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모딜리아니를 아세요?-한효석
이름 : 한효석 ( straw@hitel.net) 날짜 : 2000-05-27 오후 3:03:05 조회 : 95
이 그림은 모딜리아니의 특성을 잘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목이 길고 눈동자가 없고(초점이 없고), 삐따닥하게 고개를 꼬고 있으며, 그림 한 복판에서 약간 빗겨난 구도며….
모딜리아니는 1884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14세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18세에 미술 학교에 입학하였으며, 22세에 파리로 가서 그림 공부를 합니다. 그 뒤 31세까지 조각에 매달렸으나, 조각이 돈이 많이 들고 건강에도 좋지 않아 이때부터 회화에 전념하지요.
그 뒤 36세(1920년)에 죽었으니, 지금 알려진 유명한 그림들은 다 이 짧은 시기에 그린 것이지요.
우리 시인 중 어떤 사람이 사슴을 두고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라고 표현을 하였지요. 모딜리아니는 더할 나위 없는 슬픔을 목을 길게 그려 표현하려고 하였나 봅니다. 결핵과 마약으로 죽어 가는 육신을 표현하려 했는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자신을 둘러싼 세상도 그리 평탄하지는 않았어요. 이 그림을 그릴 때가 바로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 중이었거든요.
이 그림은 그래도 눈동자 있는 눈으로 이쪽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말년에 모딜리아니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생기면서 그림이 부드러워진 것이라고 합니다. 여인의 표정이 슬퍼 보이지만, 깍지 낀 채 부드러우며 안정된 자세로 앉아 있는 모습에서 모딜리아니의 평온한 심리를 엿볼 수 있습니다.
죽기 바로 전 해에 그린 모딜리아니의 자화상입니다. 그러나 세상을 달관한 듯한 표정에서 죽음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때(1919년)가 비로소 유명해진 해라고 하는데, 그림에는 인간 모딜리아니만 있습니다. 세속의 그 어느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초연한 모습으로…..
여담 한 마디 – 23살 아내는 모딜리아니가 죽은 다음 날, 5층 아파트에서 뛰어 내려 자살을 합니다. 모딜리아니 둘째 아이가 뱃속에 있었다는데 말입니다. 부부 합장을 했대요. 그리고 큰애는 나중에 자라서 아버지 연구자가 되었답니다.
묘비명 –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1884년 7월 12일 리보르노에서 태어나 1920년 1월 24일 파리에서 사망하다. 바야흐로 영광에 싸이려고 했을 때 죽음이 그를 앗아가다.
쟌 에뷔테른. 1898년 4월 6일 파리에서 태어나 1920년 1월 25일 파리에서 사망. 좋은 반려로서 삶의 끝까지 헌신하다.
제가 대학교에 다닐 때 무척 좋아하던 화가였습니다. 사람 사는 문제로 제가 샐쪽해 있었지요.(그때가 사춘기였나?) 비 맞고 돌아다니고 시 읊조리던 시절, 절친했던 그림들을 지금 나이 들어 다시 꺼내 보니 더 정겹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