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공포(?), 자유! 판타스틱 안면도!!!!!-최소영

제 목
환상, 공포(?), 자유! 판타스틱 안면도!!!!!-최소영
작성일
2000-07-15
작성자

이름 : 최소영 ( ) 날짜 : 2000-07-15 오전 9:46:44 조회 :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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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영(부천정보산업고 교사)

아침 6시 30분 눈이 번쩍 뜨였다. 언제 여행을 갔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정말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이라 그럴까? 설레임이 먼저 날 들뜨게 한다. 7시 30분 집을 나섰건만 사진기를 깜박한 이영미샘의 멋진 기억력 덕에 뛰고 걷고 땀방울 흘리며 약속 시간 1분이 지나 도착했다. 먹을거리를 나누고 출발이다. 야호. 드디어 우린 이 일상을 떠나 안면도 – ‘얼마나 좋은 섬이길래 편히 잘 수 있는 곳이라 했을까?’ 싶은 – 그곳으로 간다.

안면도까지 차로 3시간 30분. 네 사람이 한 차를 타고 낯선 땅으로 간다는 것은 또다른 경험이다. FM95.9 – 거의 뉴스만 나오는 방송을 듣는 제1물결 세대 한효석샘, 김광석 노래를 좋아하는 제2물결 세대인 나, 베이비 복스, 소찬휘 노래를 좋아하는 제3물결 세대 신문경샘과 이지영샘. 이들이 한 공간에서 무슨 얘기를 할까? 학교 계단에서나 가끔 만나 인사나 하던 사이들인데…

안면도에 드디어 도착했다. 소나무 수목원이 유명하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도착한 순간 입이 벌어졌다. 길게 쭉 뻑은 붉은 몸둥이를 드러낸 누드의 소나무! 하늘과 같은 높이에 머리를 풀고 선 모습은 이 땅을 지켜온 민초의 모습같기도 하고, 선비의 모습같기도 하다. 소나무 뿌리 근처에 몸둥이 누이고 한량처럼 게으름을 잔뜩 부리며 상 차린 아주머니가 나눠주신 음식을 먹고 음식값으로 재밌는 얘기 하나 드리고픈 땅이다. 그러다가 언젠지 모르게 슬며시 잠이 들면 아직 만나지 못한 나의 짚신 한짝 만나고픈 땅이다. 그래서 안면도인가보다.

함박웃음 지으며 일행과 함께 걸어본다. 한발한발 떼어놓을 때마다 자연학습장이다. 쑥부쟁이, 원추리, 돼지불알꽃 등 어릴적 소꼽놀이하며 보고, 꺾었던 꽃들이 다 이름을 갖고 내 눈앞에 서있다. 이영미샘은 경상도 어느 시골 언어로, 김문규샘은 강원도 어느 산골말로 저마다 식물학자다. 그들의 풍부한 지식과 이야기에 감탄사만 연발하며 따라다니며 내내 웃는다. 내내 웃으며 외워보지만…. 또 웃는다.

밥때도 잊고 큰 뽕나무 한 그루 만나 오디 – 포도를 미니어처 시킨, 그러나 너무 맛있는 나무 열매 – 를 먹는다. 신기하다. 세상에 누에가 자라고 그 옆에서 비단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디’ 라는 열매가 있다니. TV에서만 보아온 내겐 낯설고 감동스런 뽕나무와의 만남이다. 한효석 선생님도 넉넉한 뽕나무의 그늘과 잎을 보며 새 집 지으면 꼭 심어야겠다며 좋아라 하신다. 그래서 짤칵! 한.최.김 ‘뽕3′ 찍기.

그러나 감동은 계속이었다. 우리의 전라도 시골 언니 허은경샘이 또 알려주신다. 땡감나무 잎으로 물을 떠먹었다는 것이다. 이쪽저쪽 끝을 잇더니 어느새 작은 애기 표주박이 되었다. 땡감나무 잎으로 물 먹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오 천상의 물이여!!! 나는 어느새 천사로다. 살이 조금 있어 날지 못하는 천사!!!
“정말 서해도 파도가 치나요?”. 여행을 가기 전 몇 번이나 김문규샘께 물었다. 인천 월미도 바다에 속았던 아픔이 있던 나에게 서해는 바다가 아니라 단지 육지가 아닌 곳이었다. 그러나 눈앞에 모래사장과 하얀 파도가 부서지는 바다가 있다. 바다다. 바다다. 바다다.

여기 “꽃게탕 주세요. 먼저 파전이랑 막걸리도요.” 오징어 대신 햄이 든 파전이었고, 막걸리 대신 맥주지만 게눈 감추듯 먹는다. 드디어 등장한 꽃게 매운탕!!! 뚜껑을 여니 토실해 뵈는 게조각이 정확히 8개란다. 8개니 다행이지만 그 크기가 다르니 가위바위보로 정하자 한다. 하하하 “가난한 날의 행복이어라!!!(-김문규샘)” 뒤늦게 다행히 또 발견된 8,9개의 게조각과 영양분이 많다는 게껍질까지 꼭꼭 씹고 게맛이 채 우러나오지 않은 국물까지 다먹고 또달라하여 바닥을 보이고…

큰 해변에 우리와 몇 안되는 사람들만 있다. 파도를 건너뛴다며 검은 다리털 적시며 짧은 다리 들고 뛰어보지만 어느새 속옷까지 적시는 김문규샘. “역시 바다는 여유로워. 바다를 보며 살아야한다니까.”며 이사를 꿈꾸는 한효석샘. 카메라로 우릴 찍는 한효석 샘 찍는다고 바다까지 카메라 가져와 카메라 적시고 그동안 찍은 필름 다 햇볕쪼여준 이영미샘. 준비한 여행을 좋아라하는 사람들보며 또 바다보며 좋아하는 신문경샘. 지금껏 여행가본 것이 열 손가락 안에 든다더니 가장 잘 노는 이지영샘. 자신의 두다리를 기꺼이(?) 모래 거북이 조각 기둥으로 인내하며 썰물을 안타까워하던 살신성 거북 허은경샘. 오징어 냄새나서 샌들 못신고 운동화 신고 왔다더니 어느새 바다가 나타나자 더 어울리는 조리(슬리퍼)를 신고 나와 물장구치는 임혜란샘. 모두들 여름 한가운데 여유로운 바다 모래밭에서 각자 그리고 함께 한다. 아∼ 나는 지금 바다에 있다.

7시 30분 부천땅이다. 부천-서산-태안-안면도 여러 땅 밟고 지나쳐서 그러나 1시간 1시간 빨리가더니 하루는 아주 다양하고 길었던 느낌이다. 두부비지, 순두부국으로 저녁 배를 채우고 마음 가득 부자가 되어 돌아간다. 하루 여행동안 7시간을 차 속에서 세대가 다른 4명이 함께 했다. 뉴스를 기꺼이 끄고 자신은 알지도 못하는 음악 틀어 함께 들으시며 세상사, 학교 생활 두루두루 얘기해 주시던 한효석샘의 양보와 여유로운 모습이, 어제 그리고 오늘 아침까지 음식을 챙기며 차속에서도 다양한 메뉴를 선사한 신문경샘의 따뜻함이, 8Kg(???)의 살빠짐이 불러온 첫MT 야밤 흰 천 왔다갔다의 서슬퍼런 등오싹의 스릴러 얘기꾼 이지영샘의 추억이야기가, 그리고 나의 아스팔트 위를 맨발로 달려 앞차 유리창을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옥수수 줘!”하던 괴기스러움이 여행의 피곤을 몰아내고, 추억을 만들고, 세대 벽을 허물었다. 함께 했기에 나눌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제 곧 여름방학이다. 방학이 가까워 오는 것은 달력의 숫자보다 우리네 교사 몸둥아리가 먼저 안다. 두통이 잦아지고, 무릎이 부쩍 아파 오고, 작은 일에도 쉬 피로하며 예민해지고. 그래서 많은 선생님들이 함께 하지 못했던 안면도 여행이었다…….

너도 쓰냐, 나도 한 마디……..

안면도의 소나무들은 언제나처럼 청정하더군요.
내 마음의 때, 조금은 닦아 낼 수 있었습니다.
-문규-

카메라 뚜껑을 열어 젖히며 필름에 담아둔 추억을 허공으로 날려보냈지만,
마음에 담아온 추억은 지워지지 않겠지.
-영미-

바다로 간 우리의 거북은 새로운 꿈을 펼치겠지요?
그 거북의 마음으로 살고 싶네요.
-은경-

안면도, 소나무, 수평선, 푸른 바다, 옥수수, 김광석, 꽃게탕, 거북이, 카메라,
나를 웃음 짓게 하는 이번 여행의 비밀.
-혜란-

아산만, 서해대교(우리 나라에서 제일 긴 다리), 푸른 바다, 우거진 삼림, 디지털 카메라(현장에서 사진 확인 가능),
해안도로, 맛있는 꽃게탕, 난 다 봤다.!! 그리고 선생님들의 따뜻함도 다 느꼈다.!!
-문경-

26년만의 첫 여행… 너무 긴장한 나머지 바다로 간다는 얘길 듣고 수영복을 찾았으나 낡고 유행이 지나가 그냥 반바지와 티 한 벌을 챙기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속옷까지 챙겼다. 이렇게 오랜 시간 차 타 본지도 오래되어 멀미나 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너무나 좋은 선생님들과 즐거운 이야기가 끊이지 않아 졸 새도 없었다. 잤다.
바다, 아~~~ 푸른 바다, 헌데 수영복은 필요가 없었다. 속옷도 필요 없었다. 하지만 너무나 즐거운 여행이었다.
-지영(4층 학생과 멋있는 한문 샘)-

무사히 잘 다녀와서 다행이다. 뭔 일 있으면 큰 일이제. 남은 사람이 그 많은 보강을 어떠케 들어가냐?
-효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