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삭-예술가가 죽을 때 자기 작품을 불태운다면…

제 목
첨삭-예술가가 죽을 때 자기 작품을 불태운다면…
작성일
2000-04-25
작성자

(문)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자 하는 목적과 동기가 무엇인가에 따라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지는데, 이를 근거로 하여 고죽이라는 예술가가 죽을 때 자기 작품을 불태
운 행위를 어떻게 비판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라.

1. 학생 글 ①

(1)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카소는 생전에 화가로서의 명성은 고사하고 생계조차
도 ⓐ불안정한 삶을 살았다. (2) 전통적인 그림 수법을 부정하고 ⓑ전혀 새로운
표현법으로 그려진 피카소의 그림이 당시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
다. (3) 다시 말해 옛 것을 따르지 않았다는 데서 작품성을 평가하기에 앞서 거
부감을 느낀 것으로 볼 수 있다. (4) 곧 옛 것이 판단 기준이 된 셈이다. (5)
(가)에서의 락서의 글도 이와 같은 경우이다. (6)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새로운
모습이 보이면 옛 것의 흔적 유무를 통해 ⓒ평가하려는 것이다. (7) 이에 대해
(가)는 예로 든 시경이나 왕희지의 글씨 등을 통해 옛 전통에 매이지 않은 창조
적 활동의 ⓓ가치성을 암시하면서 옛 것만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 세태를 비판하
고 있다.
(8) ⓔ(가)의 락서가 새로운 글로 비난을 받은 것은 전통 글이 존재했기 때문으
로 볼 수 있다. (9) 옛 글이 없었다면 감히 그런 글이라는 판단의 근거가 없었
을 것이기 때문이다.
(10) 이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나)글에서 고죽의 행동은 전통을 부정하는 증
거 소멸의 의미를 갖게 된다. (11) 즉, 후대 사람들이 평가의 기준으로 삼을 가
능성이 있는 자신의 작품들을 태워 ⓕ없앰으로써 옛 것을 남겨두지 ⓖ않으려는
행동일 수 있다는 것이다. (12) 고죽은 평생 자신이 열망하는, 자기 붓 끝에서
날아가는 그 새를 그리지 못했다. (13)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
해 감명 받고, 자신을 존경한다 하더라도 ⓗ고죽 자신에게는 만족감이 없었던 것
이다. (14) 만족할 수 없었던 작품을 보며 고죽은 평생 나와 다른 사람을 속여
왔다고 생각하고, 후대 사람들까지 속이지 않기 위해 작품들을 다 태운다.
(15) 얼핏 보면 그의 행동은 옛 것에 얽매이지 말고 작품을 창조하게 하려는,
후대 사람들에 대한 사려 깊은 ⓘ배려로 보여질 수 있다. (16) 그러나 고죽의 행
동은 후대 사람들의 능력과 가능성을 무시한 ⓙ착각적인 행동이다. (17) 후대에
(가)의 락서와 같은 사람이 나타난다면 고죽의 작품이 절대적 판단 기준이 될
수 없고, 오히려 새로운 창조적 작품을 추구하고자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8) 고죽의 작품을 모방하려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나친 모방
위주의 작품 활동은 개인의 발전이 없는 상태에 머무르게 할 것이다.
(19) 후대 사람들의 끊임없는 창조 정신은 고죽이 그리지 못한 새를 그려낼 수
도 있고, 더 나아가 고죽의 작품보다 발전한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도 있
는 것이다. (20)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죽이 작품들을 다 태워버린 것은 자기
작품에 대한 비하가 아니라, 오히려 작품에 대한 자만으로 볼 수 있다.
(21) 옛 것을 보편적인 기준으로 삼고 따를 때는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을지
도 모른다. (22)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옛 것만을 고집한다면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23) 온고지신이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
다. (24) 따라서 현재까지 전해지는 전통이 단순히 옛 것으로써가 아니라, 옛 것
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창조 정신으로 이어질 때에 진정한 자기 발
전, 나아가 사회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1) 구조 분석
이 글은 모두 다섯 단락으로 되어 있다. 형식적으로 (1)에서 (7)까지가 서론이
고, (8)에서 (20)까지가 본론이며, (21)에서 끝까지가 결론이다. 그리고 본론을
다시 두 단락으로 나누었다. 이 글은 형식적으로 서론이 약간 길고 결론이 짧은
듯하나, 서-본-결 원고량이 잘 안배된 편이다. 내용으로는 글의 흐름을 비교적
잘 잡았으나, 각 단락의 집중력이 떨어져 장황하였다.
서론에서 락서의 행위를 설명하려고 피카소의 예술 세계를 예로 든 것은 아주
뛰어난 발상이었다. 그러므로 피카소의 예술 세계를 그 당시 보통 사람들은 이해
하기 어려웠으나, 지금은 한 유파로 인정받고 있다는 정도만 언급해야 했다. 그
런데도 잘 알지 못하는 상황(생전의 명성, 생계 불안정)을 사실인 것처럼 거론하
는 바람에 다른 부분까지도 믿지 못하게 하고 있다.
본론 1은 (8)에서 (14)까지인데, 그 중에서 (12)∼(14)는 제시문에 있으므로 군
더더기이다. 빼도 된다. 따라서 본론 1단락의 중심 문장은 (10)번 문장이다. 그
런데도 본론 1에서는 (10)번 중심 생각을 뒷받침하는 문장을 제대로 덧붙이지 못
하고, 엉뚱한 이야기를 덧붙여 한 단락으로 처리하였다.
문제 조건이 본론에서 고죽의 태도를 비판하라는 것이었으니, 고죽의 태도를
(10)번 문장에서 지적한 것처럼 ‘증거 소멸’로 보았다면 왜 그렇게 보는지를 언
급해야 한다. 그렇다면 본론 2로 처리한 단락에서 (15)∼(17)문장, 본론 3으로
처리한 단락에서 (19)문장은 그곳에 있을 것이 아니라 (10)번 문장을 뒷받침해
야 했다. 즉 본론 1단락을 그렇게 한 단락으로 묶어야 했다.
그리고 본론 2단락에서는 (20)번 문장을 중심 생각으로 놓고, 고죽의 태도를
왜 ‘자만’으로 보아야 하는지를 뒷받침하여 한 단락으로 독립시켜야 했다.
결론은 (21)문장부터 끝 문장까지인데, 본론에서 거론한 ‘증거 소멸, 자만’과
관련 없는 말로 채우고 있다. 그냥 ‘막연하고도 교훈적인’ 말을 하다가, 일반적
인 언급을 하며 대충 마무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22)에서 ‘옛 것만을 고집한다.’는 말이 왜 갑자기 나오는지 모르겠
다. 이 글 본론에서는 고죽이 증거를 소멸하고 있는데, 그러면 안 된다고 하였
을 뿐이며, 옛것을 고집하는 것과 발전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언급한 적이 없다.

2) 문장 분석
(1) → 거짓말이다. 피카소는 20대 초반부터 재능을 인정받았으며, 죽을 때 엄청
난 재산을 남겼다. 오늘날 널리 알려진 피카소 특유의 화법도 30대 이후에 등장
한 것이다. 차라리 ‘피카소식 그림을 초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했다
고 한다.’가 훨씬 설득력이 있는 말이다.
ⓐ → 의미가 겹침. ‘불안정하였다.’로 간단하게.
(2) → 영어식 피동문. 주어를 ‘사람들이’로 바꿀 것.
ⓑ → 잘못 쓰임. 이 말 뒤에 부정어가 와야 한다. ‘아주’로 바꾸자.
ⓒ → 주술이 호응하지 않음. ‘평가하기 쉽다.’로.
ⓓ → ‘가치성’이라는 단어가 낯설다. ‘가치를 거론하면서(예로 들면서)’로.
ⓔ → 뺄 것. 일일이 ‘(가), (나)’를 들먹이지 않아도 된다. 채점자나 수험생이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뒤로도 모두 마찬가지.
ⓕ → 영어식 명사절. ‘없애서’로.
ⓖ → 이 문장의 전체 주어는 ‘고죽’이다. 서술어가 주어와 호응하지 않음. ‘않
으려 하기 때문이다.’로 바꾸어야 한다.
ⓗ → 영어식 문장. ‘고죽은 만족할 수 없었다.’
ⓘ → 영어식 피동문. ‘배려처럼 보인다.’
ⓙ → 낯 선 단어. ‘착각이다.’로.
(18) → 문장 뒷부분이 앞부분과 호응하지 않는다. ‘모방하려는 사람도 있겠지
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로.
ⓚ → 영어식 명사절. ‘그런데도’로.
(23) → 근거를 대지 않고 있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말은 무조건 다 옳다는
식이다.

3) 총평
이 학생은 쓸거리가 충분하고 글의 흐름을 잡으면서도, 단락의 집중력이 떨어진
다. 즉 한 단락에 말하고자 하는 것을 충분히 담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글 전
체의 흐름보다 한 단락이 어떤 원리로 정리되는지를 먼저 이해하고 연습해야겠
다.
그러려면 친구와 논술 공부를 같이 할 때 글을 쓰기 전에 한 단락 내용을 ‘말
로’ 친구에게 설명하면 좋겠다. 예를 들어 ‘난 고죽이 두 가지 점에서 잘못했다
고 봐. 첫째는 이런 건데…’하면서 첫째를 설명하면 그것이 본론 1단락이 된
다. 이 이야기를 듣다가 친구가 ‘어째서 그런데’ 또는 ‘왜 갑자기 그 말이 나
와?’ 같은 질문을 하면, 그 부분이 보완해야 할 곳이다.
그리고 영어식 문장이 많았으며, 문장력이 떨어지고, 낯선 어휘가 눈에 띄었
다. 독서량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문장력을 자연스럽게 몸으로 익히려면 지금부
터라도 날마다 신문을 읽어야 한다. 신문을 읽는 것이 가장 손쉽게 문장력을 익
힐 수 있는 방법이다.

2. 학생 글 ②

(1)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 있어서 자신감과 진리 ⓑ추구의 행위는 서로에
게 필수가 되는 요소들이다. (2) 제시문의 락서는 자신의 글에 가해지는 여러 비
판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3) 그 이유는 ⓒ결국 그의
창작 동기가 진리 추구에 있었기 때문이다. (4) 자기 자신만을 위한 행위가 아
닌 진리를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레 자신감을 수반하게 되고 고난에도 쉽게 뜻
을 굽히지 않는 요인이 된다.
(5) ⓔ제시문의 고죽은 그가 금시조를 완성시키려는 목적을 락서와는 다른 방향
으로 잡고 있다. (6) 먼저 고죽은 인생의 최종 목적을 금시조 그림의 완성에 두
고 있다. (7) 그러나 그의 행위는 순수한 예술 창조가 아닌 ⓕ자기 자신의 안심
을 위한 행동이었다. (8) 세상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괴로웠던 삶을 ⓖ보상
하기 위함이었다. (9) 이처럼 창조의 목적이 왜곡되어 있었기 때문에 고죽은 자
신감이 결여되어 있었다. (10) 금시조를 결국 완성하지 못하는 것은 고죽에게 다
가온 고난에 비유될 수가 있다. (11) 그 고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서화더미를 모
두 태워버린 행위는 뒤에 초헌의 비판으로까지 이어진다.
(12) 고죽은 여러 가지의 비판을 받을 만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13) 먼저 그
의 ⓕ안심을 추구하는 태도는 진리를 추구해야 된다는 것과 대치된다. (14) ⓗ학
문이나 예술적 미의 추구에 있어서 목적이 순수하지 않을 때에는 결국 왜곡된 방
향으로 흐르게 되고, 나중엔 올바른 목적을 ⓘ방해하기에 이르게 된다. (15) 과
학자의 연구는 사회에 도움이 되고 ⓙ윤리에 반하지 않는 것이 요구된다. (16)
처음엔 유전 공학을 인류를 위해 발전시켰다 하더라도, 과학자 자신의 이득을 위
해 인간 복제나 장기 매매를 하게 된다면 ⓚ그것은 올바른 목적을 방해하게 되
는 것이다. (17) 이처럼 목적이 순수한 진리 추구에 있지 않다는 점에서 고죽의
태도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18) 고죽이 진실로 ⓛ예술적 미를 추구하였다면 금
시조를 그리지 못한 것을 철저한 자기 부정으로 몰고 가진 않았을 것이다. (19)
모든 서화들을 태워버린 고죽의 태도는 진정으로 ⓜ예술을 추구하는 사람의 태도
가 아니다. (20) 비록 자신의 최고 목표를 달성하진 못했을지라도 제자에게 그
목표를 넘겨주고 서화들을 잘 보존해서 그보다 더 나은 기법을 연구하는데 일조
를 하는 것이 진정한 예술가의 행동이다. (21) 결국 고죽은 그의 창조 목적이 자
신의 안심과 명예에 있었기 때문에 고난을 대처하는 자신감이 부족했고, 서화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으며, 결국 ⓝ불태워 버림으로써 철저한 자기 비하에 빠져버
리게 된 것이다.
(22) 항상 변화를 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 글은 많은 점을 시사
해 주고 있다. (23)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고 노력할 때, 순수한 목적과 동기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4)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혼란
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25) 그리고 개인적인 측면으로 볼 때, 결국 ⓞ고죽과
같은 철저한 자기 부정을 자신감이 결여된 까닭으로 하게 될 것이다.

1) 구조 분석
이 글은 모두 네 단락이다. 서론은 (1)에서 (4)까지이며, 본론은 (5)에서 (21)
까지이다. 결론은 (22)부터 끝까지이다. 본론을 다시 두 단락으로 나누었다. 이
글은 서론과 결론 원고량이 약간 적은 듯하나 전체적으로는 원고량 안배가 잘된
편이다. 왜냐하면 이미 제시된 문제에서 서론과 결론에 들어가야 할 내용이 거론
되고 있어, 본론을 좀더 집중적으로 정리해도 되기 때문이다
서론에서 (1)번과 (4)번 문장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진술이다. 이에 동의하지 않
는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 조건으로 주어진 ‘(가)글의 논지를 요약
하라’를 무시하고, 서론에 자신의 의견을 담아 생긴 무리수이다. 서론은 일반적
인 내용으로 서술할 글의 방향을 잡아주는 곳이지, 아무런 근거없이 주장을 펴
는 곳이 아니다.
본론 1은 (5)에서 (11)까지인데, (7)에서 고죽의 태도를 비판하려 하였다. 그렇
다면 (7)번 문장을 뒷받침하여 왜 ‘순수한 예술 창조가 아닌가’를 설명해야 하는
데, 계속 (7)번 내용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말하자면 비판은 있고 주장은 있
는데, 근거를 대지 않으면서 자기 주장만 계속 강요하고 있다.
본론 2는 (12)에서 (21)까지인데, 단락을 구분하지 않고 한 단락에 중심 생각
두 개를 정리하는 바람에 장황하였다. 처음에는 (13)에서 진리를 추구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였으며, 두 번째로는 (19)에서 서화를 불태운 것을 지적하였다.
그런데 (13)에서 ‘진리’를 추구하지 않은 것을 탓하더니, (14)에서 ‘목적’이 순
수하지 않다고 했다가, (15)에서 과학자 이야기를 하며 ‘윤리’를 거론하고, (16)
에서 ‘올바른 목적’이 등장하고, (17)에서 ‘순수한 진리 추구’로 마무리하였다.
이 단어들은 모두 같은 말이 아니다. 가령 고죽이 자기 만족을 위해 예술을 하
였다고 해도 그것이 진리를 추구하지 않은 것이라던가, 목적이 올바르지 않은 것
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떤 학생이 ‘오늘 학교 가기가 싫
다.’고 말했을 때, 그러면 사람도 아니라던가 학교 안 가려면 학교를 그만 두는
것이 낫다고 확대하여 상상하는 것과 같다.
즉 고죽이 진리를 추구하지 않은 것으로 보았다면, 어째서 그렇게 볼 수 있는지
를 근거를 대야 하는데 본론 1처럼 아무런 설명없이 계속 주장만 늘어놓고 있다.
두 번째 지적에서는 (19) 주장을 (20) 문장이 뒷받침하고 있으나, (21)에서는
다시 ‘근거 없는 주장’이 등장하였다.
결론은 (22)부터 시작되는데, 본론에서 제대로 설득하려고 한 적이 없어 결론
도 부실해졌다. 예를 들어 (24)에서 갑자기 ‘사회적 혼란’이 등장하기도 한다.
목적이 순수하지 않으면 어떻게 사회적으로 혼란해지는지를 본론에서 언급한 적
이 없었다.

2) 문장 분석
ⓐ → ‘∼하는 데 있어서’는 영어식 문장. ‘창조할 때’
ⓑ → ‘추구’ 자체가 행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뒤에 ‘행위’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
아도 된다. ‘행위’라는 단어를 빼야 앞에 있는 ‘자신감과’와 문장 격이 같아진
다. 그러므로 그냥 ‘진리 추구는’으로 바꾸자.
(2) → 영어식 피동문. ‘제시문에서 락서는 자기 글을 사람들이 여러 모로 비판
하는데도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로.
ⓒ → 뺄 것. 근거를 대지 않으면서 ‘(결국)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기분
이 들게 한다. 이 글 전체에 ‘결국’이 일곱 개나 있다.
ⓓ → 근거를 대지 못하는 단어. 설득력이 떨어짐. 진리를 추구하면 ‘어째서’ 자
신감이 생기고, 고난을 이겨낼 수 있을까? 오히려 현실 세계에서는 용기 있게 진
리를 추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 → ‘이에 비해 고죽은’으로. 사람을 가리킬 때 ‘그’라는 표현을 쓰지 말 것.
그냥 이름을 바로 쓰면 된다. 이 뒤로도 모두 마찬가지.
ⓕ → ‘안심’이 무슨 뜻인지? ‘안식’인지? 그리고 관형격 조사 ‘의’가 너무 많
아 문장이 딱딱하다.
ⓖ → 영어식 명사문. ‘보상하려는 것이었다.’로.
(10) → 무슨 소리인지? 그림을 완성하지 못해서 고통을 받았다는 뜻인지?
ⓗ → ‘와’의 앞뒤 문장 격이 안 맞음. 학문을 추구할 수는 없음. ‘∼에 있어
서’를 빼고 ‘학문을 하거나 예술미를 추구할 때’로.
ⓘ → 영어식 문장. ‘방해하게 된다(방해하기 쉽다)’로.
ⓙ → 영어식 문장. ‘윤리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로.
ⓚ → 영어식 피동문. 가치관의 차이이므로 ‘올바른’보다 ‘순수한’이라는 단어
가 더 적합한 단어이다. ‘그것은 순수한 목적에서 벗어난 것이다.’로.
ⓛ → ‘예술미를’로.
ⓜ → ‘예술’을 추구하지는 못한다. ‘(예술)미를’
ⓝ → 영어식 문장임. 주술을 호응시킬 것. 이 문장의 주어는 ‘고죽’. 그러므로
‘서화를 불태워 자신을 철저히 비하시켰다.’로 바꾸자.
ⓞ → 문장 성분 순서가 뒤섞임. 일단 ‘고죽처럼 자신감이 결여된 까닭에 철저
한 자기 부정을 하게 될 것이다.’로 바꾸고, 다시 ‘자신감이 없어 고죽처럼 철저
히 자기를 부정하게 될 것이다.’로 바꾸자.

3) 총평
이 학생은 중심 생각을 집중적으로 뒷받침하여 한 단락을 만들지 못하고, ‘어쨌
든 이러면 안 된다.’는 소리만 반복하고 있다. 말하자면 고죽의 태도가 어떤 점
에서 잘못되었는가를 알면서도, 왜 잘못인지는 남에게 근거를 대고 설득하지 못
하고 있다.
머릿속으로 뱅뱅 맴도는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평소에 어떤
일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먼저 논술 단락의 원리
를 익혀야 한다. 그리고 원고지에 글을 쓰기 전에 쓸거리에 대해 친구들과 충분
히 논의하여 글의 흐름을 구상한 뒤에 글을 써야겠다.
그리고 문장력이 많이 떨어진다. 신문 사설 같이 구태의연하게 표현하는가 하
면, 영어식 문장도 많았다. 영어식으로 표현하면 문장이 장황해지고 뜻이 모호해
지기 때문에 우리말답게 쓰라는 것이다. 평소 독서량이 많지 않아서 간결하고 효
율적인 문장 표현을 몸으로 익힐 새가 없는 것 같다.
효율적인 문장 표현법은 잠깐만 연습하면 충분히 익힐 수 있으니, 틈틈이 연습
해야겠다. 예를 들어 이 글에 쓰인 관형격 조사 ‘의’(24개나 있음)만 다 뺄 수
있다면 문장이 훨씬 더 좋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