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한테 물려가면 죽는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면 죽는다
?
? 사람이 사노라면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이 많지요. 그게 어느 것 하나 쉽지 않
?습니다. 옛날에 어느 아내가 게으른 남편에게 떡을 만들어 주고 먼 길을 떠납니
?다. 그리고 나중에 집에 돌아오니 떡 먹는 것을 번거로워 하던 남편이 굶어죽었
?더랍니다. 귀찮기로 하면 자기 한 입 챙기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
?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정신을 많이 강조합니다. 호랑이한테 물
?려가도 정신을 차리면 산다거나, 정신을 하나로 모으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
?다는 식이지요. 심지어 가난하게 사는 것, 성적이 좋지 않은 것, 운동 시합에 지
?는 것도 정신 상태가 해이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
? 그리고 ‘젊은 사람이 왜 백수로 사냐? 일은 널렸다.’고 나무랍니다. ‘하루
?에 열 단어만 외워도 한 달이면 300개를 익힌다. 우리나라 축구 선수가 저런 정
?신머리로 뛰니 질 수밖에 없다.’고 꾸짖습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뭐든 달려
?들어 열심히 하기만 하면 안 되는 것이 없는 것처럼 충고합니다.
?
? 사는 것이 그만그만하던 때에는 그럴 수 있었습니다. 개인 차이가 크지 않고 집
?안 내력이 비슷하면 개인이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그 차이를 극복하기도 합
?니다. 옛날에는 개천에서 태어났지만, 훌륭한 사업가, 학자, 관료로 성공한 사람
?들이 많았습니다. 돌아가신 정주영 현대 그룹 회장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같
?은 분들이 그런 경우겠지요.
?
? 하지만 오늘날처럼 사람 사는 것이 완전히 달라진 시절에는 이야기가 다릅니
?다. 부잣집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유명한 강사와 과외 공부하고 해외 연수를 옆
?집 놀러가듯 합니다. 동네 학원조차 못가는 아이가 집에서 정신 차려 공부해도
?갈수록 격차가 벌어집니다. 학습 과정이 다르고 견문이 달라서 가난한 집 아이
?가 영원히 따라 가지 못합니다.
?
? 설령 그 아이가 아주 지독하게 공부하여 대학에 입학해도 4년 학비 4000만원을
?감당해야 합니다. 집은 더 어려워지고 그 아이는 대학생이면서 공부에 전념하지
?못한 채 학비를 마련하느라고 이런저런 일에 매달립니다. 그런 과정을 겪고 졸업
?해도 취업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회사에서는 경력자를 요구하나, 취업한 적이 없
?으니 경력이 있을 수 없습니다.
?
? 지금 정부가 예산을 들여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젊은이를 기업체와 관공
?서에 취업을 시킵니다. 젊은이에게 짧게나마 경력을 만들어 주는 제도입니다. 젊
?은이들은 이를 바탕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겠지요. 회사도 여유를
?갖고 젊은이들을 기다리는 계기가 될 겁니다.
?
? 그러니 눈높이를 낮추라고 나무랄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는 인턴 제도처럼 젊
?은이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하지요. 모든 것이 마찬가집니다.
?의지만 있다고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정신력만으로 축구
?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히딩크 감독을 뒷받침한 만큼 우리 사회가 없는 사람들
?을 제도적으로 배려해야 히딩크 김독만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뿐이지요.