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04. 집에 들어서다가 아이와 한 약속이 생각이 났을 때..

제 목
문제04. 집에 들어서다가 아이와 한 약속이 생각이 났을 때..
작성일
2001-01-21
작성자

문. 퇴근길에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사다주기로 하였는데, 못 샀습니다. 그래
서 내일 꼭 사다주겠다고 다시 약속하였습니다. 그 다음 날 퇴근하고 현관에 들
어서려고 하다가 또 생각이 났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① 다시 미룬다.
② 되돌아 나가 아이스크림을 사온다.
③ 아이를 피한다.
④ 일찍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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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과 약속한 것을 믿고 무슨 일을 시작했는데, 정작 그 사람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데다가 나중에 딴 소리까지 하면 정말로 답답한 일입니다. 약속했던
것이 크면 클수록 그 사람이 몹시 원망스럽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개 그런
사람을 ‘못 믿을 사람’으로 치고 다시는 상대하지 않습니다.

이런 것을 빗대어 어떤 철학자는 ‘말에서 그 사람의 인격이 드러난다. 약속은
사람들의 영혼이 서로 만나는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나
중에 말을 바꾸는 사람은 이중 인격자이고, 영혼이 없는 사람인 셈입니다. 그러
니 부모가 자식을 대할 때 이중 인격자가 안 되려면 약속을 꼭 지키셔야 합니다.

물론 안 되는 것은 끝내 안 되는 것이어야 합니다. 사회가 혼란스러울수록 부
모 나름대로 아이들에게 ‘된다, 안 된다’를 뚜렷하게 그어 주셔야 합니다. 아이
들은 부모를 통해 사회 생활을 배우는데, 부모가 기준이 되지 못하면 어떤 기준
에 따라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니까 자기들 편한 대로 행동하게 됩니다.

부모에게 기준이 없으면 아이들도 세상을 대충 살게 됩니다. 부모의 지금 모습
이 아이들이 살아나갈 미래의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서
부모보다 더하거나 덜하며 사는 것뿐입니다.

그런데도 어떤 부모님은 ‘안 된다.’고 아이에게 호통을 치다가도, 아이가 훌쩍
거리면 조금 있다가 ‘된다.’로 바꿉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비싼 장난감을 사
달라고 보챌 때, 좋은 말로 ‘안 된다.’고 몇 번 타이르다가 나중에는 소리를 지
르거나 매를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애를 때린 것이 미안하고 불쌍하기니까 결
국 그 장난감을 사줍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안 된다고 혼낸 것이 진짜인
지, 나중에 장난감을 사준 것이 진짜인지 구별을 못합니다.

그런 아이들은 필요한 것이 있을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부모를 힘들게 합니다.
부모를 화나게 하여 부모에게 맞기만 하면 부모가 사주리라는 것을 몸으로 익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기준 없이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행동하는 부모가
아이들을 나쁘게 만든 셈이지요.

그러므로 아이들이 지독하게 말을 안 듣는다 싶으면 부모님부터 아이들을 대하
는 언행에 기준이 있었는지 되돌이켜 보아야 합니다. 어떤 기준을 부모님 자신에
게는 관대하게 적용하고, 아이들에게는 엄격하게 적용했을지도 모릅니다. 어른
인 자신도 실천하지 못하면서 아이들 앞에서는 아주 쉽게 말만 앞세웠을 겁니
다. 술에 취했을 때는 된다고 하다가, 그 다음 날 제 정신이 들었을 때는 안 된
다고 했을 겁니다.

오늘은 아이들이 저지른 일을 내 기분에 따라 평소와 달리 그냥 넘어가거나, 반
대로 아주 호되게 야단치지는 않았습니까? 퇴근할 때 아이스크림을 사오겠다고
아이들과 약속한 것을 잊었습니까? 그렇다면 우리 아이가 영혼이 없는 부모 밑에
서 자라는 셈이니, 그 아이가 인격자로 성숙하기를 기대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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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② (부모에 대한 믿음이 깨지기 전에 약속한 것을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몇 번 어기다가 나중에 아이스크림을 사다주어 보았자 아이는 그리 크게 고마워
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그 아이스크림을 보며 부모의 무심함을 떠올리기 쉽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