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연, 다음 인연

제 목
첫 인연, 다음 인연
작성일
2009-12-4
작성자

첫 인연, 다음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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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외국으로 떠났다가 나이가 들어 귀국해도 어떤 음식을 만나면 신기
?하게도 그 맛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음식에 얽힌 추억도 떠올립니다. 처음
?맛들인 음식 정보를 뇌 어딘가에 단단하게 새겨 놓았다가 되살린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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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해외여행을 할 때는 그 나라 음식을 맛보는 것도 아주 즐거운 일이지요.
?음식에 그 나라 문화가 잘 반영되어 있으니까요. 그러나 머리에 저장해둔 음식
?정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그 낯선 음식은 졸지에 괴로운 일로 바뀝니다. 그리
?고 ‘짜네, 맵네, 냄새가 고약하네.’하며 그 낯선 음식을 멀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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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나이든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떠날 때 입에 맞는 김치, 고추장, 김 따위
?를 싸가기도 합니다. 물론 어릴 때부터 유명 피자나 햄버거를 먹던 젊은이는 해
?외에서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나라에서도 비슷한 제품, 심지어 같은 회
?사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 다시 말해 어릴 때 처음 길들인 입맛이 평생 따
?라다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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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 중에는 재혼하고 나서 재혼 전보다 잘 살고, 일이 잘 풀리는 사람이 많
?습니다. 첫 사람과는 인연이 닿지 않아 치열하게 싸웁니다. 그러다가 다음 사람
?을 만날 때 그런 나쁜 조건에서 하나만 빠져도 행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말하자
?면 더 내려갈 일이 없으므로 올라갈 일만 남았던 셈이지요. 아마 다음 인연을
?만나려고 첫 인연과 불행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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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1980년대에 청년이었던 사람들은 아주 험한 세월을 보냈습니다. 구속 영
?장 없이도 어느 날 낯선 사람에게 끌려갔습니다. 그때는 긴급 조치와 계엄, 최
?루탄과 화염병, 고문과 양심선언, 계엄군과 시민군 같은 단어가 일상적으로 쓰
?일 때였지요. 그런 세대에게 요즘 벌어지는 ‘세종시, 4대강 사업, 미디어법’
?같은 논란은 아주 느긋한 일일 겁니다. 이미 더 지독한 역사를 겪었기에, 이런
?논란의 10년 뒤 상황을 내다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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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20~30대를 ‘88만원’밖에 못 받는 세대라고 합니다. 심지어 저주받
?은 세대라고도 하더군요. 1997년 아이엠에프 구제 금융 사태를 겪었는가 싶었는
?데, 2008년에 국제 금융 위기가 터지면서 이제 번듯한 직장은 꿈으로만 간직하
?고 사는 세대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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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힘들면 힘들수록 지금 고생이 이 뒤에 올 행복을 위한 것이므로 희망
?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저주받은 세대가 10년~20년 뒤에 가장 행
?복한 세대가 될 겁니다. 죽을 것처럼 힘들지만 혹독한 탄압을 이겨내고 광복을
?맞이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따지고 보면 일제 시대 청년들이 지금보다 더 힘들
?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기운 내자구요.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