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42. 아이가 고등학교도 안 마치겠다면..

제 목
문제42. 아이가 고등학교도 안 마치겠다면..
작성일
2001-05-30
작성자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 하는데 상급 학교를 진학하지 않는다거나, 부모가 원하는 길과 다른 것을 선택했을 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① 아이를 설득하여 부모 말에 따르게 한다.
② 아이의 선택이 얼마나 현실적인지 알아본다.
③ 아이 말에 일리가 있으면 따른다.
④ 아이 말을 무시하고 강요한다.(네가 나중에 부모 말이 맞다는 것을 알거다..)
⑤ 네 마음대로 해보라고 내버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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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통계에 따르면 한해 수학능력 시험을 치르는 학생이 80만 명쯤 되는데, 수
능 점수 만점의 절반 정도만 얻으면 30만 등쯤 되어 4년제 대학에 갈 수 있으
며, 절반에서 조금 빠지면 50만 등쯤 되고 2년제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아주 좋은 점수를 얻고도 내년에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가려고 재수하는 학생이
있으니 실제로는 점수 절반에서 아주 많이 빠져도 대학에 갈 수 있습니다.

그래도 나머지 30만 명은 일단 ‘낙방생’이 되는 거죠. 그래서 입시 때마다 언론
에서는 그 낙방생들한테 ‘용기를 잃지 말라.’고도 하고, ‘지금부터 새로 시작하
자.’거나, 심지어 ‘잊어 버리라.’고들 하지만, 알고 보면 그게 모두 입에 침도
안 바르고 하는 거짓말입니다.

돌아서기만 하면 사회 여기저기에 ‘일류대, 수석’ 합격자 이야기로 가득 차 있
습니다. 가령 어려운 집안에서 일류대 수석 합격자가 나오기라도 하면 기자들은
보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소설을 씁니다. 시골 어느 평범한 학생이 죽을 힘
을 다해 30만 등으로 어느 평범한 대학에 가보았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합격한 사람조차 사회가 ‘최고, 최대’에만 관심을 두고 있어 소외감
을 느끼는 판입니다. 그런 언론이 입시에 실패한 학생 30만에게 용기를 내라고
하니, 그 ‘낙방생’들이 그 말을 ‘진심이 담긴 위안’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죠.

그러니 우리 아이가 입시에 실패하여 가슴 아파하고 있으면 부모님을 비롯하여
가족들이 나서서 다독거려 주십시오. 부모님들이 속상해 한다고 일이 잘 풀리는
것도 아닙니다. 그 대신 부모님부터 확신을 가지십시오.

그 애들은 기성 세대가 그어놓은 획일적인 기준에서 탈락한 것뿐입니다. 즉 인
간성 평가에서 낙방한 것이 아니니, 인생이 끝난 것도 아닙니다. 지금 제도로는
수험생이 지니고 있을 착한 심성과 성실함을 점수로 매기지 못하며, 손끝에 달
린 재주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어떤 학생이 수능 점수에 맞추어 적성과 능력에 상관없이 ‘우선 붙고 보
자.’며 대학에 간 것보다 낙방생들이 가지고 있을 잠재력이 훨씬 클지도 모릅니
다.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개인의 가능성을 따져 왔는데, 우리는 아이엠에
프 사태 이후 비로소 겉으로 드러난 학벌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습니
다.

오히려 어떤 청년은 은행 컴퓨터 통신망을 제 집처럼 휘젓고 다니다가 걸려서
교도소에 갔다 왔는데, 대기업에서 그 재주를 보고 긍정적으로 승화시키겠다고
그 청년을 채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서태지’가 공고 1학년을 중퇴하고, 저하고
싶은 대로 노래를 부르며 성공한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이처럼 다양한 세상에 살면서도 대학 진학만을 아직도 인생의 유일한 목표로 삼
는다면 참으로 답답한 일입니다. 그러니 우리 애가 입시에 실패한 것이 ‘일류대
법대’를 나와 판·검사가 된 것보다 더 잘된 일인지도 모릅니다. 실패를 거울 삼
아 자신을 제대로 돌이켜 보고 미래를 위해 노력하기로만 하면, 오히려 그 애가
나중에 ‘진정한’ 승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답. ② (학교에 가지 않고 연기 학원을 다니겠다고 하면, 그 아이가 연기 학원
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를 같이 다니며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현실보다
꿈에 부풀어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③번은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미성년
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맡기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