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이 미덕이다…(강준만)
이름 : 한효석 ( straw@hitel.net) 날짜 : 2000-05-29 오전 12:40:04 조회 : 111
요즘 강준만 씨가 쓴 글을 읽고 있는데요.. 그 글을 읽으니까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만약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데, 상대방이 당신을 무시할 때 무척 화가 나실 겁니다. ‘내가 너한테 이 정도밖에 안 되냐?, 내가 당하고 그냥 있을 줄 알아, 어림도 없는 소리…내 존재를 인정하지 않아, 그럼 나는 없는 거냐?’
그러니까 이쪽에서는 존재를 증명하려고, 다음에는 앞에서 했던 것보다 좀더 강하게 접근하고, 그것도 안 되면 더욱 강하게…. 즉 말로 안 통하니까 -> 쇠파이프 -> 화염병 -> 할복 -> 분신 순으로 가는 겁니다. 보통이 넘는 개지랄을 떨어야 그나마 쳐다보니까요.
물론 상대방 쪽에서 보면 이해가 되요. 같잖은 것이 같잖은 소리를 하고 있으니까, 상대할 만한 가치가 없어 보여요. 그래서 무시합니다. 무시하고 싶어서 일부러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무시하기 이전에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왜 이 소리를 하냐고요? 사람들이 자기도 그런 과정을 거쳐 놓고, 자기도 다른 사람을 무시한다는 겁니다. 강준만씨 말로는 성공한 사람들이나 단체가 그렇게 변하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어떤 때 보면 시민 단체조차 어느 시민의 항의를 묵살해 버린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옛날에 전교조가 뭐라고 했을 때, 정부에서 들은 척도 안했지요. 그때 얼마나 답답했습니까? 그런데 지금 전교조가 합법 단체가 되었는데, 전교조에 가입하지 않은 교사가 하는 말에 전교조에서 얼마나 귀를 기울일까요?
다른 예를 들어 볼까요? 학교에서 아이들이 말같지 않은 소리를 할 때 교사들이 귀를 기울일까요? 설령 그것이 말 같지 않을지 몰라도, 그 소리는 그 나름대로 그 아이가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고 하는 말인지도 모른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내가 무슨 말을 할 때 상대방이 무시하여 화가 난 적이 있듯이 교사가 그 애 말을 무시하면 그 애도 화가 나겠지요.
결국 독재자를 미워하던 사람이 알게모르게 독재자를 닮기 쉽습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아이들이 개지랄을 떨면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고 사랑해야겠습니다. 물론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겸손해야 합니다. 장원 교수처럼 되지 말구요.
왜? 미워하면 나도 그것을 닮습니다. (효석 생각)
나중에 책을 다 읽으면 다시 정리해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