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자 교육부장관…. 추억과 부탁…..-고형석
이름 : 고형석 ( ) 날짜 : 2000-08-25 오후 8:21:12 조회 : 114
송 자 교육부장관님께….
고형석 (00 중학교 교사, 하이텔 아이디-불청객)
대학을 다닐때 기독교 동아리에서 잠시 활동을 했습니다. 어느 핸가 우리학교의 가장 큰 이슈는 바로 새로되신 총장님의 엄청나신 업적이었지요….. 2천억이 넘는 기부금을 끌어오면서 학교를 세계 100대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우려 반 찬사 반 속에서 그 분은 우리 대학사를 거의 다시 쓰다시피 하셨습니다. 모든 대학들이 경영인 총장을 모시면서, 돈을 많이 끌어 모아 번듯한 건물 하나씩 지어내면서 여기저기 눈에 보이는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것에 매달렸고….. 그것이 능력 있는 총장이고, 그렇게 해야만 학교가 발전하고…..
그러한 과정에 여러 가지 논란이 많았고, 그 동안 그렇게 하지 못한 많은 총장님들은 무능하다 매도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그러한 능력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의문이 제시되었던 것이 사실이고. 그 중에 그 총장님이 이중 국적을 가지고 계신 것에 대해서는 많은 문제가 야기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하여 많은 후유증을 남기면서 총장님을 지지하는 모임과 총장님을 반대하는 모임이 대립하기도 하였지요.
그리고 그러한 과정들은 법정에까지 진출하여 총장님의 이중 국적 문제는 사회 이슈가 되었지만, 한참 국제화니 세계화니 떠들던 시절에는 그러한 문제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때 저와 제가 속했던 동아리는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총장님을 반대하는 모임에 섰었습니다. 총장님이 이중 국적을 유지하고 계셨었던 시기에 총장님은 교직원 세미나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걸고 자신은 이중 국적을 가진 적이 없다고 말씀하셨고, 그 이면에서는 남모르게 이중국적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셨지요…..
그래서 그 당시 저와 동아리 여러 선후배는 그러한 모습에 대한 반대의 뜻으로 신성한 채플 수업에서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하였고, 한동안 수없는 대자보를 써가며, 그 반대의 중심에 섰었습니다. 그리고 총장님과 대표자 면담을 하기도 하였고, 재단 이사회 회의 때는 선배와 함께 이사들에게 욕설과 따귀를 맞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총장님은 임기내 책임있는 사퇴를 약속하셨지만, 늘 힘있는 분들이 그렇게 하셨듯이 무사히 임기를 모두 마치시고, 다른 대학으로 영전하셨습니다.
저희가 주장했던 부분중의 하나는 능력 있는 총장보다는 양심 있고 도덕적인 총장님이길 바라는 것이었고, 지금도 그분을 생각하면 그러한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기억을 지우고 저는 열심히 임용고사에 매진했고, 작년에 교사가 되었습니다. 전교조에서 활동하면서 국민의 정부가 추진하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공부하고 현장에서 실감하면서…… 짧은 생각과 경험이지만, 교육이 이렇게 진행되어서는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정말 우려했지만, 제 대학시절 정말 깊은 인연으로 만나뵈었던 그 총장님이 교육부총리가 되셨습니다. 원체 능력 있으신 분이기에, 그리고 이미 내정되었다 하시기에 오늘 신문에 짧은 인터뷰 기사에도 이미 그분은 참 많은 엄청난 교육개혁의 청사진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아직 이렇다할 구체적인 사안이 나와서는 안 되는 모습까지도, 자신 있게 추진하실 의사를 피력하셨고…… 어찌 보면 우리가 현장에선 가장 힘써 막아야할 여러 제도의 가장 확실한 실행자로서 적임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그러한 그분의 청사진이 어쩌면 확실하게 우리 교육을 변화시킬 수 도 있으려니 하는 생각도 듭니다.
새로운 의욕으로 이제 출발하시는 그분께 되지도 않을 잡소리로 혹여 흠집을 내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제가 그저 우려하는 부분은 교육을 결코, 하나의 경영으로만 바라보지 말아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교사와 학생이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 ‘고객 만족’에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얼굴 모를 일개 학생이지만 “당신이 봤어?”라고 소리치고 삿대질하시던 그러한 모습이 아니라, 가장 낮은 자리에서 그저 묵묵히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하는 현장의 낮은이들에게 목소리와 눈을 낮추어 당신 생각에 보람있는 교사가 아니라, 진정으로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그 한사람 한사람이 진정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교육을 만들어 주시길 바랍니다.
지난 시절 혹여 제가 어린 나이에 당신께 실례를 범한 것이 있었다면, 너그러이 용서하시고….. 인간은 실수할 수 있지만, 그것을 부인하고 감추려고만 하지 말고 솔직하게 반성하고 시인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과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새롭게 시작하실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을 추진하시면서 반발에 부딪친다면, 경영적인 마인드로만 밀어 부치지 말고 조금씩 이해해주고 교육적인 마인드로 생각도 해주셨으면 합니다.
지난 시절의 악연으로 한 사람이 평생을 떠올릴 때 혹여 입이 거칠어지지 않도록 새로운 인연으로 만났을 때는 지난 시절을 잊고 당신을 칭송하고 전달하는데 앞장설 수 있도록 그렇게 좋은 인연으로 남고 싶습니다. 혹여 이 글이 당신께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못나디 못난 한 중학교의 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