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하는 것과 확신하는 것
이번 남아공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한국은 처음으로 해외에서 16강에 들었습니
?다. 히딩크 감독 이후 한국 감독이 이루어낸 결과라서 그 역사적 의미가 남다릅
?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한 한국 선수들에게 많은 사람이 박수를 보냈습니다.
?
? 그래도 아르헨티나에게 4대 1로 질 때는 많이 놀랐습니다. 그리스에게 2대 0으
?로 이긴 뒤라서 아르헨티나도 이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선수는 골을 어렵게 넣는데, 상대 팀은 너무나 쉽게 골을 집어넣는 것 같았습니
?다. 국제 수준이 아주 높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이길지 모른다는 꿈이 무참하게
?무너졌지요.
?
? 이겼으면 좋겠다는 것은 희망이고,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은 확신일 겁니
?다. 목표에 도달하기 어려우니까 많은 사람들이 희망하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이겼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상대 팀과 시합하고, 그 상대 팀을 여러 번 이긴
?뒤라야 비로소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 그러니 어려움이 끝나지 않고는 무엇을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희망과 확신을 착각합니다. 어떤 사람은 확실한 근거도 없이 아르헨티나
?를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각 선수의 개인기, 상대 팀의 공격과
?수비 능력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습니다. 정신력으로 열심히 뛰면 잘될 거라
?는 겁니다.
?
? 사실 연륜과 기량이 월등하게 차이가 나는데, 초등학생 선수가 열심히 뛴다고
?중학생 선수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정신력도 어느 정도 비슷해야
?통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남을 설득할 수 없는 확신은 맹신입니다. 그런 맹신
?은 대개 비이성적이지요. 내가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라, 내 말 들어서 나쁠
?것 없다는 식이지요.
?
? 텔레비전 중계를 보면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려 해도, 지금은 부모가 아이들
?에게 그 음식이 어떻게 좋은지, 왜 그 음식을 시켜야 하는지를 설명해야 합니
?다. 말하자면 부모의 언행이 합리적이어야 자식이 동의하는 세상이 되었지요.
?그러니 이제는 자신의 진정성만으로 세상 살기가 어렵습니다.
?
? 부부 문제는 그 부부가 해결할 수 없다고 합니다. 소통되지 않아 생긴 문제를
?당사자끼리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골이 더 깊어질 뿐이라는 것이지요. 특히
?자신의 진정성을 내세워 서로 상대방을 탓하기 쉽습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상대방이 싫어하는 일로 상대방에게 복수하려 하지요.
?
? 그 부부 사이에 제삼자 또는 전문가가 끼어야 문제가 풀립니다. 제삼자는 막
?힌 곳을 찾아 정서를 줄이고 이성을 앞세우게 합니다. 또 상대방 말에 귀를 기
?울이게 합니다. 각자의 잘잘못을 비교하여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합니
?다. 그러니 어떤 문제가 콱 막혔다 싶을 때는 내가 확신하는 것이 정말 옳은지
?를 다른 사람에게 묻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