 애가 이번 방학 동안 꼭 했으면 좋겠다 싶은 것을 이것저것 골라보세
요.
1. 학교 공부하기(뒤떨어진 공부 보충하기)
2. 아르바이트
3. 컴퓨터 익히기
4. 여행하기(외갓집, 배낭 여행)
5. 학원 다니기(미술 학원, 보습학원)
6. 한자 공부
7. 영어 회화 공부
8. 자격증 따기(워드, 요리, 미용)
9. 다이어트(살 빼기)
10. 자기 방 청소하기
11. 집에 붙어 있기
12. 집안 일 돕기(설겆이, 동생 보기)
13. 운동(수영, 배드민턴, 줄넘기, 롤러블레이드)
14. 규칙적인 생활하기
15. 잠 실컷 자기
16. 독서하기
17. 텔레비전 안 보기(적당히 보기)
18. 일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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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되면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니 신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부모
들은 아이들과 집에 하루 종일 붙어 있자니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아이들이 주방
을 들락거리며 먹을 것만 찾고, 여기저기 집안을 어질러 놓기도 하고, 하라는 공
부는 안하고 하루 종일 텔레비전이나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형제끼리 붙어 앉아 티격태격 싸우고, 어쩌다가 한 번 나가면 저
녁 먹을 때가 다 되어도 집에 들어오지 않아 부모 속을 태웁니다. 그래서 어떤
부모는 방학하기가 무섭게 빨리 개학했으면 좋겠다고 불평합니다.
원래 방학이란 글자 그대로 틀에 박힌 학습에서 벗어나서 학교에서 채울 수 없
었던 것을 가정과 사회에서 보완하라고 특별히 잡은 기간입니다. 그런데도 부모
님들이 가정에서 책임져야 할 일을 피하려고, 이 방학조차 학교에서 아이들을 붙
들고 있어 주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이 눈에 안 띄어야 속이 편하다고 생각하시지
요.
그러나 아이들이 학교에서 채울 수 없었던 일에는 피로했던 심신을 회복하는 것
도 있겠고, 취미와 특기를 살리는 것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사색과 독서로
영혼을 살찌울 수 있고, 가사를 돕고 이웃에 봉사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님이 집
에서 아이들과 싸우는 것은 방학의 이런 의미 중에서 주로 ‘학습(공부)’에만 매
달리기 때문입니다.
방학은 일상적으로 지내온 나날을 중간에 한 번 짚고 넘어가자고 만든 것입니
다. 그런데도 부모님이 방학을 학교 공부의 연장으로만 활용하려 하면, 방학에
이어 돌아올 다음 학기에는 그 한계가 쉬 드러납니다. 오히려 개학하면 학생들
의 학습 열의가 더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어른들이 휴가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 휴식 동안 심신을 충전하지 못
하고 심신을 열심히 소모하더니, 결국 집에 돌아와서 사나흘 계속 곯아떨어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고무줄을 계속 잡아당기면 끊어지듯이, 좋아하는 것이든 싫어
하는 것이든 뭐든지 한계가 있지요.
그러니 마음이 조급해지는 고학년일수록 쉬어 가세요. 맹렬하게 공부해야 할 때
를 대비하여 방학은 흐름을 잃지 않는 범위 안에서 호흡을 조절하십시오. 진짜
열심히 공부에 집중해야 할 때에 아이들이 지치지 않도록 해야지요.
그러므로 부모님들이 방학 시작하는 날을 차라리 방학이 끝나는 날이라고 생각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거라도 시킬 걸.’하는 것을 한두
개 찾아서 이번 방학 동안 아이들이 그것만이라도 지키도록 부모님이 힘을 모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저런 번잡함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푹 쉬게 한다던가, 컴퓨터면
컴퓨터, 여행이면 여행, 뭐 하나라도 제대로 하게 내버려두자는 것입니다. 금싸
라기 같은 시간일수록 부모님 욕심을 드러내지 말고, 아이들과 상의하여 계획을
세우고 최선을 다해 실천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 주셔야 합니다.
부모님들은 대개 뭐든 안 한 것보다는 낫겠지 하며 아이들을 무조건 붙들어 놓
기 쉽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지나친 것은 안 한 것만 못할 때도 많지요. 잔뜩 욕
심을 부려 잔소리를 하고 아이를 감시를 해도 안 되는 일은 안 되는 일입니다.
답. 부모님이 선택한 것이 다섯 개가 넘었다면, 심호흡을 하신 다음 좀더 줄이
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