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행사
< '이벤트'행사라니요? >
어느 백화점에서 다음과 같은 방송을 들었습니다.
(1) 5층에서는 <이벤트 행사>인 작가 초청 사인회가 있습니다.
“이벤트”가 적잖은 사람들의 귀에 익어 있는 실정인데, 이제는 “이벤트 행사”
라는 표현까지 횡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벤트(event)”가 ‘행사’를
뜻하므로, “이벤트 행사”는 바람직한 표현이라 할 수 없습니다. “라인선(line-
線)”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최근까지 줄곧 “행사”라고 해 왔는데, 10년쯤 전부터 주로 장사꾼들이 그 대
신에 “이벤트”를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좀더 그럴 듯하게 보일 수 있으리라는
속셈이 있었겠지요. 그러나 내가 보기엔 이른바 “이벤트”와 “행사”의 내용이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시민들을 속일 의도가 없다면 “이벤트”라고 표현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1)의 “이벤트 행사”는 굳이 쓰지 않아도
좋습니다. “작가 초청 사인회”가 곧 그 행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 가지고는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다음 ㉡과 같이 표현하면 될 것입니다.
(2)㉠ 5층에서는 작가 초청 사인회가 있습니다.
㉡ 5층에서는 <오늘의 특별 행사>인 작가 초청 사인회가 있습니다.
– 리의도(s2urimal) / 춘천교육대학교 교수
**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려면 꼭 알아야 할 것들>(1997년 10월),
** <이야기 한글 맞춤법>(1999년 10월).
** 이것은 ‘리의도의 말글밭’에 올린 내용을 더 보기 쉽게 가다듬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