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여성 피의자 알몸 수색…
경찰, 여성피의자 알몸 수색
법집행의 상식의심, 인권침해 비난
경찰이 경미한 선거법 위반행위를 이유로 연행한 여성들을 벌거벗겨 “자해용 도
구를 찾는다”며 알몸수색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20일 새벽 0시 경기도 성남남부경찰서는 조합간부에게 민주노총 선전물을
전해주기위해 길을 가던 김숙경(28, 성남지역여성노동조합 조합원), 서타래(23,
민주노총 경기동부협의회), 권아무개(30, 〃) 씨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
다. 이들이 갖고 있던 선전물내용이 선거법에 저촉된다는 것이었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이들은 간단한 몸수색 후 유치장에 수감됐다. 그러나 같
은 날 오후 1시경 변호사와의 면회를 마친 이들에게 경찰은 다시 유치장에 들어
가기 전에 몸수색을 해야한다”며 대기시켰으며, 뒤이어 나타난 여경은 이들에게
웃옷을 모두 벗고 바지와 속옷을 무릎까지 내리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질 속에 핀 같은 것을” 숨기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었다. 김숙경 씨 등은 “곧 풀려날 사람이 자해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항의
했다고 한다. 그러자 계장이 나타나 “남자 경관을 부르겠다”며 공포분위기를 만
들어 결국 이들은 알몸상태에서 앉았다 일어났다를 다섯 번이나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생리중이던 서타래 씨는 수치심에 눈물까지 흘렸다고 한다.
다음날 이들은 모두 불구속으로 풀려났지만 지금까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경기동부협의회 사무국장 이선규 씨에 따르면 서타래 씨는 현재
사람들을 기피하고 있으며 전화마저 받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사건과 관련, 김도형 변호사는 “김 씨 등이 불구속으로 쉽게 풀려날 사안이었
음에도 경찰이 ‘자해’를 빙자해 알몸수색까지 했다는 것은 분명 인권침해의 소지
가 있다”고 말했다.
이석태 변호사 역시 “인간적인 모욕감이나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방식의 법집행은
결코 정당한 것일 수가 없다”고 논평했다. 여성단체나 인권단체들도 “경찰이 최
소한의 상식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경악의 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한 민
주노총은 24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법적대응은 물론 이무영 경찰청장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위해 여성단체와 함께 투쟁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지난해 9월 안양사랑청년회 사건으로 경찰조사를 받
은 신혜숙(28) 씨는 즉각 인권운동사랑방에 전화를 해와 자신도 경찰로부터 알몸
수색을 당했다고 털어났다. 그동안 어디가서 하소연도 못했다는 신 씨는 격앙된
목소리로 “9일간 나에게 행해진 몸수색은 자해할 물건을 찾는 것이 아니라 성적
수치심과 공포분위기를 조성해 위협을 가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렸
다. [유해정] <인권하루 소식 3월 25일자>
<독자 투고> 경찰의 알몸수색에 부쳐
“설사 죄인이라도 이럴 순 없습니다”
김숙경(성남지역여성노동조합 조합원)
지난 20일 저와 동료들은 소지하고 있던 선전물이 선거법 위반이란 혐의로 성남
남부경찰서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유치장에 수감됐습니다. 이때 통상적인 신체검
사와 신발, 머리핀 등을 맡겨놓는 절차도 거쳤고요. 근데 그날 오후 근데 변호사
가 접견을 와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유치장으로 돌아가는데 여경이 오더니 다시
신체검사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전날과 같은 신체검사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웃옷을 모두 벗고 바지를 무
릎까지 내리고 속옷까지 내리라”고 했습니다. 놀라서 “왜 그러냐”며 이유를 묻
자 자해의 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여성은 질 속에 핀 같은 것을 숨기고 들어
올 우려가 있다고…. 그래서 우리가 밖에 나갔다 온 것도 아니고 변호사를 만나
고 들어왔고 게다가 밖에서 의경이 이 모습을 모두 보고 있었는데 언제 그런 일
을 했겠냐고 말했습니다. 어차피 다음날이면 나갈 것이고 자해할 생각도 전혀 없
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강력히 항의도 했고요.
그러자 여경이 밖에 있던 유치장 담당 계장을 불렀습니다. 계장은 들어와서 “시
키는 데로 하지 뭐 하는거냐. 계속 이러면 남자 직원을 대동하고 신체검사를 할
테니 알아서 해라”라고 윽박을 지르고 나갔습니다. 그리고는 정말 밖에 있는 남
자 직원들을 부를 태도를 취했습니다. 여성 앞이라도 알몸이 돼 나서는 것이 부
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인데 하물며 남성을 부르겠다니요.
결국 우리들은 옷을 모두 벗고 바지와 속옷까지 모두 내린 상태에서 질 속에 숨
긴 물건을 찾아내기 위한 방법으로 앉았다 일어났다를 다섯 번이나 해야했습니
다. 생리중이던 한 동료는 수치심에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생리중이던 한 동료는 수치심에 눈물까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죄 없이 유치장에 들어간 것도 억울한데, 그러한 대우를
받았다니 정말 억울합니다. 세상 살면서 이보다 더 모욕적인 경우는 없을 것입니
다. 이것이 아무리 절차고 관행이었다고 하더라도 당하는 사람의 인권이 얼마나
무시되는 일인지 다시 한번 판단해 보아야 합니다.
법원의 유죄판결을 받아 죄인이 된 사람에게도 최소한 지켜져야 할 존엄성이 있
습니다. 하물며 영장도 청구되지 않은 죄인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사람을 이런 방
식으로 대하며 성적수치심을 유발시킨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다시는 올바른 법
집행이라는 명목하에 이런 비인간적이고 비인격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