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삭-동양 문화가 자연 과학 발전에 기여할까?

제 목
첨삭-동양 문화가 자연 과학 발전에 기여할까?
작성일
2000-03-24
작성자

(문)
동양에서는 인간은 ‘자연 과학’을 정확하게 알아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자연 과
학을 인간과 떼어서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인간이 자연 과학의 주체이므로, 인
간의 정신 세계가 소홀히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동양 문화는 인
간이 중심이 되어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것과 조화를 이루려고 한다. 이것이 자
연 과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살펴 보라.

1. 학생 글 1

(1) 20세기에 들어서, 눈부시게 발전한 ⓐ자연 과학은 많은 기술의 개발을 가능
하게 하였다. (2) 그리하여 현대 산업 사회를 이룩하여 인류에게 물질적 풍요를
제공하였다. (3)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연 ⓒ과학의 발달은 무분
별한 자연의 개발, 핵전쟁 등 인류를 파멸로 이끌 수 있는 ⓓ위협 또한 우리에
게 안겨주고 있다. (4) 이러한 자연 과학의 부작용을 많은 학자들이 ⓔ이제까지
의 자연 과학의 잘못된 세계관에 원인을 찾으며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5) 이
런 때, 동양 문화가 새로운 대안의 가능성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한다.
(6) 이제까지의 자연 과학은 기계론적 세계관에 그 근본을 두고 있었다. (7) ⓕ
이는 대상이 맺고 있는 다양한 관계들을 무시하고 하나의 인과 관계로만 대상을
객체화하여 논리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8) ⓕ이는 곧 대상과 주체의 구별로
이어지고 이분법적 세계관으로 연결된다.
(9) 결국 자연 과학은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게 되고 이는 자연의 파괴, 더 나아
가 인간 관계를 끊어뜨려 인간성 상실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10) 또한 대상
을 철저히 논리적으로만 설명하고자 하였던 자연과학은 과학만능주의를 가져왔
다. (11) 과학만능주의는 ⓖ제시문 14)에서 보듯이, 인간과 사회의 영역마저도
과학의 잣대를 대어 철저히 대상화시키고 있다.
(12) 기계론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자연과학의 역기능은 그 근본적인 세계관을
고칠 때 비로소 ⓗ극복되어질 수 있다. (13) 그리고 끊어졌던 관계를 다시 회복
시켜야 한다. (14) 이 때, 동양 문화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15) ⓘ<보기
>에서 알 수 있듯이 동양 문화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만물간의 조화를 이
상으로 삼는다. (16) 즉, 동양 문화는 만물과 내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유기체
적 세계관을 대안으로써 제시해 줄 수 있는 것이다.
(17) 서양에서도 카오스 이론, 불확정성 원리 등 종전의 기계론적 ⓙ세계관에
대한 반성의 움직임이 자연 과학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18) 카오스 이론은 대상
이 맺는 다양한 관계가 얽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주장한다. (19) 불확정성의
원리는 인간은 광자와의 관계를 통해 소립자를 관찰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
다. (20) 이는 서양에서도 동양의 유기체적 세계관을 대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음
을 의미한다. (21) 흔히들 현재 과학의 패러다임이 변하려고 한다고들 이야기한
다. (22) 지금의 자연과학의 기계론적 세계관이 유기체적 세계관으로 바뀔 때,
우리는 비로소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자연 과학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
다.

1) 구조 분석
이 글은 형식적으로 모두 다섯 단락이다. 형식적으로 (1)에서 (5)문장까지가 서
론이고, (6)에서 (16)까지가 본론이며, (17)에서 끝 문장까지를 결론으로 잡았
다. 그리고 본론을 다시 세 단락으로 나누어 놓았다. 이 글은 형식적으로 서-본-
결 원고량이 잘 안배되었다. 그러나 내용으로는 어떤 것이 결론인지 구별하기가
힘들다.
서론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앞으로 전개할지 글의 목적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었
다.
본론 1은 (6)에서 (8)까지인데, 지금까지 자연 과학이 주로 어떤 측면에 치중
해 왔는지를 정리하고 있다. 즉 자연 과학의 약점(부정적인 면)을 잘 정리해 놓
았다.
본론 2는 (9)에서 (11)까지인데 내용으로는 본론 1의 연장이다. 그러므로 별도
독립된 단락으로 처리할 것이 아니라, 앞에 있는 단락과 연결하여 한 단락으로
처리하여야 했다. 꼭 다른 단락으로 처리하고 싶다면 자연 과학의 약점 1, 약점
2로 나누어 독립시켜야 한다. 물론 그때는 한 단락에 약점 하나만 담아 집중적으
로 설명해야 한다.
(12)부터 (16)까지는 본론과 결론이 섞여 있다. (14)문장에서 ‘동양 문화가 자
연 과학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론이다. 나머지 문장은 동양
문화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이 앞에서 자연 과학의 약점을 언급하였으므로,
그 뒤를 이어 동양 문화의 장점을 언급하려고 했던 셈이다. 그러므로 결론에
(14)문장을 넣고 동양 문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으면 가장 바람직한
틀을 짤 수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본론과 결론을 섞는 바람에 (17) 이후 부분
이 이상해졌다.
(17)부터 시작되는 단락도 본론과 결론이 섞여 있다. 즉 (17)∼(20)은 본론이
다. 이 부분은 다 빼버려도 된다. 꼭 넣고 싶다면 본론 3에 넣는 것이 좋다. 즉
본론 1에서 자연 과학의 약점을 언급하고, 본론 2에서 동양 문화의 장점을 서술
한 다음, 본론 3에서 서양의 이런 문화 현상이 바로 본론 2를 받아들이는 증거라
고 설명하는 식이다.

2) 문장 분석
ⓐ → 영어식 물주. ‘자연 과학 덕분에 (인류는) 많은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
다.’ 뒤에 있는 (2), (3)번 문장도 영어식 물주 문장이다. 사람을 주어로 하여
바꾸어 보자.
ⓑ → 군더더기. 앞에 있는 ‘그러나’에 이 뜻이 다 포함됨.
ⓒ → ‘발달’이라는 단어와 뒤에 있는 ‘무분별한, 핵전쟁’이라는 단어와는 짝이
맞지 않는다. 과학이 발달했는데 왜 나쁜 일이 벌어지나? 그러므로 이 부분은 간
단히 ‘과학은’ 정도로.
ⓓ → ‘또한’은 문장과 문장을 연결하는 부사. 조사가 아님. 간단히 ‘위협
도’로.
ⓔ → 무슨 소리인지? 자연 과학이 잘못된 세계관을 지니고 있다는 것인가? 그렇
게 되면 영어식 물주가 됨. 한 문장에 ‘의’가 여러 번 쓰였다. 문맥이 너무 압축
되었다. ‘이제까지 사람들이 잘못 생각해 온 자연 과학관에서’
ⓕ → 지시어로 처리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 좋다.
(9)∼(11) → 영어식 물주 구문.
ⓖ → 이런 식으로 표현하면 이 글은 완성된 글이 아니다. 제시문 14)를 구체적
으로 언급해야 글을 읽는 사람이 쉬 이해할 수 있다.
ⓗ → 우리말에 이런 피동 형식은 없다. ‘극복할’
ⓘ → 위에서 지적한 ⓖ를 참조할 것. 이 부분을 아예 빼는 것이 낫다.
ⓙ → ‘반성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영어식 문장. ‘세계관에 대해 반성하
고 있다.’로.
(18)∼(19) → 물주 구문.
(21) → ‘들’ 두 개 중 하나를 뺄 것.

3) 총평
이 학생은 쓸거리가 충분하여 얼마든지 글을 잘 쓸 수 있는 학생이다. 그런데
도 아직 글의 흐름을 잡지 못하는 것은, 논술 글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지 않
았기 때문인 것 같다. 논술 글의 기본 짜임새를 익혀서, 글 전체의 개요를 제대
로 짤 수 있으면 그리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
그리고 단락의 원리를 익혀 단락 하나에 중심 생각을 하나만 담아 집중적으로
뒷받침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자칫 잘못하면 내용을 옆으로만 넓히고 깊이에는
신경을 덜 쓰기 쉽다. 아는 사실을 많이 늘어놓으려 하지 말고, 하나라도 제대
로 설명하는 것이 더 낫다.
문장 바로 쓰기 훈련을 열심히 해야겠다. 특히 영어식 물주 구문이 너무 많았
다. 영어 공부를 많이 하는 학생들이 영어 번역체 문장을 정상적인 우리말로 착
각하기도 한다. 우리말에는 영어식 수동태 문장이 많지 않다.

2. 학생 글 2

(1) 최근 ⓐ서점에서는 ‘동양 문화의 열풍’이 불고 있다. (2) 노자, 공자에 대
한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으며, 기(氣)에 관한 책들도 많이 나와 있다.
(3) 특히 ⓑ이들 가운데는 핵물리학자인 카프라가 펼친 ‘신과학 운동’에 대한 ⓑ
책들도 있다. (4) 카프라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은 동양 문화가 자연 과학의 발전
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5) 정말 이들의 주장처럼 동양 문화가 자
연 과학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살펴보자.
(6) 자연 과학은 그 동안 급속히 발전하여 인간의 복제가 가능한 정도에 와 있
다. (7) 하지만 이러한 발전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8) 인간 복제에 관한 문제의 경우에 ‘과학의 한계’에 대해 생
각해볼 수 있다. (9) 이미 과학 기술은 인간 복제가 가능한 정도에 있지만 윤리
적으로 볼 때 이것을 ⓒ허용해도 좋은가? (10) 또한 자연 과학과 정신 과학의 ⓓ
분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11) 자연 과학과 정신과학이 상호 보완적
인 관계에 있다고 전제할 때, 이러한 문제를 그냥 ⓒ지나쳐도 되는 걸까?
(12) 바로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동양 문화는 ⓔ어느 정도 해답을 제시할 수 있
다. (13) 동양 문화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 인간과 인간의 협찬 등을 최고의 이
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인격과 시대 정신은 ⓕ그러한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 (14) 따라서 자연의 진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15) 이렇게 자
연의 진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면 자연 과학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
이다.
(16) 또한 동양 문화의 이상은 과학의 한계를 설정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17) 자연과 인간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 현재의 자연 과학은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18) 인간이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자연
을 이용하려고만 한다면 결국 인간도 자연과 함께 사라지게 된다. (19) 따라서
우리는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자연 과학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
을 깨달을 수 있다.
(20) 이제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동양 문화의 이상은 자연 과학의 발전에 기여
할 수 있다. (21) 동양 문화는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면서 ⓖ우리의 정
신을 단련시키고, 자연 과학의 ⓗ한계와 그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자연 과학이 발
전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22) ⓖ우리는 이제 동양 문화 가운데에서 시
대적 한계를 지니고 있는 점들을 버리고, ⓖ우리의 현실에 기여할 수 있는 점들
을 찾아 더욱 발전시켜서 자연 과학의 발전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 문제에 기여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1) 구조 분석
이 글은 모두 다섯 단락이다. 서론은 (1)에서 (5)까지이며, 본론은 (6)에서
(19)까지이다. 결론은 (20)부터 끝까지이다. 본론을 다시 세 단락으로 나누었
다. 이 글은 논술의 기본 형식에 맞추어 전체 구조(글의 흐름)도 잘 갖추고, 원
고량도 제대로 안배하였다. 그러나 내용에서 깊이를 주지 못하고 원론에서 헤매
다가 대충 막연하게 마무리한 글이다.
서론은 요즘 독서계의 ‘동양 문화 열풍’을 거론하며 시작하여, 독자의 호기심
을 신선하게 자극하고 있었다. 아주 깔끔하게 잘 정리하였다.
(6)에서 (10)까지는 ‘자연 과학의 한계’를 거론하려고 하였으나, 서론에서 보
여 주었던 솜씨와는 달리, 장황하게 ‘과학의 한계를 살펴보자.’고 할뿐이었다.
왜 살펴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펴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부분은 글의 성격으로 보아 서론이나 다름없다. 문제를 제기하고만
있지, 근거를 대며 설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학생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아
는 것이 없어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의문문 형식을 취하여 출제자에게 되묻는
것이 그 증거인 셈이다.
(12)부터 (15)까지는 ‘동양 문화의 장점 1′을 언급하여, 자연 과학의 단점을 어
떻게 도와줄 수 있는가를 설명하려 하였다. 글 전체 구조는 잘 잡았으나, 이 단
락에서는 자기 주장만 늘어놓고 있을 뿐이지, 앞 단락과 마찬가지로 그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냥 그러면 좋지 않겠나, 그래야
하지 않겠나 수준에서 머물렀다.
(16)부터 (19)는 ‘동양 문화의 장점 2′에 해당하는 단락이다. 그러나 (16)문장
은 앞 단락에서 이미 이야기한 것이고, (17)∼(18)문장은 본론 1단락 ‘자연 과학
의 한계’에 가야할 내용이다. (19)문장은 결론으로 가야 한다. 말하자면 이 단락
은 군더더기 단락일 뿐이지, 특별히 독립시킬 단락이 아니었다.
(20)번 문장부터 결론이다. (20)과 (21)은 본론에서 거론한 것이니 그렇게 주장
할 만하다. 그러나 (22)문장은 군더더기 문장이다. 본론에서 깊이 있게 다룬 내
용이 없으므로 ‘교훈적, 도덕적’으로 당부를 하고 있을 뿐이다. ‘여러 사회 문제
에 기여하자.’는 주장이 결론에 등장할 만한 이유가 본론에서 없었다.

2) 문장 분석
ⓐ → ‘서점가에, 독서계에’가 훨씬 잘 어울리는 낱말이다.
ⓑ → ‘들’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 ‘들’을 꼭 붙이는 것은 영어식.
(7)∼(9) → 군더더기 문장. ‘그러나 인간 복제가 윤리적으로 허용해도 좋은지
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같이 한 문장으로 줄일 수 있다.
ⓒ → 의문문으로 처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연속된 질문 형식을 취해서는
안 된다. 필자인 학생이 대답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 → 제시문에 ‘분열, 균열’이 모두 쓰였으나, 사이가 갈라진 것(분열)보다 조
금 벌어진 것(균열)이 여기에서는 훨씬 더 정확한 표현이다.
ⓔ → 용어가 모호하게 쓰였다. ‘얼마나?’
ⓕ → ‘어떤?’
(14) → 왜? 근거(뒷받침) 없음.
(15) → 어째서? 근거(뒷받침) 없음.
(17) → 어떻게? 근거(뒷받침) 없음.
(18) → 왜? 근거(뒷받침) 없음.
ⓖ → 느닷없이 ‘우리’가 튀어 나왔다. ‘인간(또는 인류)’으로 바꾸어야 무난하
다.
ⓗ → 문장 성분이 꼬였다. ‘제시하다’는 ‘방향’의 서술어일 뿐이며, 그 앞에 있
는 ‘한계’의 서술어로 쓸 수 없다. (16)번 문장에서는 제대로 쓰고 있다. ‘한계
를 지적하고 방향을 제시하여’

3) 총평
이 학생은 동양 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자연 과학을 도와줄 수 있는지에 대해 별
로 아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서-본-결 논술 글의 형식을 잘 갖추었으나, 상식적
인 수준에서 원고를 메꾸다 보니 같은 소리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중심 생각을 뒷받침하지 못해 한 단락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하고, 정확
한 단어를 골라 쓰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것도 아는 것이 없어 뭘 써야할지를
몰라 막연히 정리하다보니 드러난 문제점이다.
그러므로 글에 깊이를 주려면 평소 독서량을 늘리거나, 토론을 통하여 사고의
폭을 넓혀야 한다. 물론 그것이 하루 아침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니, 평소에 일
간 신문과 시사 주간지를 꾸준히 읽는 것이 좋겠다.
다행히 문장력이 있어, 문장 공부에는 그리 큰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되겠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