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전교조에 가입하다

제 목
6월 1일, 전교조에 가입하다
작성일
2000-06-8
작성자

오늘은 여학생들과 여학생 화장실 대청소를 했네요. 올봄에 제가 2층 여교사 화
장실, 여학생 화장실 청소 감독을 맡았어요. 특별구역을 부담임에게 맡기다 보
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었다는데, 내가 찜찜해 하자 우리 여자 부장님(조영
숙)이 저 대신 그 동안 화장실 청소를 챙겨주었지요.

그런데 어제(6월 7일)부터 제가 다시 맡았어요. 아무래도 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다행히 여교사 화장실은 다른 여선생님(임화순)이 챙겨주신다고 하네
요. 그래서 어제는 출석부를 만들어 벽에 부치고, 화장실 청소 당번 아이들을 불
러놓고 결의를 다졌지요.

오늘 청소 시간에 가보니, 다들 열심히 하대요. 그래도 어른처럼 꼼꼼하지는 않
은 편이에요. 그래서 저도 거들었어요. 막힌 변기를 기사님이 오셔서 화∼악 뚫
어주시는데, 내 기분이 다 시원∼하더라구요. 그래요. 막힌 곳은 뚫어야 합니다.

전교조에 가입했더니, 세상이 달리 보이는군요. 조합원이 아닐 때는 그저 내
몸 하나만 챙기면 되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하는 생각
이 앞섭니다. 저런 사람도 전교조 교사냐고 손가락질할까 싶어, 더 열심히 살게
되는군요.

제가 지난 3월에 신청한 명예퇴직이 결정되어 학교를 떠나게 되었으면, 지금쯤
명퇴 이후를 생각하느라고 정신없었겠지요. 뒤늦게나마 조합원이 되어 교사로서
열심히 살게 되니, 나는 복덩어리를 통째로 지고 다니며 산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따지고 보면 진작 전교조에 가입했어야 했어요.

제가 앞으로 얼마나 조합원 노릇을 할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떠날 때까지는 단
하루라도 제대로, 열심히 살아야겠지요. 다른 분들 두세 몫을 한다는 생각으로
뛰려고 합니다. 우리 학교에 막힌 곳이 있나 없나 두루 살펴서, 막힌 곳이 있으
면 확실하게 뚫어야겠어요….. 참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