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현아 씨!
안녕하세요.
어제 제가 충남대학교 교수 공채에 응모했다가 떨어졌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저야 제 실력이 부족하고 그럴만한 깜냥이 안되기에 떨어졌지만,
그 사실을 아내에게 말하기는 쉽지 않더군요.
차마 말할 용기가 없어서,
휴대전화 문자로 써서 보냈더니,
바로 전화를 했더군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충남대가 사람을 볼 줄 모르네요.
당신 같은 사람을 몰라본 충남대가 운이 없는 것이지
당신이 운이 없는 것이 아니니 기죽지 마세요.”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별 말 않고 전화를 끊었지만,
코끝이 찡해지며 눈은 벌써 충혈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부부고, 그래서 서로 사랑하면서 사나 봅니다.
오늘은 제 아내를 생각하면서 사랑타령이나 좀 해 볼까요?
“이성의 상대에게 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 마음의 상태”가 바
로 ‘사랑’입니다.
이 ‘사랑’은 15세기 한글 자료에도 나타나는데,
‘생각하다’와 ‘사랑하다’는 뜻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요즘은 사랑하다는 뜻만 남은 거죠.
이것은 국립국어원에서 그렇게 보는 것이고,
다른 책을 보니,
사랑하다는 ‘사람을 생각한다’는 뜻이었는데,
생각 사(思) 자와 헤아릴 량(量) 자를 써 사량으로 쓰다가
그게 변해 ‘사랑’이 되었다고도 하더군요.
국어학자가 아닌 저는 사랑의 뿌리가 뭔지는 잘 모르겠고,
오늘은 제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사랑을 품은’ 낱말이나 좀 알아볼게
요.
사랑옵다 : 생김새나 행동이 사랑을 느낄 정도로 귀엽다
굄 : 유난히 귀엽게 여겨 사랑함.
굄성 : 남의 사랑을 받을 만한 특성
넨다하다 : 어린아이나 아랫사람을 사랑하여 너그럽게 대하다.
다솜 : ‘애틋한 사랑’의 옛말.
돋가이 : 사랑이나 우정이 도타이, 돈독히, 두텁게
두남받다 : 남다른 도움이나 사랑을 받다.
멋진 말이니 일부러 기회를 만들어 한 번씩 써 보세요.
내 사랑 현아 씨!
사랑해요.
전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당신만을 사랑할 겁니다.
굄 받을 짓만 골라하는 지안이 원준이를 그느르며
서로 돋가이 의지하고 기대면서 행복하게 살아갑시다.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외치고 싶은 말,
현아 씨! 사랑해요. ^^*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부엉이살림]
설이라고 며칠 동안 열심히 먹고 놀았더니 일이 손에 잡히지 않네요.
설이 막 지났으니,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하시라고 오늘은 우리말을 좀 소개드릴게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부쩍부쩍 느는 살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뜻
을 가진 낱말이 바로,
‘부엉이살림’입니다.
‘부엉이살림같이 차차로 늘어 간다’처럼 씁니다.
부엉이는 둥지에 먹을 것을 많이 모아두는 성질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엉이 둥지에는 언제나 이것저것 세간이 많겠죠.
우리말을 사랑하시는 여러분 모두,
올해는 부엉이살림처럼 살림이 느시고,
터수도 나아져,
(터수 : 살림살이의 형편이나 정도)
푼푼하고 탁탁하게 한뉘를 흔전거리며 사시길 빕니다.
(푼푼하다 : 모자람이 없이 넉넉하다)
(탁탁하다 : 살림 따위가 넉넉하고 윤택하다)
(한뉘 : 한평생)
(흔전거리다 : 생활이 넉넉하여 아쉬움이 없이 돈을 잘 쓰며 지내다)
그 김에 복도 많이 받으시고,
남은 복이 있으면 저도 좀 주시고…
보태기)
앞에서 ‘세간’이 나왔는데요.
“집안 살림에 쓰는 온갖 물건”이 ‘세간’이고,
“살림을 차려서 사는 일”은 ‘살림살이’입니다.
뜻이 다르죠.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이 두 낱말을 합쳐서,
‘세간살이’라고 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세간살이’라는 낱말은 없습니다.
북한에서는 “살림을 꾸려 나감”이라는 뜻으로 쓰이긴 하지만,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사전에 ‘세간살이’는 없습니다.
앞으로 ‘세간살이’라는 말은 쓰지 마세요.
잘못하면 공안사범으로 끌려갈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