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전태일, 노무현

제 목
예수, 전태일, 노무현
작성일
2009-05-29
작성자

세계 지도는 이 세상을 종이 위에서 볼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그 지도보다 지
?구의는 이 세상을 훨씬 더 구체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들었지요. 어느 하나만 있어
?도 온갖 상상이 가능합니다. 이런저런 포부를 키우며 언젠가 가볼 그곳들을 떠올
?려봅니다. 세계 지도를 사다가 벽에 거는 것은 아마도 그런 뜻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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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그 포부가 지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한 평생 그저 꿈
?만 꾼 것뿐이지요. 현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꿈을 이루려면 그곳에 다녀와야 합니
?다. 그런데도 잘 알지 못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좀 어렵다 싶으면 지레 꿈을 포기
?합니다. 돈이 많이 들겠지, 힘들겠지, 시간이 없겠지 하며 실천하지 않을 이유부
?터 생각해 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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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습니다. 어려운 길을 피할 수 있었는데, 자신에게
?닥친 운명을 온 몸으로 맞서다 돌아가셨습니다. 그 고독한 여행을 두고 지금 많
?은 국민들이 눈물을 흘립니다. 돌아가신 분에 대한 안타까움뿐만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의 부끄러움이 섞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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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대통령은 사람이 사는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그 세상이 새삼스러운 것이 아
?닙니다. 종교와 신념이 달라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입니다. 특권과 반칙이 통하
?지 않는 세상이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세상이지요. 심지어 독재자조차 국
?민 앞에서 입에 올리는 아주 꿈같은 세상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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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세상이 지도에만 있는 것으로 알고, 찾아보려 하지 않았
?습니다. 그런 세상이 있을 것이라고, 그런 세상이 올 거라고 믿지 않았습니다.
?노 대통령은 그런 세상이 있다고 외로이 지도 밖으로 걸어 나간 것이지요. 남처
?럼 눈 한 번 질끈 감으면 삶이 편했을 겁니다. 이웃의 고통을 그 사람 팔자로 여
?기거나, 나와 상관없는 일로 치면 아주 쉽게 살 수 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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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도 운명처럼 다가온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입니다. 어쩌면 예수는 사람들
?이 유다와 베드로처럼 살 것을 걱정했는지 모릅니다. 가롯 유다는 예수가 아끼
?는 제자였는데도 예수를 배신합니다. 또다른 제자 베드로는 예수가 죽을 지경에
?놓였을 때 예수를 모르는 사람이라며 외면합니다. 서로 믿고 꿈꾸며 살다가도 어
?느 순간 마음이 바뀌는 것이 사람이라는 것이지요. 그런 과정을 겪고서야 베드로
?는 꿈을 현실로 실천하려고 더 열심히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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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부터 우리는 예수 제자처럼, 전태일의 동료처럼, 518 광주 전남도청에서 살
?아남은 사람들처럼 뒤에 남겨진 사람들로 어떤 꿈을 어떻게 실천할지를 선택해
?야 합니다. 각자 꿈꾸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살지를 따져보아야 합니
?다. 그렇게 보면 건전한 신문을 구독하고, 투표에 꼭 참석하는 것도 꿈같은 세상
?을 현실로 앞당기는 길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