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자식이 뭐길래-신엘라

제 목
도대체 자식이 뭐길래-신엘라
작성일
2000-09-28
작성자

이름 : 신엘라 ( sok0822@hanmail.net) 날짜 : 2000-09-28 오후 5:35:56 조회 : 168

어머니!
당신의 눈가에 맺힌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당신을 떠나온
당신의 넋은
당신의 사랑만큼이나
올망졸망 묶인 보따리를 풀때마다
당신의 마음을 다 훔쳐온 것 마냥
알수없는 눈물로 일렁입니다.

아, 어머니!
나의 어머니!
끝내 문닫고 울어야 할 만큼
당신의 사랑은 깊다못해
슬픔으로 다가옵니다.

나,
당신 위해
아무 것도 드린 것 없고
나,
당신 위해
아무 것도 드릴 것 없으니.

당신의 심장만 갉아먹고.
당신의 골수만 빼어먹고.

그래도 당신은
또 다시 웃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또 다시 사랑합니다.

도대체 자식이 뭐길래……

*우리 엄마는 말기 암환자로 투병중 입니다.
그런데도 자신의 생명이 거센 바람 앞에 마주선 촛불처럼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처럼 그저 자식 사랑하는 마음 뿐인 사람입니다.
바보같은 분이지요. 아프다고 투정 부릴지도 모르는 참으로 바보같은 분이지요.
전 늘 그게 마음 아픕니다.
차라리 아프다고 힘든다고 속내를 드러내 보이기라도 하신 분이라면 이토록 속상하지는 않을 것 입니다.

그 바보같은 엄마를 만나뵙고 왔습니다.
아니죠, 사실은 엄마를 만나러 간게 아니라 시아버지 제사 지내러 가는 길에
덤으로 엄마를 만난 것 이었지요.
암으로 아프신 엄마를 일부러 찾아가 만난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시댁 눈치 보느라,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아서
라는 핑계로 친정 한번 제대로 가질 못했습니다.
남들은 잘도 가는 친정을 전 시댁일이 있어야만 내려가
덤으로 정말 덤으로
친정 집을 가곤 했지요. 엄마가 아픈데도 말입니다.
결혼 15년동안 친정부모님 회갑잔치때 딱 두번 간 것 이외에는 친정일로만 간 기억이 없습니다.

왜 그랬느냐고요?
왜 그렇게 살았느냐고요?
남편이 그렇게 했느냐구요?
아닙니다.
그럼 시댁에서 그랬느냐구요?
그것도 아닙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모범 며느리 되고 싶어서, 완벽한 며느리 되고 싶어서 였습니다.
친정 어머니 말씀대로 ‘친정은 다 잊고 시댁에만 잘 하라’는 그 말만 믿고
제가 그랬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이제 와 누굴 탓 하겠어요? 바보같은 엄마 말만 듣고 그렇게 살아온 제가 더 바보였지요.
바보엄마에 바보 딸 이었습니다.

혹시 저처럼 살고있는 며느리가 있다면 지금 당장 생각을 바꾸세요.
친정엄마가 나역시 한 인간으로서 소중하게 키워주셨는데 왜 시댁에만 잘해야 합니까?
똑 같이는 아니래도 비슷하게는 해야 됩니다.
부모는 기다려 주시지 않습니다. 효도할 시간을 따로 주지는 않습니다. 지금 이 상태에서 바로 시작 하세요. 저 처럼 살지 마세요. 제발…….
저도 새롭게 다시 살겠습니다.

그 엄마가 병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너무도 착한 엄마라 하느님이 낫게 해주시리라 믿었어요. 그렇게 나으리라 방관만 하고 있는 사이에 암덩어리는 저혼자 자라 제 손에도 잡히더군요. 계란만 한게 절 비웃더군요. 네 엄마가 이렇게 아픈데도 넌 뭐했니?하고 말입니다.

글쎄 우리 언니가 그러대요. 큰 딸이 수의를 해주면 좋다고. 3개월후엔 급격히 나빠져 황달도 오고 그리고 우리 곁을 떠나실거라구요. 언니가 무슨 말을 하는지 멍했어요.
우리 엄마는 나을 것이라 믿었는데 왜 그런 얘길 우리 언니가 하는지 바보처럼 눈물만 그렁그렁한체 듣고 있었어요.

갑자기 심장이 멈출 것 같았어요. 숨을 못 쉬고 있었어요.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내가 먼저 응급실로 실려 갈 것 같아서 밖으로 나왔어요. 마음놓고 울 곳이 없더군요.
옥상으로 올라갔지요. 소리가 새어나갈까봐 수건으로 입을 막았지요.

그리곤 또 아무일 없다는 듯이 내려와 밥을 먹고, 모처럼 엄마 곁에서 잠을 잤지요. 엄마 손을 잡고…
울엄마 수의도 이미 다 해놓으셨대요.

그리고 그 뒷날 엄마 몰래 병원에 가서 확인하고 돌아왔습니다. 그제서야 언니말이 사실임을 느낄수 있었어요. 발을 헛디딘 것처럼 걸었습니다. 분명 걷고 있는데 도로 그 자리 였어요.

울엄마 나 서울 갈때 가져가라고 고추장 된장도 싸 놓으셨더군요. 심지어 맛있다며 먹었던 멸치며, 김치, 볶아놓은 깨, 찧어놓은 마늘까지…
울엄마 모든 음식을 참 맛있게 하시거든요. 참 맛있게 잘 하시는데……

그런데 다른 때 처럼 아픈 사람이 왜 고추장 담았느냐 잔소리도 못하고 말없이 받아들고 왔습니다. 어쩜 울 엄마의 마지막 고추장이 될지도 몰라서…..
울엄마가 그런 사람입니다. 먹고있는 깨까지 싸주는
주고 또 주고 자신의 핏한방울까지도 쥐어짜주는
그런 사람이기에 저는 마음이 아픕니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온 저는
엄마가 싸준 짐을 풀어 냉장고에 하나하나 넣으면서 울어야하는 못난 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