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 목사님, 힘을 내십시오..-지용민
이름 : 지용민 기자 ( ) 날짜 : 2000-10-21 오후 9:48:48 조회 : 148
극동방송 PD로 재직하고 있는 사람이 개인홈페이지에 교회 개혁을 촉구하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 불만을 가진 대형교회가 극동방송에다 ‘(PD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시고 그 결과를 통보바랍니다’는 공문을 보냈다. 자신의 홈페에지에 글을 썼던 PD는 “왜 여의도 순복음 교회가 일개 개인의 홈페이지에 실린 글을 가지고 가타부타 시비를 거는가. 본인이 틀린 말을 했다면 왜 어떤 부분에 무엇이 잘못이 있는지, 분별력과 객관적 논리로 개인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리면 된다”면서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였다가 결국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9월 22일 극동방송 김용민씨(27)는 『조용기 목사님 용기를 내십시오』란 글을 개인홈페이지(http://ad74.pe.kr) ‘문화담론’코너에 올렸다. 아래는 글의 전문이다.
조용기 목사님. <신동아> 10월에 실린 기사 잘 봤습니다. 교회 문제로 얼마나 골치가 아프시겠습니다만, 이 모든 일련에 사태는 목사님이 진단하신 그대로 목사님의 철저한 부덕의 소치로 빚어진 것이라 저역시 생각합니다. 여의도 순복음 교회 장로 출교 사태에 관한 것은 차치하고, 이 란에서는 <스포츠 투데이>문제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목사님. 목사님은 정녕 <스포츠 투데이>와 무관하십니까? 그것인 다 커버려서 더 이상 간섭할 수 없는 장성한 아들의 사업일 뿐이지, 전혀 당신과는 무관하신 일인가요? 그런데 말입니다, 목사님께서는 <스포츠 투데이>의 모체인 넥스트 미디어 코퍼레이션의 상당한 주식을 보유하셨더군요. <기독신문> 4월 5일자를 보니, 아들인 조희준 회장의 59.8% 지분보다는 조금 낮은 30.4%에 한하긴 하지만요. 이미 理財상으로도 깊은 연관을 가지신 조 목사님.
무엇보다도 <스포츠 투데이>를 놓고 목사님께 대한 유감이 깊은 데에는, 아무리 아들의 일이라도 잘못된 것에 대해 따끔하게 야단칠 수 있다는 동양전통적 상식 때문입니다.
당신 아들이 만든다는 신문 좀 보십시오. 연일 여배우들의 가슴, 다리가 드러나고, 불륜과 타락을 미화 또는 방조하는 기사들이 실리고 있습니다. 부인하십니까? 단적인 예로 지난 7월에 실린 기사 제목만 뽑아보겠습니다.
『이정현 뮤직비디오, 러시아모델 30명 올누드 쇼킹』(7/26), 『손소영, 섹시연기 ‘눈에 띄네’』(7/25), 『장혁 · 전지현 깜짝 베드신』(7/23), 『늘씬! 쭉쭉! 빵빵!… 미녀들의 한밤 비키니쇼』(7/21)
이게 목사님 아들이 만드는 신문 맞습니까? 그런데 이러한 문제에 대한 목사님의 태연자약한 입장은 거의 넋을 잃게 만듭니다. 『아들도 사회에서 밥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닌가』(<신동아> 2000년 10월 215쪽)
목사님의 말씀을 묵고해보니 영화 <창>이 생각납니다. 사창가의 포주가 윤락여성을 가혹하게 대하면서도, 주일이면 성경 들고 헌금 정성껏 챙겨서 나가는 그 장면을 말입니다. 목사님의 수준이 이 포주보다 낫거나 다른 부분이 무에 있습니까.
목사 아들이 만드는 신문 때문에 청소년들이 정상적이지 못한 가치관을 갖게 돼고, 이 사회가 음란 속에 더욱 혼탁해진다면 어떻겠습니까? 그것 역시도 자신과는 무관한 아들의 사업일 뿐입니까? 그렇다면 목사님은 한국교회를 대표할 지도자를 자임하시면 안됩니다. 그것은 죄악이기 때문입니다.
목사님, 제가 세계 최대의 교회 목사라면, 목사님, 제가 ‘순(純) 복음 교회’ 목사라면 아들 불러다 놓고 “네 놈이 당장 그 짓거리를 중단하지 않으면 오늘로 부자간에 연을 끊는다”라며 엄포를 놓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그런 용기 정도는 있을 조용기 목사님 아니셨습니까?
목사님은 <신동아> 인터뷰 내내 ‘애비 못난 탓’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밥먹고 살아야 한다”는 말에는 아들의 사업에 대한 묘한 당위를 실으시더군요. 이게 父情입니까. 자식 사랑을 이렇게 저급하게 하셔야했습니까. 슬픕니다. “전 날씬하고요, 가운데도 붙었어요”라는 광고가 연일 TV와 라디오를 뒤덮습니다. 가슴치도록 울분에 가득한 기독인들의 분노를 비웃는 이 현실이 슬픕니다.
목사님, 필요할 때는 ‘신의 대리자’처럼 군림하시다가도 아들 문제만 나오면 ‘철저한 휴머니스트’로 변모하시는 그 절묘한 처세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교회 안에 신본주의에 도전하는 몇몇 반성경적 장로들을 숙청했다고 하셨는데, 기왕 신본주의를 수호하실 바에는 <스포츠 투데이>의 반기독교적 지면을 쇄신하시는 의지를 보여주십시오. 그래야 만신창이가 된 목사님의 명예가 다소나마 회복될 것입니다.
목사님, 신본주의가 뭡니까? 하나님을 두려워해야 신본주의아닙니까? 목사님에 대해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일말에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 그런 신도들을 양산한다고 그게 신본주의 교회가 될까요. 한국교회의 도덕적, 영적 파탄적 위기 앞에 선 이 시국을 애통해하는 평신도의 가슴을 헤아려주십시오. 목사님! 들리십니까? 목사님!
글/김용민 (이 글은 본인의 사견임을 전제합니다.)
이 글의 현재 조회수는 530여건. 개인홈페이지에 올린 글 치고는 다소 많은 정도지만 실상 이 글은 복사되어 안티스포츠투데이사이트(http://www.antistoo.net)와 관련 사이트 게시판에 올려졌다. 이 글이 의외로 호응을 얻자 순복음교회측은 인터넷팀장 허영철목사을 발신인으로 9월 27일 극동방송에 공문을 보내 ‘극동방송 김용민 PD가 조용기 목사와 교회를 비방했다고 주장하고, 김 PD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그 결과를 통보하라’고 극동방송에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김용민PD는『순복음교회 공문에 대한 본인의 입장』이란 글에서는 순복음교회에 대한 횡포에 전의를 불태웠지만 11일 사표를 제출했다. “본인은 작금에 사태를 맞으며, 아직까지도 교회가 평신도 일개인의 의사를 누르거나 제압할 수 있다는 황당한 착각 속에 빠져있는 몇몇 지도자들의 현실 인식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물론 몇 십년전에는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이 열려있는 쌍방향 세상이다. 없는 말을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면, 누군들 무슨 소리를 못하겠는가”
김용민씨는 자신이 올린 글에 꼭 ‘이 글은 본인의 사견임을 전제합니다’는 말을 달았다. 그리고 그 글들은 개인의 홈페이지에 올린 것들이다. 그런데도 순복음교회측은 ‘PD로서의 식견과 정보력이라면 일반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기에 김 PD가 공인으로서의 본연의 위치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회측의 이런 주장에 대해 김용민씨는 “교회측은 또, 본인을 ‘상당한 정보력과 식견’의 소유자로 규정하고, 이로 인한 영향력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본인이 얻은 ‘정보와 식견’은 이미 <신동아>와 <스포츠 투데이>, 그리고 각종 대중적 매체에 드러난 공지의 내용을 근거로 문장화한 것이다. 글의 내용에 ‘PD만이 독점하고 있는, 보안 유지해야 할 정보’가 과연 있었는지, 그것 역시 밝혀야 공문에 무게가 실린다”고 반박했다.
김용민씨는 “순복음 교회에서 지적하듯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개인의 홈페이지이다. 따라서 일개인의 의견을 본인의 소속 방송사의 인사권자의 힘으로 ‘조치’를 취하길 바라는 공문이 도착했다는 것은,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순복음 교회의 「힘의 논리」라 부인하기 힘들다”라며 이 사건의 성격을 규정지었다. 그러나 본인이 뜻한 바가 있어 사표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니리포터 지용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