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삭-영상 매체와 활자 매체

제 목
첨삭-영상 매체와 활자 매체
작성일
2000-03-8
작성자

문제 : 영상 매체가 더욱 발달할 21세기에 종이 책 같은 활자 매체가 어떤
처지에 놓일지를 추론해 보라.

학생 글 1 :

(1)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텔레비전, 컴퓨터 같은 영상 매체가 급속히 발
달하고 있으며, 또한 가정, 직장, 학교 등 거의 모든 곳에 보급되었다.
(2) 영상 매체를 통한 정보 습득은 활자 매체의 경우보다 신속하고 쉽기 때
문에 ⓐ많은 사람들이 영상 매체를 더 선호하는 추세가 오늘의 현실이다.
(3) 그래서 정보화 시대가 될 21세기에는 활자 매체가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도태될 것이라고 한다.
(4) 그러나 영상 매체의 발달, 활자 매체의 도태를 판단하기에 앞서 두 매
체를 비교, 대조하여 그 타당성을 밝힐 필요가 있다.
(5) 정보 전달 매체로 부호, 문자를 사용한 것을 활자 매체라 하고 조형,
시각적 요소를 전달 매체로 사용한 것을 영상 매체라 한다.
(6) 이와 같이 두 매체의 구성이 서로 다르므로 인식하는 정도, 과정은 다
르다.
(7) 즉, 활자 매체는 사회 구성원 간의 약속으로 실체를 언어화하고 다시
문자화한 것으로 ⓑ그것을 통하여 실체를 인식하도록 하는 반면에 영상 매
체는 실체를 영상으로 보여주므로 바로 인식할 수 있다.
(8) 예를 들어 ‘눈’이라는 실체를 두 매체를 통해 무더운 아프리카의 주민
들에게 인식시킨다고 가정하자. (9) 활자 매체를 통한 실체의 인식은 ⓒ이
미 그 단어를 습득하고 있어야 하고 또 그 단어를 표기하는 문자를 대뇌에
서 상형적 형태로 전환할 수 있어야 가능한데 그들은 ‘눈’이라는 자체를 모
르므로 ⓓ불가능할 것이다. (10) 반면에 영상 매체를 통할 경우 활자 매체
와 같은 전환 과정이 없으므로 보고 바로 인식할 수 있다. (11) 따라서 영
상 매체는 신속하고 쉽게 인식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호응도가
매우 높고 또한 바람직하다.
(12) 하지만 영상 매체가 모든 면에서 활자 매체보다 낫다고는 할 수 없
다. (13) 정보화 시대에는 신속 정확함뿐만 아니라 각자의 개성과 ⓕ다양
성 또한 중시되므로 능동적, 창의적,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 (14) 그런
데 보여지는 상태 그대로 일방적 순간적으로 인식, 수용되는 영상 매체
는 ‘윈도’를 통해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편협성, 경박성, 즉흥성, 무비판적
수용, 수동성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므로 한계를 가지고 있다. (15) 반면에
추상적 세계를 상상하고 자기 나름대로 해석, 판단할 충분한 시간의 여유
를 제공하는 활자 매체는 영상 매체의 한계를 보완해 줄 수 있다.
(16)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두 매체는 서로 단점을 장점으로, 장점
을 단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우열을 가릴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17) 결
국 신속, 정확함뿐만 아니라 능동적, 창의적, 비판적 사고가 필요한 21세
기 정보화 시대는 두 매체의 상호 공존, 상호 보완이 필요한 것이다.

1) 구조 분석
이 글은 형식적으로 모두 여덟 단락이다. 내용을 분석해 보면 서론은 (1)
에서 (4)문장까지이며, 본론 1은 (5)에서 (11)까지이다. 본론 2는 (12)에
서 (15)까지이며, (16)에서 끝 문장까지가 결론이다. 앞 쪽에서 별 이유 없
이 한 문장을 한 단락으로 독립시켜 형식적으로 불안정해 보인다. 서론-본
론1-본론2-결론 원고량 안배도 잘 안 된 편이다.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아
직 미숙하다.
서론은 (4)에 있는 군더더기 문장을 빼면 제대로 시작한 것이다.
본론 1에서는 활자 매체와 영상 매체의 특징을 비교하되, 영상 매체의 장
점을 설명하려고 하였다. 단락의 흐름을 제대로 잡은 것이다. 아쉬운 점이
라면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장황하고 어렵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론 2에서는 활자 매체의 장점을 설명하려고 하였다. 이 단락도 제대로
잡은 것이다. 왜냐하면 이 학생이 주장하고 싶은 것이 두 매체가 ‘상호 공
존, 상호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그 두 매체가 가지고 있
는 장점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해야 하니, 그 두 매체가 지니고 있는 장점으
로 어떤 것이 있는지를 각각 살펴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본론 2에서 활자 매체가 정보화 시대에 어떻게 필요한지를 구체
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여기에서는 슬쩍 언급하고 지나가는 식이었다. (13)
문장에서 ‘정보화 시대는 이렇다.’고 하였으며, (15)에서 ‘활자 매체가 영
상 매체를 도와줄 수 있다.’고 언급하였을 뿐이다. 활자 매체가 정보화 시
대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본론 1이 장황하
였다면, 본론 2는 너무 간단한 셈이다.
결론에서는 ‘상호 보완이 필요한 것이다.’라고 하지 말고, ‘상호 보완이
필요하므로, 활자 매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해야 주어진 문제에
대한 대답이 될 것이다.

2) 문장 분석
ⓐ → 영어식 명사문. 우리말답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영상 매체를 더
선호하고 있다.’로 바꾸자.
(4) → 군더더기. 모두 뺄 것.
(5) → 두 매체에 대한 설명이 잘못되었다. 활자 매체는 부호, 문자를 이용
하여 정보를 주로 시각적으로 전달하려고 한다면, 영상 매체는 시청각적 방
법으로 정보를 전달하되 자극적이다.
ⓑ → 무엇을 대신하는 말인지 분명치 않음. 지시하는 내용을 곧바로 쓸
것. ‘문자를’
ⓒ → ‘우선 단어를 습득해야 인식할 수 있으며’
ⓓ → 극단적 표현을 피하여. ‘쉽지 않을 것이다.’
ⓔ → 왜 갑자기 아무런 근거없이 ‘호응도가 높고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
지 모르겠다. (11)번 문장 서술어를 그냥 ‘∼ 인식하게 한다.’로 끝내는 것
이 훨씬 낫다.
ⓕ → ‘또한’은 접속 부사이지 조사가 아니다. ‘다양성도’
ⓖ → 간단히 ‘따라서’로.
ⓗ → 간단히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로.

3) 총평
이 학생은 논술을 잘 알고 있는 편이다. 논술 글의 흐름을 제대로 익히고
있다. 그러나 기본 훈련이 잘 안되어 있어 형식적인 틀에서 지적 사항이 많
다. 말하자면 형식적으로 어수선하여 집중력이 떨어지고 감점 당할 구석이
많다.
그래도 글의 흐름을 놓치고 있는 학생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미숙한 점을
보완할 수 있다. 지적된 것들이 지엽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
유 없이 한 문장을 한 단락을 만드는 버릇을 고치기는 쉬울 것이다.
문장력이 떨어진다. 문장을 좀더 효율적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문장이 길고, 장황한 편이다. 문장을 짧게 쓰면서도 어떻게 핵심을 찌를
수 있을 것인지를 좀더 고민해야 한다.

학생 글 2 :

(1) 흔히들 다가오는 21세기는 ‘정보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2)
정보화 사회에서는 정보가 모든 가치의 원천이 되는 만큼 얼마나 유용한 정
보를 많이 소유할 수 있느냐는 것, 또한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정보를 얼마
나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느냐는 것 등 정보의 획득과 처리에 관련된 모
든 사항이 개개인의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3) 이러한 사회 속에서 활자 매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4) 우선, 영상 매체의 대중적인 활용은 훨씬 더 깊이 있는 정보의 ⓑ분석
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5) 활자 매체의 경우, 지면이라는 제한된 공간 속
에 오로지 시각을 통해서만 그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6) 하지만 영상 매
체는, 정지되지 않은 화면과 청각적 수단까지 사용하여 더 효율적으로 ⓒ그
것을 전달할 수 있다. (7) 어느 쪽이 보다 정보화 사회에서 더 경쟁력 있
는 도구로 사용될 것인지는 분명하다.
(8) 둘째로, 활자 매체는 ⓓ신속한 정보의 획득을 요구하는 정보화 시대
에 적합하지 못하다. (9) 예를 들어, 한국에 있는 연구소와 미국에 있는 연
구소에서 공동 연구를 한다고 할 때, ⓔ전자화된 문서의 경우에는 인터넷
을 통해 짧은 시간 내에 서로의 연구 결과를 확인할 수 있지만, 종이 책의
경우에는 서로 간에 정보를 공유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10) 무엇보다도, 앞으로는 취급해야 하는 정보의 양이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아질 것이다. (11) 그러나 종이 책은 부피와 ⓕ무게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으므로, 방대한 양의 정보를 모두 활자 매체를
통하여 처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12) 반드시 전자화를 통한 해결
이 아니더라도, 정보량의 폭발적인 증가에 따른 종이 책의 한계는 반드시
극복되어야 하는 문제이며, 이는 ‘활자 매체’라는 정보 취급의 방법에 변화
를 주지 않는 한 사실상 해결이 불가능하다.
(13) 정보량의 폭발적인 증가와 관련하여, 정보의 검색이라는 ⓖ측면에 있
어서도 활자 매체는 한계를 갖는다. (14) 소유하고 있는 정보를 때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는 ⓗ일 또한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이다. (15) 종이 책의 경우, 그 내용을 하나하나 검토해 나가
며 필요한 내용을 찾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16) 하지만 전자 책의 경
우, 키워드만 입력하면 자신이 원하는 부분만 뽑아내는 것은 그다지 어려
운 일이 아니다. (17) 정보의 양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각각의 경우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차이는 더욱 커질 것이다.
(18) 사회의 ⓙ변동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면에서 볼 때, 정보
화 시대의 완전한 정착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19) 정
보를 모든 것의 기반으로 하는 사회 속에서, ⓚ정보의 처리에 있어서 여러
가지 약점을 갖는 활자 매체가 살아남기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1) 구조 분석
이 글은 모두 여섯 단락이다. 서론은 (1)에서 (2)까지이며, 본론은 (3)에
서 (17)까지이다. (18)부터 끝까지가 결론이다. 그리고 본론을 다시 네 단
락으로 나누어 영상 매체와 활자 매체의 특징을 비교하였다. 이 글은 형식
적으로 논술 기본틀을 잘 갖추고 원고량을 제대로 안배하였다. 전체 내용
면에서 이 글은 결론을 잘못 내려 본론이 꼬이기는 했으나, 글의 흐름을 어
떻게 잡아야 하는지는 알고 있는 편이다.
서론에서는 21세기 사회를 설명하고 ‘정보의 의미’를 거론하며, 앞으
로 ‘정보’로 기준으로 하여 두 매체를 평가하겠다는 것을 은근히 암시하고
있어 좋았다.
그러나 본론을 네 단락으로 나눈 것은 글 전체(1200자)로 미루어 너무 잘
게 쪼갠 것이다. 한 단락이 너무 짧아 한 단락에서 한 가지 생각을 충분히
논의하지 못하면 글에 깊이가 없게 된다. 여기에서는 본론이 적어도 세 단
락이 넘어서는 안 된다.
본론 1단락에서는 (7)을 빼야 한다. 그 대신 청각적 수단이 어째서 사람들
을 자극하는지를 좀더 설명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본론 3단락에서 활자 매체의 한계를 거론하고 그 한계를 다른 매체로 보완
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다른 어떤 매체로도 정보를 완벽히 다 담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활자 매체가 정보를 다 담지 못해서 결론에서 ‘활자 매체
가 살아남기 힘들다.’고 주장한 것은 사물을 너무 단편적으로 판단하고 있
는 것이다.
그리고 본론 2, 4단락에서는 영상 매체를 거론하지 못하고 ‘전자 문서, 전
자 책’을 활자 매체와 비교하고 있다. 활자 매체 아닌 것을 거론하여 그 다
른 매체가 활자 매체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드러내려고 하다가 영상 매체라
고 할 수 없는 것을 예로 들었다. 즉 활자 매체의 한계(단점)를 지적하려
는 것은 좋았으나, 그렇다고 해도 ‘전자 문서, 전자 책’을 영상 매체로 보
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글 결론은 본론으로 미루어 보면 여기에서는 당연한 것이겠으나, 활자
매체가 살아남는다(영상 매체와 서로 보완한다)고 결론을 잡아야 했다. 그
래야 현실적으로 설득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글을 전개하기도 쉽기 때문이
다.

2) 문장 분석
(2) → 문장이 아주 길다. 적어도 세 문장으로 끊을 것.
ⓐ → 영어식 명사문.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 → 좀더 정확히 표현하면. ‘전달, 이용’
ⓒ → ‘정보’라고 곧바로 쓰자. 똑같이 두 글자이지만, 의미가 분명해진다.
(7) → 논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안 봐도 뻔하다.’는 식으로 동의
를 구하면 안 된다.
ⓓ → 수식어는 피수식어 바로 앞에 놓는 것이 좋다. ‘정보를 신속히 획득
해야 하는’
ⓔ → 영상 매체의 예로써 ‘전자 문서’를 거론하는 것이 이상하다.
ⓕ → 영어식 표현. ‘무게라는 한계에서’로 바꾸자.
ⓖ → ‘∼에 있어서’는 영어식 표현. ‘측면으로도’로 바꾸자.
ⓗ → ‘또한’은 접속 부사이지 조사가 아니다. ‘일도’
ⓘ → ‘∼에 있어서’를 아예 빼버리고 ‘시대에’로 간단히.
(17) → 각각의 경우란 어떤 경우를 말하는지? 독자가 짐작할 수는 있으
나, 구체적으로 이해하지는 못한다. 분명히 서술할 것.
ⓙ → ‘변화가 점점 빨라지는 것으로 미루어 보건대’
ⓚ → ‘∼에 있어서’를 빼고 단어를 구체적으로 써서. ‘정보를 소유하고 이
용할 때’
ⓛ → 영어식 명사문. ‘힘들 것이다.’

3) 총평
이 학생은 쓸거리도 충분하고 글의 흐름을 잘 잡고 있다. 문제를 좀더 심
각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사물을 너무 간단히 판단하였을 뿐이다. 예를 들
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집에 쌀이 떨어졌다고 하니까, 라면을 사먹으
라고 충고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므로 논술을 혼자 공부하지 말고 여럿
이 모여 이야기하며 사물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도록 해야겠다.
이 글은 어휘를 적절히 사용하지 못해 여기저기 깔끔하지 못한 곳이 많았
다. ‘일물일어설’에 따르면 그곳에 써야할 어휘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어휘를 제대로 고르지 못한다는 것은 독서량이 모자란다는 뜻이니, 시간이
나는 대로 신문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영어식 문장이 많았고, 관형격 조사 ‘의’를 많이 쓰는 편이며, 접속부사
어 다음에 습관적으로 반점을 찍고 있다. 큰 줄기보다 지엽적인 것에서 감
점되고 있는 셈이니, 논술의 기본기를 제대로 익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