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미 선생님께-한효석

제 목
한영미 선생님께-한효석
작성일
2000-06-24
작성자

이름 : 한효석 ( pipls@hanmir.com) 날짜 : 2000-06-24 오전 9:18:44 조회 :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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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미님

멀리 타국에서 별고 없으신지요?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무척 보고 싶어 합니다. 엊그제에는 박정희 선생님을 만났어요… 도당에서 잘 지낸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도 부천정산고에서 있었던 일들이 좋았다고, 재미있었다고 하시대요.. 그럼요, 우리가 얼마나 재미있게 지냈어요..

떠나지 않았어도, 서로 헤어지지 않았어도 그때 벌써 우리들끼리 그런 이야기를 했잖아요. 여기를 떠나면 서로들 보고 싶어할 거라구요.. 김현숙님과 박종필님은 교원위원님이 되었어요. 목에다 힘을 안 주는 것 같지만, 제가 보기에는 교원의 시녀가 아니라, 교원의 주인(?) 노릇을 하려고 합니다. 저도 그 맘을 알지요.. 제가 위대하신 교원위원님에 당선되었을 때, 저는 몇날 며칠 잠을 못잤거든요… *^^* 아, 김현숙님은 며칠 전 머리를 커트해서 16살이 되었어요… (자세히 보면 눈꼬리에 주름이 있지만..)

김남원님은 엊그제 이사를 했어요. 학교 근처이지요. 32평 넓은 집, 밝게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 환히 내려다 보이는 푸른 공원… 그래요. 그런데서 애들을 키우라고 했어요. 먼젓번 집은 당신하고 인연이 끝났다고요…. 전화를 하니 애 엄마 목소리도 밝더군요. 그래서 가끔 사람들은 환경을 바꾸어 볼 필요가 있지요..

“………”

다들 궁금해 해요. 어떤 아이 말로는 선생님을 거리에서 봤다고도 하구요. 잘 준비하고 떠난 것이 아니라서, 어떤 이는 가슴 아파 하기도 하구요. 그러면서 대단하다고 칭찬하기도 하구요… 잘 지내고도 남을 사람이라고도 하구요…

송이 엄마와 이번 방학 때, 사이판에 가려고 합니다. 제가 학교를 그만 두면, 정말 자유롭게 훨훨 날고 싶었는데… 지금은 어정쩡한 상태에 있습니다. 그게 팔자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요즘에는 학교에 재미를 붙이려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말대로 화장실에 가서 물을 좍좍 뿌리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요. (히히, 제가 여교사-여학생 화장실 청소 당번이거든요…가보니 그거 볼 거 못되더군요.)

그곳에 간 지도 이제 두 달쯤 지났으니, 아이들도 친구를 사귀었겠네요. 아이들은 스폰지 같아서 있는 그대로 잘 받아 들이거든요. 금방 새로운 환경에 적응합니다. 어른들보다 더 빨리….

선생님 식구들이 잘 지내려니 하면서도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마냥 걱정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송이 엄마도 늘 걱정합니다. 조만간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려 봅니다.

위 사진은 매향리 바닷가에요. 매향리에 미공군 사격장이 있는데 ‘폭격 반대 인간띠 잇기’ 행사에 참여하려고 우리 식구들이 그곳에 갔다가, 너무 일찍 도착하여 사람들이 없기에 잠깐 바닷가에 가서 누리보고 사진 한 장 찍으라고 했더니, 시원시원하게 잘 찍었군요…

한선생님, 건강하셔요. 파이팅….
보….고… 싶….어…요….

2000년 6월 24일(토) 출근하고 자리에 앉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