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가슴 깊숙한 눈물 – 이경옥

제 목
(수필) 가슴 깊숙한 눈물 – 이경옥
작성일
2000-08-15
작성자

이경옥(주부, 부천시 원미구 상1동 반달마을)

지역 번호가 바뀌었다고 아침 일찍 친정 부모님이 나한테 전화를 하셨다. 특별
히 바쁘게 사는 것도 아닌데 내가 늘 혼을 빼놓고 사는 것 같은지 두 분은 노심
초사 딸자식 걱정을 하고 사신다.

우리 부모님은 평탄한 삶을 누리지 못하셨기에 오직 내게 관심이 국한되어 있
는 것 같았다. 두 아들을 먼저 하늘 나라로 보내고 나니 삶에 무슨 의미가 있으
실까? 그래서 딸자식 하나 만큼은 더 특별히 신경을 쓰시고 계시는지도 모른다.
당신네 건강보다도 더더욱….

그런 부모님 뜻을 저버리고 난 늘 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 주위에서 오늘이 초
복이라고 제각기 떠들썩하다. 나도 내킨 김에 삼계탕 재료를 사고 옛날 생각이
나서 친정 집에 전화를 했다. 신호음은 울리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 늦은 시간
까지 계속 해보았는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밤새 잠을 설치고 새벽부터 다시 전화를 해댔다.
그래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루 종일 신경이 곤두 서 있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친정집 가까이 사시는 외숙모 님 댁에 전화를 했다. 외숙모 역시 ‘며칠
전부터 니네 엄마하고 전화 통화가 도무지 안되어서 난 니네 집에 간줄 알았
다.’면서 외숙모도 걱정을 하셨다. 두 분이 어디 가까운 데 가셨나 하였지만 하
루, 이틀, 일 주일이 지나도 소식을 알 수 없었다. 마음이 몹시 불안한 참에 대
구에 있는 친척이 전화를 했다. “니네 엄마 너희 집에 오셨니?” 충무에 사는 사
촌언니한테도 전화가 왔다. 모두들 똑같은 말씀을 하셨다.

이젠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밤새 주무시다가 심장병이라도, 아니면 갑작
스런 사고로…. 별별 상상에 그냥 있을 수가 없어 외가에 전화를 했다. 친정집
이웃집이라도 가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라고……. 외숙모가 가보겠단다.

안 좋은 연락을 받더라도 의연하게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잠시 눈을 감고 고개
를 숙였다. 외가와 친정집과는 승용차로 한 시간 거리다. 한 시간을 기다리기가
왜 그리 불안하고 힘든지….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집 근처에 있는 목욕탕
에 갔다. 목욕탕 열기 속에서도 자꾸 불길한 생각만 들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셨
으면 어떻게 될까?

눈물과 땀방울이 범벅이 되었다. 목욕은커녕 마음이 안정이 되지 않아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전화기가 고장이 나지는 않았겠지 하고 수화기를 들고 신호도 확
인하면서 전화 옆에서 떠나지 않았다.

한 시간이 될 무렵 친정집에 다시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외숙모가 도착했
을 시간인데….. 불안하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하면서 손발에 쥐가 내린
다. 바늘로 손끝과 발 끝을 따서 간단하게 응급치료를 했다. 냉수 한 컵을 마시
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외숙모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별일 없는 목소리
로….

“니네 엄마 아버지 중국 여행 갔단다”
“네? 네?….. 뭐.. 뭐.. 뭐예요? 주… 중국이라니요?”

어처구니가 없었다. 발음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전화를 끊고 나니 왜 그리 눈
물이 쏟아지는지…. 그제서야 부모님 심정이 헤아려진다. 건강도 좋지 않은데
내가 분명 반대할 것 같으니까 소리 소문 없이 여행을 가신 것이다. 평소 여행
한 번 하고 싶어도 아들 생각에 늘 감추고 사셨는데 갑작스런 여행이라니…..
아버지 엄마 70평생 해외 여행 처음이니까 마음 편히 여행하시고 건강하게 돌아
오시기만 기다리면서, 난 거울 앞에서 손수건도 아닌 두 손으로 한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