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를 만난 시냇물
바위를 만난 시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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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열심히 산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기분이 상쾌하기는커녕 하늘이 노랗
?고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이마와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릅니다. 몸에 있던 병이
?드러난 것이 아니라, 평소 운동을 안 하다가 갑자기 무리를 하니까 몸이 낯선
?상황에 적응을 못한 겁니다. 몸이 주인을 나무랍니다. 거 봐라, 평소에 운동
?좀 하라고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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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주위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나무 밑 그늘에 큰 대자로 누웠습니다.
?갑자기 험한 산을 타면서 숨이 차니까 심호흡을 하다가 몸에 이산화탄소 농도
?가 낮아져 그렇답니다. 누워서 천천히 숨을 쉬고 마음을 가라앉혔더니 몸과 마
?음이 편해졌습니다. 산에 오를 때는 무리하지 말고 힘들면 무조건 쉬어야 합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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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붙어있는 국경선 마을에는 지금도 싸움이 끊이지 않습니
?다. 옆 산에서 쏜 로켓 폭탄이 마을 하늘을 날아다니고, 비행기가 느닷없이 마
?을을 폭격하는가 하면, 폭탄 테러로 평화롭던 거리가 갑자기 참혹한 전쟁터로
?바뀝니다. 우리나라도 남북이 대치하지만 그 나라처럼 일상 생활에서 전투를 겪
?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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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도 그곳 사람들은 그 북새통에 내일 팔 물건을 전화로 확인하고, 내일
?작업에 동원할 사람을 구하려고 바삐 돌아다닙니다. 죽음에 익숙한 사람들이라
?자신이 죽지 않은 걸 확인하였으면,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가던 길을 마저 가
?야하나 봅니다. 말하자면 그 나라를 떠나지 못하면 매일같이 전쟁을 겪으며 살
?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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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사람이 어쩌다 그곳에서 그런 상황에 놓이면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
?은 공포에 휩싸일 겁니다. 평소 익숙지 않은 일이고, 전혀 이해 못할 일이며,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부딪치면 못할 일이 없을 것 같아
?도 막상 부딪치면 사람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일도 많습니다. 그럴 때 나는 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것이 사는 법인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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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어느 여선생님이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했습니다. 사는 것이 힘들다
?고 하였습니다. 세상이 어수선한 것은 그렇다 해도, 가까이 있는 관리자가 인간
?적으로 괴롭히는 것은 감당할 수 없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 안
?되면 학교를 그만 두어야 할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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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시냇물이 바위를 만나면 바위에 부딪쳐 넘어가기도 하지만, 때로는 바
?위 앞에서 맴돌다가 바위 옆으로 돌아간다고 충고하였습니다. 칼을 잘 다루지
?못한다면 칼 옆에 있지 말라, 현실이 어려울 때는 맞서지 말고 숨을 깊이 들이
?마시고 피하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그 선생님은 자기에
?게 벅차고 낯설던 학교를 떠나 자기와 잘 맞는 학교에서 잘 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