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부쳐-인권운동사랑방
이름 : 인권운동사랑방 ( ) 날짜 : 2000-10-16 오전 8:02:17 조회 : 126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부쳐
김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노벨상 위원회는 ‘남북 관계에서의 화해와 평화, 남한의 민주주의와 인권신장에 대한 기여와 버마와 동티모르 문제에 대한 보편적 인권의 옹호’를 선정 이유로 밝혔다. 한국의 민주주의 와 남북 화해를 위한 노력에 대한 세계의 관심과 박수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하며, 김 대통령 개인의 영광이자 국민적 경사로 여겨지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인권 대통령을 표방한 김 대통령을 평가하는 우리로서는 우려 섞인 당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인권 보장은 위정자가 당연히 지켜야 할 의무에 속하는 문제이며, 김 대통령이 내건 인권의 구호는 근사했지만 실질적 개선을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는 결코 인색한 평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김 대통령이 이번 수상을 계기로 혹여 ‘자만’의 선반 위에 산적한 인권 과제들을 방치할 것을 염려한다.
우리가 그 과제들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을 지라도 김 대통령은 잘 알 것이다. 본인이 야당 지도자 시절, 그리고 대통령이 된 후에 줄곧 외쳐온 ‘약속’들을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다. 혹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국회 문 턱에 쌓여있거나 들어가서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사안들을 챙겨보길 바란다. 기존의 관료조직과 기득권층의 눈치를 보며 국가인권위 설치나 국가보안법 철폐 문제 등에서 김 대통령이 보여준 태도에 질식할 대로 질식 한 우리의 심정을 헤아리길 바란다. 김 대통령의 어깨를 한층 으쓱하게 해줄 아셈 개최의 뒷그늘에서 하루하루를 고민하고 탄식하는 국민의 생존 권 위기를 생각하길 바란다. 집회·시위의 자유, 사상의 자유, 건강을 누릴 권리 등의 기본권이 얼마나 우롱 당하고 있는지를 자성하길 바란다.
혹여 노벨상 수상이 현 정권의 실책과 과제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있다 는 생각을 거두길 바란다. 이번 노벨상 수상이 자족과 자만에 걸리지 않고, 실질적인 인권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2000년 10월 13일
인권운동사랑방(www.sarangbang.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